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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삼성증권 후폭풍…운명 바꾼 ‘손가락 실수’ 막을 방법

‘블록체인’이 ‘팻 핑거’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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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18.04.30 09:14:35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로 증권시장 거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스템의 허점을 개선해 ‘팻 핑거’로 인한 손실을 예방하자는 것. 서울 삼성증권 본사로 한 직원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로 증권업계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건의 시작이 ‘손가락 실수’를 일컫는 ‘팻 핑거(Fat Finger)’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공매도 제도 개선과 함께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CNB가 ‘팻 핑거’의 흑역사와,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예방책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CNB=손정호 기자)

‘손가락 실수’ 수백억 손실 자주 발생
블록체인·시스템 오픈 등 혁신 목소리 
금융위·거래소, 이중삼중 보안책 고심

‘팻 핑거’는 사람의 손가락이 컴퓨터 자판보다 두꺼워서 발생하는 입력 실수를 일컫는 말이다. 

삼성증권 사태의 출발은 이 ‘팻 핑거’에서 시작됐다. 한 직원이 우리사주 배당 입력창에 1주당 1000원을 넣어야 하는데 1000주로 잘못 적은 것. 삼성증권과 증권시장 시스템의 허점, 이를 이용해 차익을 노린 일부 직원의 모럴 해저드도 문제이지만, 삼성증권 배당 담당 직원이 조금만 더 주의했다면 이번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팻 핑거’ 사고는 국내외에 다수 존재한다. 작은 실수 하나로 증권사가 파산하기도 했고,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대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 

지난 2월 케이프투자증권에서도 ‘손가락 실수’가 발생했다. 코스피200 옵션의 매수와 매도 주문에서 착오를 일으키면서 잘못 보낸 거래주문이 체결된 것. 거래 주문을 잘못 입력했을 뿐이지만 케이프투자증권은 이 실수로 62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는 케이프투자증권의 작년 당기순이익(135억 원) 절반에 육박하는 큰 금액이다. 

한맥투자증권은 입력 실수로 파산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지난 2013년 코스피200 12월물 콜옵션과 풋옵션의 숫자를 잘못 입력했다. 옵션 가격의 변수가 되는 이자율을 ‘잔여일/365’로 적어야 하는데 ‘잔여일/0’으로 표기했던 것. 

이 실수로 한맥투자증권의 주문 PC가 모든 코스피200 옵션에서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시장 가격보다 매우 낮거나 높은 가격의 매물을 대량으로 쏟아냈다. 한맥투자증권은 462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봤고, 영업정지 연장 끝에 2015년 파산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해외에서도 직원의 작은 실수가 큰 손실로 이어진 경우는 많았다.

독일 외환거래 전문은행 도이체방크는 젊은 직원이 문제였다. 2015년 상사가 휴가를 떠난 중에 도이체방크의 신입사원이 고객사인 미국 헤지펀드에 60억 달러(약 6조4000억 원)를 잘못 송금한 것. 도이체방크는 어렵게 헤지펀드로부터 이 돈을 되찾아왔지만 145년에 빛나는 투자금융사의 신뢰도는 하루아침에 우습게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에서는 증권사 트레이더의 모의투자가 실거래에 반영됐다. 2013년 중국 광다증권은 이 문제의 사고 당일에만 1억9400만 위안(약 331억6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 ‘팻 핑거’ 사고의 원인은 광다증권 내부 시스템의 오류로 밝혀졌다. 하지만 상하이증권거래소가 한 증권사의 내부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국 금융당국의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일본 열도를 뒤흔든 실수도 있었다. 2005년 12월 8일 일본 미즈호증권은 제이콤이라는 신규 상장업체의 주식 1주를 61만 엔에 팔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미즈호증권의 한 직원이 제이콤의 주식 61만주를 1엔에 팔도록 거꾸로 입력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당시 61만주는 제이콤 발행 주식의 42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었다. 미즈호증권 직원의 실수로 대량의 ‘유령주식’이 증권시장에 돌아다니다가 취소되는 16분 동안에만 270억 엔(약 2668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다. 또 일본 도쿄증권거래소가 한 증권사의 ‘유령주식’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충격으로 당시 전체 도쿄증시가 폭락했다. 사고 당일 닛케이 평균지수는 300엔이나 곤두박질쳤다. 

▲삼성증권 사태 같은 ‘팻 핑거’를 예방하기 위해 증권사 직원들의 도덕성 강화, 증권사 내부 시스템 개선, 증권시장 거래제도 보완, 블록체인 등 신기술 활용이 대책으로 논의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팻 핑거’ 막을 방법은? 

‘팻 핑거’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팻 핑거’ 예방책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꼽힌다. 

첫째는 증권사 직원들의 도덕성 강화다. 아무리 증권 거래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해도, 제도의 허점이나 오류를 이용해 수익을 챙기려는 일부 증권사 직원들의 욕심이 있는 한에는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증권사 내부 시스템 개선이다. 증권사가 실수로 보유 주식보다 많은 물량을 내놓을 경우 이를 내부적으로 제어하는 ‘안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비정상적인 이자율과 ‘유령주식’ 등의 입력 오류 가능성에 대해 이중, 삼중으로 시스템이 점검하게 하고, 이를 다시 인간 관리자가 체크해야 하도록 안전망을 더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권시장 시스템을 ‘오픈’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삼성증권의 실제 주식(8930만주)보다 30배나 많은 ‘정체불명 주식’(28억주)이 아무런 제어 없이 배당된 후, 이중 일부(501만3000주)가 증권시장에서 거래됐기 때문이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가 개별 증권사들이 보내는 거래 요청을 점검하고, 오류를 발견할 경우 금융당국 차원에서 이를 빨리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형성할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CNB에 “주식 발행과 매매의 모든 단계에 걸쳐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춰 정확성을 높일 대책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CNB에 “사전적, 사후적 통제를 모두 강화해 한 번에 제출 가능한 주식 수량을 현재 상장주식 5% 수준보다 더 낮추고, 착오거래 취소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기술인 블록체인 시스템을 증권시장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거래 정보를 참여자들의 여러 컴퓨터에 분산 저장해 해킹과 오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증권 시스템에 도입하면, 서킷브레이커처럼 주가 급․등락 시뿐만 아니라 거래량 급․등락 시에도 이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 

IT업계 관계자는 CNB에 “블록체인 기술이 주식 발행과 거래 시스템에 도입되면 투명하게 기록을 보관할 수 있고 위변조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분명히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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