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로 금융감독원은 전체 증권사에 대한 주식거래 시스템 점검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삼성증권 사태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거의 내놓지 않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증권사들이 ‘침묵의 봄’을 맞고 있다.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입력 실수로 금융당국이 증권업계 전반에 대한 실태 조사에 착수했지만, 정작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분석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여론은 폭발하고 있지만, 증권업계 내부가 잠잠한 이유가 뭘까. (CNB=손정호 기자)
들끓는 여론 불구 목표주가 이상無
증권사들, 사태 추이 간단하게 언급
손실액 확정되면 보고서 낼지 의문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사태가 발생한지 보름이 지났다.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 배당 사고 검사 기간을 애초 계획보다 늘리고 검사 인력을 보강했다.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일까지 21만명을 돌파했고, 삼성증권 구성훈 대표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보상책을 내놓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증권업계 내부는 조용한 모습이다. 보통 상장기업에서 큰 노이즈 이슈가 발생하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사건이 주가와 기업 실적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해 전망한다. 하지만 삼성증권 사태를 다룬 증권사 보고서는 2개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수박 겉핥기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증권업종 보고서에서 삼성증권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김고은 연구원은 삼성증권에 대해 “우리사주 대상 배당 전산 오류로 약 500만주가 매도됐고 이를 대차거래로 처리할 예정”이라며 “수수료 비용과 거래차손 등이 발생하지만 단기 이벤트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케이프투자증권은 ‘Spot Analysis’라는 짧은 별도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태를 다뤘다. 이 증권사 전배승 연구원은 9일 “삼성증권의 전체 배당 오류 물량의 0.18%인 501만3000주가 장내 매도됐으며 6일 종가 기준 약 1900억원 수준”이라며 “삼성증권이 자체적으로 환수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상권 청구 등이 가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목표주가를 내린다는 언급은 없었다.
다른 증권사들은 더 가관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짧은 일일브리핑 외에는 언급이 없었다. SK증권 김경훈 연구원은 지난 9일 삼성증권을 대표 주가 하락 종목으로 소개하며 ‘무차입 공매도 논란에 하락’, 10일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가 예상된다는 증권사 분석’이라고 짧게 전했다.
삼성증권 사태에 대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침묵’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사건 발생 초기라서 이번 사태로 인해 삼성증권이 치러야 하는 손실비용이 정확하게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정확한 수치를 토대로 전망과 분석을 내놓기 때문에 아직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삼성증권 배당 실수가 2분기가 시작하는 4월 초에 발생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분기별로 상장 기업과 업계의 실적을 전망하는데, 현재는 주로 1분기(1~3월) 실적을 분석할 시기라는 것.
실제 메리츠종금증권은 사건 발생 후인 지난 9일 삼성증권의 1분기 순이익이 108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4.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IBK투자증권은 6개 증권사(미래에셋대우, 삼성‧NH투자‧한국투자‧메리츠종금‧키움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이 약 673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0.4%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증권 사태를 토대로 미래를 내다본 분석은 없었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발행 사태에 따른 비용은 2분기에 손실 처리되기 때문에, 2분기 실적을 얘기할 때 언급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CNB에 “다른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사례와 달리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손실 규모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그 영향 정도를 얘기하기 힘들다”며 “이번 사태가 삼성증권 금융 시스템의 문제인지, 개인의 문제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아 관련 보고서를 많이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유령주식’ 사태로 2분기 손실 반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의 이번 손실은 금융당국의 제재, 고객 이탈, 투자자 피해 보상 등으로 구분된다. 삼성증권의 주가 하락세를 표시하고 있는 금융정보회사 모니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손실 규모 얼마나 되나
이번 사태로 인해 삼성증권이 입게 될 손실은 얼마나 될까. 이번 손실액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분석할 수 있다.
첫째는 금융당국의 제재와 관련된 손실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삼성증권에 어떤 수준의 징계를 내리지는 지에 따라서 손실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과징금 부과라면 손실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몇 개월 영업정지 같은 고강도 제재가 내려질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된다.
다음으로는 고객 이탈에 따른 손실이다. 국민연금공단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삼성증권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는데 이에 따른 손실액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 등 리테일 부문의 동요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측에 따르면 사고 전날인 5일 176조2000억원이었던 리테일 부문 예탁자산은 사고 발생 7일 후인 13일에 177조6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며 현재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이번 사태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주주들의 피해 보상에 따른 손실도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CNB에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 보상 등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직 손실 규모를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며 “입력 실수로 배당된 주식 중 매도 물량 501만주 처리와 관련해서는 100억원 미만의 손실이 예상되지만, 투자자들에게 피해 접수를 받고 있어서 고객 보상이 진행되면 손실 규모가 조금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