▲우리나라의 대표적 황제주였던 삼성전자가 50:1의 액면분할로 ‘셀프 국민주’가 됐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 1주의 가격이 5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었고, 재상장 첫날 삼성전자 주식 거래량과 거래액이 크게 증가하는 변화가 발생했다. 삼성전자 사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통해 몸값이 낮아졌지만, 주가는 제자리걸음이다. 거래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예상과 달리 좀체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유를 과거 액면분할한 회사들의 경우에서 찾아봤다. (CNB=손정호 기자)
액면분할로 거래량 늘었지만 주가↓
과거사례 분석해보니 역시나 ‘실적’
반도체시장 추세 따라 주가 유동적
우리나라의 대표적 황제주였던 삼성전자는 액면분할로 ‘셀프 국민주’가 됐다. 액면분할은 1주당 가격을 낮추고, 낮춘 만큼 유통주식수를 늘리는 것을 이른다. 주로 1주당 100만원 이상의 황제주들이 몸값을 낮춰 더 많은 사람들에게 투자 기회를 주기 위해 이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50:1의 ‘주식 나누기’로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총 발행 주식수는 기존 1억4600만주에서 73억2000만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 주식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액면분할 거래정지를 거쳐 4일 재상장 됐는데, 1주당 260만원대의 ‘초고가 황제주’였던 주가는 5만원대로 가벼워졌다. 개미 투자자들도 큰 부담 없이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주식 분할 이후 개인 투자자 비중과 일거래액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주식 쪼개기’ 전인 올해 1월 2일부터 4월 27일까지 삼성전자의 주식 거래에서 일평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투자자는 40.77%(일평균 거래액 2954억원)의 외국인이었다. 이어 기관 29.43%(2132억원), 개인 28.32%(2052억원) 순이었다.
주식 분할 후 첫 재상장일인 지난 4일에는 개인의 비중이 56.26%(일평균 거래액 1조1689억원)로 약 2배 증가했다. 이어 외국인은 22.53%(4681억원)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기관이 20.37%(4233억원)로 소폭 감소했다.
일거래액과 거래량을 살펴봐도 변화가 뚜렷하다. 주식 분할 전에는 올해 평균 일거래액이 7246억원이었는데, 4일 2조780억원으로 3배가량 상승했다. 일평균 거래량도 ‘주식 분할’ 전 29만4185주에서 4일 3956만5391주로 136배나 폭증했다.
하지만 주가는 제자리걸음이다. 첫날(4일) 53000원에 재상장된 주가는 5만1900원으로 시초가 대비 1100원(2.08%) 하락 마감했다. 연휴3일 뒤인 8일에는 5만2600원으로 700원(1.35%) 가량 소폭 반등했지만 9일에는 다시 1700원(3.23%) 하락해 5만900원이 됐다. 거래량과 거래액이 상승해 주가도 치솟을 것이라는 일부 기대와는 다른 양상이다.
▲삼성전자의 액면분할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주가도 치솟을 것이라는 일부 기대와 달리 재상장 첫날인 4일 삼성전자 주가는 시초가 대비 2.08% 하락 마감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셀프 국민주’ 주가 상승과 무관?
과거 주식을 쪼갰던 기업들의 주가는 어떤 흐름을 보였을까. 쪼개기 전후의 주가를 비교해보면, 실제 주가 상승률은 제각각이다.
SK텔레콤은 2000년 주식의 액면가를 스스로 낮췄다. 이로 인해 5000원이던 1주의 가격은 500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주식총수는 833만주에서 8335만주로 늘었고, 주가는 10:1의 분할 비율에 따라 40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첫날 40만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30만2000원으로 18%나 하락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기획은 2010년 주식을 5000원에서 200원짜리로 쪼갰다. 이에 따라 총주식수가 460만주에서 1억1504만주로 늘었다. 주가는 재상장 첫날 7.8% 상승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식품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도 2010년 ‘주식 분할’를 통해 주식 가격을 낮췄다. 현대그린푸드는 1주당 값어치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었고, 총주식수는 567만주에서 5673만주로 늘어났다. 현대그린푸드의 주가는 재상장 당일 35.2% 올랐다.
녹십자홀딩스는 2011년 ‘주식 분리’로 1주당 가격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줄였다. 녹십자홀딩스의 발행주식 총수는 495만주에서 4954만주로 늘었고, 주가는 재상장 당일 10.5%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주사인 아모레G는 2015년 10:1의 ‘주식 쪼개기’로 1주 가격을 줄였다. 아모레G 주식의 액면가는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아졌고, 총주식수는 889만주에서 8890만주로 증가한 것. 아모레G 주가는 재상장 첫날 17.4%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주식 나누기’로 역시 주당 5000원에서 500원으로 변신했고, 총주식수가 690만주에서 6901만주로 크게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재상장 첫날 40.2% 성장했다.
롯데제과의 경우 2016년 ‘주식 쪼개기’로 주당 5000원에서 500원으로 가격을 줄였고, 총주식수는 142만주에서 1421만주로 늘었다. 롯데제과의 주가는 재상장 당일 19.3% 하락했다.
이처럼 CNB가 자체 분석한 결과, 액면분할한 회사들의 주가상승률은 제각각이었다. 이는 결국 거래량이나 액면가에 상관없이 실적에 의해 주가가 결정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주식 액면분할 자체가 펀더멘탈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며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한 것은 동종 기업인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많이 하락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 주가는 거래량 보다 IT‧반도체 시장 전체의 움직임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 액면분할 전까지는 주가가 상승하지만 이후에는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동운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2000년 이후 667건의 액면분할 사례 분석 결과, 공시 이후에 주가가 상승했지만 일정 기간 후 주가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거품(기대감)은 꺼지게 된다는 얘기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