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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은 지방분권”

“20년 의정활동 경험 살려 ‘지방자치 시즌2’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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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8.03.02 10:19:25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은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행정기능과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해 고른 발전을 이루자”고 강조했다. (사진=CNB포토뱅크)


역대 최대 조례발의 ‘일하는 의회’  
전현희 의원과 ‘지방의회법’ 개정 
“지방분권 개헌은 고른발전 핵심”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은 1998년 강동구 구의원으로 선출된 이후 20년간 지방자치에 몸담아온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 증인이다. 강동구의원 2선, 서울시의원 3선을 역임했고, 서울시의회 부의장과 민주당 대표의원을 거쳐 2016년 7월부터 서울시의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양 의장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을 겸임하며 ‘지방분권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중앙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행정기능과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해 고른 발전을 이루자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임기만료 4개월을 앞둔 지난 1일, 그간의 성과와 비전을 들어봤다. (CNB=도기천 기자)  

어느덧 9대 의회가 마무리 되어 간다. 9대 의회의 주요 성과는.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이다. 특히 서울시의회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천만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이다. 3선의원이자 의장으로서 큰 사명감을 느끼며 시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기 위해 온힘을 쏟았다. 

9대 후반기 서울시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서울 속으로 한 발 더, 시민 곁으로 한 뼘 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민 소통과 공감, 그리고 협치를 위해 노력했다. 무엇보다 ‘안전, 민생, 청년’을 서울시민 3대 행복과제로 내걸고, 입법, 예산, 감사, 민원 등 모든 면에서 행복과제를 실천해 왔다. 

특히 9대 의회는 역대 의회 중 가장 활발한 입법 활동을 펼쳤다고 본다. 임기 시작 이후 지금까지 2480건의 조례안(재의요구안, 동의안, 건의안 등 포함)이 발의되었으며 이 중 2115건이 처리되었다. 이는 7,8대 의회의 동기간 발의건수와 비교하였을 때 크게 증대한 수치다.

민원해결 시스템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시민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빠른 시일 내에 덜어드리기 위해 민원처리를 전담하는 부서가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민권익담당관’을 신설했다. 이후 민원현장 직접 방문, 이해당사자와 관련 공무원이 모두 포함된 민관협의체 운영, 민원 사후관리 등 시민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힘을 쏟았다.  

▲양준욱 서울시의회 의장. (사진=CNB포토뱅크)


2018년 첫 임시회가 열리는 중이다. 이번 임시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이번 제278회 임시회는 2018년 새해 첫 임시회로서 올해 의정활동의 각오를 다지는 계기다. 올해는 9대 서울시의회에 참으로 중요한 시간이다. 지난 4년 동안 쌓아올린 성과들이 다음 10대 의회의 의정활동에 밑거름이 되게 하고, 지방의회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하는 때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그간의 가치들을 실현하는데 주력하겠다. 

9대 의회의 최우선 과제는 ‘시민의 안전’이다. 최근 미세먼지, 지진, 화재 등 서울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의회는 중앙정부 및 서울시와 협치를 통해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으며, 특히 안전의 사각지대가 없는지를 살피고 실효적인 제도개선을 이뤄내겠다. 

서울시의회는 ‘지방분권 개헌 촉구를 위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지방분권 실현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개헌’ 또한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 점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지난 10월 26일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여수박람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자치와 분권은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이며, 대한민국의 새 성장 동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형 개헌’을 약속했다. 헌법 속에 지방분권을 담아내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에 공감하며, 지방선거에 맞춘 개헌 일정 또한 환영한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후속조치로 발표한 ‘자치분권 로드맵’ 등을 들여다보면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논의의 초점이 집행부 위주다 보니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한 로드맵이 매우 빈약해 보인다.  

행안부 로드맵에 제시된 지방의회 관련 항목은 의장의 사무직원 인사권 확대, 입법정책 전문인력 지원, 지방공기업 인사청문회 도입 등에 불과하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동안 지방의회가 주장해온 요구사항들이 반영된 것 같지만, 세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이 제한적으로만 채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우리의 지방자치는 ‘강(强) 집행부와 약(弱) 의회’의 구조다. 지방의회가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에 대한 지방의회의 권한이 국회의 위상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돼야 한다.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방의회는 결코 집행부를 제대로 감시·견제할 수 없다. 지방정부의 권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작업이 지방분권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서울시의회는 ‘지방분권 개헌 촉구를 위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함께 ‘10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양준욱 의장은 서울시민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관련 조례 제·개정을 실현해 왔다. 재난대비 긴급구조 종합훈련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서울시의회는 일찍부터 ‘지방분권 TF’를 출범시켜 가동해왔다. 지방의회가 지방분권을 요구하는 이유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는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기본질서이자 우리 세대가 후손들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할 시대적 사명이다. 분권과 자치를 통해 지역 간 고른 발전과 국가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 주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한 지방의원들이 주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다. 이는 우리 삶과 다른 개념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꿔나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변혁 속에서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기술 발전을 목격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국가주도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정책으로는 대한민국 방방곡곡 모든 지역의 발전을 고루 이끌어갈 수가 없다. 지역 특성에 맞는 유연하고 차별적인 정책을 펼쳐서 저마다의 다양한 성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직접 행정과 정치에 참여해 자신들의 요구를 정책에 담아내야 한다. 이런 과정과 노력이 있어야만 지역사회와 국가는 주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변할 수 있다.   

▲양준욱 의장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을 겸임하며 ‘지방분권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자치분권 강화를 위한 상호협력 협약식’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능 강화를 주창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지방분권과 관련해 지방의회의 주요 요구안은.

지방 행정환경이 급변하고 주민들의 행정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제도는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자율적인 자치입법권이 보장되지 않는 게 대표적인 예다. 

지방자치법 제22조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위법에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창의적인 조례 제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의정환경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고도로 전문화된 지식을 요구하고 있는데 지방의회 인력은 제한돼 있다. 국회의원은 유급 보좌직원을 9명이나 둘 수 있는 데 비해 지방의원은 단 1명의 보좌직원도 둘 수 없어 의원 혼자 힘으로 조례입법, 2주간의 행정사무감사, 1인당 평균 3800억원에 달하는 예산심의, 지역 민원처리 등을 해결해야하는 상황이다.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서울시의회는 지방분권 7대 과제를 수립했다. 7대 과제는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보,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자치조직권 강화, 자치입법권 강화, 지방의회 예산편성 자율화, 인사청문회 도입, 교섭단체 운영 및 지원체계 마련 등이다. 

특히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으로 집행부를 철저히 감시하기 위해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의회사무처 인사권 독립 ▲산하 공기관 및 부단체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 법제화를 반드시 이번 개헌 논의 속에 녹여내고자 한다.  

또 개헌 논의와는 별개로, 추미애(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이미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최근 서울시의회가 마련한 지방의회법(안)을 전현희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그동안 서울시의회가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 진행과정과 주요내용은.

지방의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장 중심으로 되어있는 현행 법령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데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았다. 

중앙에 국회법과 정부조직법이 있듯이 지방도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를 구분해 지방의회법과 지방정부법으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5장의 지방의회 관련 규정과 서울시의회 기본조례 및 회의규칙의 내용을 국회법에 맞추어 구성한 지방의회법(안)을 마련했다. 앞서 언급한 지방분권 7대 과제도 모두 여기에 담았다. 외부자문과 내부회의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하겠다. 현재 전현희(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의 접촉을 통해 국회 대표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5일에는 국회에서 지방의회법 발의 관련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한 바 있다. 

지방자치는 수레의 양쪽 바퀴 같은 것이다. 중앙․지방 두 기관이 균형을 이뤄야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지방의회법의 조속한 통과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방의회법(안)을 마련하기까지 서울시의회 106명의 의원님들과 사무처 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법안은 발의되었고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조속한 통과를 위해 전현희 의원을 비롯, 발의에 참여한 38명의 국회의원 모두와 함께 전력을 기울이겠다. 우선 오는 12일에 전현희 의원과 공동으로 국회 공청회가 예정돼 있다. 

▲강동종합복지관에서 열린 ‘사랑과 나눔의 효도잔치’에 참석한 양준욱 의장. 양 의장은 강동구의 5선 의원이다. (사진=CNB포토뱅크)


9대 의회를 마무리하는 소회와 의장님 개인의 향후 계획은.

2년전 9대 후반기 서울시의회 의장으로 취임하면서 느꼈던 책임감의 무게가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덧 임기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시민의 삶, 특히 소외계층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고자 온힘을 다했다고 자평한다. 

특히 서울시민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관련 조례 제·개정은 물론 민원 해결에 적극적으로 앞장서 왔다. 역대 의회 중 가장 활발한 입법 활동과 현장중심의 의정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아쉬움도 크다. 서울시의회 의장이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으로서 급변하는 지방 행정환경에 걸맞은 의회 제도를 갖추기 위해 애썼지만 의도한 만큼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는 만큼 9대 의정활동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지방의회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전현희 의원실과 긴밀히 협력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30년을 살았고 5선의 의정생활을 했던 강동구의 구청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한다. 20여년 전 정치에 처음 입문해 강동구의원 재선, 서울시의원 3선을 역임했다. 풀뿌리 정치인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과정을 한단계씩 차근차근 밟아왔고, 이를 통해 쌓아올린 지방자치에 대한 산 경험과 경륜을 인정받아 서울시의회 의장과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고 있다. 

강동구의 경우, 현 강동구청장이 3선이기 때문에 차기 구청장은 (3선제한 규정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새 인물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크다. 지난 20년 동안의 의정생활과 구의회와 시의회에서 쌓아온 여러 경험과 능력을 강동 발전을 위해 쓰고 싶다. 

지금까지 정치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지역주민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 덕분이었다. 지역의 소중한 주민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제가 가진 모든 경험을 지역발전의 밑거름으로 쏟아 붓겠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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