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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셰이프 오브 워터’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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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18.03.15 10:20:39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최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을 수상했다.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모두 차지하면서 올해 아카데미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기자는 지난 10일 상봉CGV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를 봤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2006년 작품인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때부터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사람이라 기대감이 컸다. 사실주의와 현실주의를 적절하게 섞은 이야기와 영상은 세계 어떤 창작자들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것이기 때문. ‘판의 미로’는 스페인 내전 생황을 다루면서, 전설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이 여자아이와 만나 독특한 아우라를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과 구 소련의 경쟁이 한창이던 냉전 시대, 미국의 한 항공우주 연구센터에 지능과 감정을 지닌 수중 생명체가 들어온다. 이 연구센터에서 청소부로 일하던 여성 농아 엘라이자는 해부 위기에 처한 남성 수중 생명체에게 사랑을 느낀다. 엘라이자는 흑인 여성 동료, 소련인이지만 신분을 속이고 있는 과학자의 도움으로 수중 생명체를 화가의 집으로 피신시킨다. 

엘라이자는 이 집에서 수중 생명체와 사랑을 나눈다. 욕실의 문을 잠그고 물을 틀어놓고, 물이 공간을 채우고 흘러 넘치는 중에 수중에서 사랑하는 것. 하지만 이들의 평화는 오래 가지 못한다. 연구센터의 군인이 이들을 추격하면서 비가 오는 날 바다로 돌려보내려던 엘라지아의 계획이 틀어진다. 결국 엘라이자는 수중 생명체와 함께 군인의 총에 맞는다. 타인과 자신에 대한 치유능력이 있는 수중 생명체는 다시 일어나 군인을 죽인다. 그리고 가슴에 총을 맞은 엘라이자를 안고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이어 엘라이자의 목에 난 세 개의 상처는 아가미로 바뀐다. 수중 생명체와 엘라이자가 키스를 한다. 할아버지 화가는 엘라이자가 그와 함께 바다에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한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1960년대라는 향수를 자아내는 시대를 배경으로, 수중 생명체와 농아의 비극적인 사랑을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담았기 때문이다. 

특히 ‘셰이프 오브 워터’는 두 가지 측면에서 경제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하나는 독특한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성공. ‘셰이프 오브 워터’의 매출이 ‘스타워즈’ 시리즈만큼은 아니겠지만, 멕시코 출신 감독이 ‘미믹’ ‘헬보이’ ‘퍼시픽 림’ ‘크림슨 피크’를 거쳐 아카데미의 주인공이 된 데에는 현실과 환상의 조화를 통한 아우라라는 그만의 상상력이 기여한 바가 크다. 

두 번째는 다름에 대한 관용이다. 미국과 구 소련의 대결, 미지의 존재에 대한 배격과 공격이 유발하는 기회비용과 슬픔, 많은 죽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대결이나 전쟁보다 평화와 공존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이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과거 냉전 대결의 현재적 산물로 남아있다. 이를 극복해야 하는데,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 일본과의 정치·경제적 협력을 계속 유지·강화하면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에도 이런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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