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ICT 기술의 발달로 정맥과 홍채, 지문 등 생체인증 카드가 대세로 부상할 전망이다. 롯데카드의 손바닥 정맥을 사용한 ‘핸드페이’ 서비스 모습. (사진=롯데카드 제공)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플라스틱 카드가 사라진다? 카드사들이 목소리와 안면, 홍채 등으로 결제하는 생체인증 카드를 선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보안시스템을 일원화하기 위한 카드사 간의 네트워크 기술도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CNB가 하루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신용카드 시장을 들여다봤다. (CNB=손정호 기자)
눈과 목소리 결제…인체증빙 ‘진화’
8개 카드사 모바일협의체 ‘기술공유’
나는 기술, 기는 소비자 대책 ‘문제’
요즘 카드업계의 대세는 생체 인증이다. 정맥과 홍채, 지문, 목소리 등 개인의 신체 특징을 활용해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 결제할 수 있다. SF 영화에 나오던 일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우선 롯데카드는 손바닥 정맥을 사용한 ‘핸드페이(Hand Pay)’ 서비스를 내세웠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과 롯데마트, 롯데리아, 세븐일레븐 등 70여 곳에 ‘핸드페이’ 전용 단말기를 설치했다.
암호화된 정맥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금융결제원 바이오정보 분산관리센터와 카드사에 분산 보관된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CNB에 “개인마다 다른 손바닥 정맥 정보를 사전에 등록한 후 전용 단말기에 손바닥만 올려놓으면 결제할 수 있다”며 “근적외선 센서가 정맥 속 헤모글로빈 성분을 조사해 식별한다”고 말했다.
BC카드(KT 계열사)는 목소리로 결제할 수 있다. BC카드의 스마트폰 결제 애플리케이션인 ‘페이북(paybooc)’에서 ‘보이스(Voice)’ 인증 버튼을 누른 후 자신의 이름이나 ‘은하수’ ‘도깨비’ 등 특정한 단어를 신분 확인용 음성으로 등록할 수 있다.
등록된 음성은 숫자 형태로 암호화된다. 이 암호화된 음성은 스마트폰에 저장되는데, 결제 시 개인 음성 정보와 카드사 서버에 저장한 음성을 복수로 점검한다.
BC카드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스피커만 있어도 같은 단어를 발음만 하면 비밀번호 6자리를 누르지 않아도 결제할 수 있다”며 “안드로이드(Android)와 애플 운영체제(iOS)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면과 홍채를 통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도입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애플 아이폰X의 안면인식 서비스인 ‘페이스 아이디(Face ID)’를 통해 결제를 지원한다. 앱 카드를 사용할 때 지문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현대카드는 앞으로 더 다양한 방식의 생체 결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자사 앱인 ‘신한FAN’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 ‘판페이’를 통해 홍채와 지문 인식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를 통해 지문 등록 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카드 프리’ 현상 속에 목소리를 사용한 카드 결제도 새로운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BC카드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서 ‘보이스’ 인증을 통한 카드 결제를 지원한다. (사진=BC카드 제공)
웨어러블 카드도 새로운 트렌드다. 10㎝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기술을 활용한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대회에서 ‘Visa 롯데카드 웨어러블’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평창올림픽의 마스코트인 수호랑 등을 활용해 스티커와 배지, 장갑 형태의 패셔너블한 신개념 카드로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은 것. 관람객 전용인 이 카드는 SNS를 통해 회자되며 선물로도 인기를 얻어 약 4개월 동안 15만장 판매됐다.
향후에도 롯데카드는 웨어러블 카드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 다양한 형태의 카드를 제작해 고객의 다변화된 취향을 충족시키겠다는 것.
NFC 표준규격도 상용화가 코앞이다. 신한·현대·국민·롯데·하나·BC·삼성·농협카드 등 8개 카드사는 모바일협의체를 구성하고 NFC 표준규격을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저스터치(JUSTOUCH)’라는 이름으로 일반에 공개되며, 전국적으로 2만5000대의 전용 단말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앱 카드의 ‘NFC 활성화’를 설정하면 비밀번호 입력이나 생체 확인 과정 없이, 스마트폰을 전용 단말기에 접촉만 해도 결제할 수 있다.
▲NFC 기술을 사용해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카드’도 카드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다. 롯데카드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Visa 롯데카드 웨어러블’로 큰 인기를 얻었다. (사진=연합뉴스)
“유형별 소비자 피해대책 선행돼야”
이같은 ‘바이오 카드’들이 등장한 이유는 뭘까.
우선 ICT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 등이 조금씩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서 고객의 니즈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인인증서 폐지 움직임도 이유로 꼽힌다. 지난 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인인증서를 폐지하고 이용자가 다양한 신분 확인 기술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내용의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다. 공인인증서는 계약 성사를 확인하기 위한 ‘전자서명’의 기능으로 탄생했지만 쇼핑몰 결제, 공공기관 신분 확인 등으로 확산되면서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공인인증서 발급이 어려운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인터넷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기 힘들다. 공인인증서와 한 몸이나 마찬가지인 액티브X의 부작용도 문제다. 액티브X는 웹 서비스에 필요한 응용 프로그램을 자동 설치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인데 이로 인해 보안·해킹의 취약성, 컴퓨터 속도저하 등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따라서 이런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생체 인증 등 다양한 신기술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형 카드’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복제와 해킹 등 보안 취약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안면, 정맥, 지문 등을 등록해 카드를 사용하면 기존 플라스틱 카드보다 더 많은 개인정보가 공개된다는 것. 홍채나 지문, 목소리의 경우 간단한 기기를 사용하면 복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CNB에 “본인 확인 방식을 다양하게 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에 대해 사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혁신성만 아니라 책임성에도 관심을 두고 기술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