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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KT vs SKT ‘가상현실’ 대격돌

5G시대 개막…VR산업 대변혁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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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18.02.23 11:10:01

▲KT는 5G 시대를 앞두고 실감형 미디어 사업을 강화해 우리나라 VR 시장의 파이를 키울 계획이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KT 본사에서 고윤전 KT 미래사업개발단장이 VR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손정호 기자)

KT, 5G기반의 VR 본격 개막  
SKT, 아바타 앞세운 ‘소셜VR’
시장 기대감에 주가도 ‘쑥쑥’
뒤떨어진 규제 넘어야할 산

“5G 시대의 킬러 콘텐츠는 실감 미디어, VR·AR입니다.” (KT 고윤전 미래사업개발단장)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KT 본사에서 진행된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 기자간담회’는 5세대 이동통신(5G Networks)을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 시대가 시작됐음을 선언한 자리였다. 100평 남짓한 1층 스튜디오 공간에 100여명의 취재진들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에서 2대의 대형버스에 나눠 타고 ‘브라이트(VRIGHT)’ 신촌점으로 이동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KT가 어떤 ‘깜짝 카드’를 내놓은 것인지 실감하기 힘들었다. KT는 이번 행사에 관한 사전자료를 언론에 배부하지 않았다. 보통 통신사들이 새 제품을 출시하거나 거창한 행사를 열 때 미리 보도자료를 배부하는 관례에 견주어보면 이례적이었다.
 
KT가 ‘보안’을 유지했던 이유를 신촌에 도착해서야 알게 됐다. ‘브라이트’는 신촌 명문길 오시리스타워 2~3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대학시절 친구와 함께 수업 시간에 빠져나가 찾아가던 평범한 외양의 건물로, 어드벤처존과 워킹배틀존, AR스포츠존, VR게임존으로 구성돼 있다. 

2층에서는 어트랙션을 사용한 VR 게임과 게임개발사 드래곤플라이의 슈팅게임 ‘스페셜포스’를 발전시킨 ‘스페셜포스 VR: UNIVERSAL WAR’를 즐길 수 있다. 3층에서는 1~2명이 들어갈 수 있는 유리룸에서 헤드셋과 센서를 이용한 AR스포츠 ‘하도(HADO)’, ‘활2 VR’ 등 게임을 할 수 있다. 

기자가 어색하게 도구를 착용해봤다. 눈앞에 펼쳐진 세계는 현실과 잘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뛰어난 해상도와 세밀한 건물들, 마치 그 속을 걸어가고 있는 듯한 긴장감, 이른바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이 이제 생활 속으로 들어왔음을 실감하게 했다. 

기존의 소규모 VR게임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는데, 이는 향후 게임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 속 몬스터가 바로 내 눈앞에 다가오자 위협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브라이트 관계자는 CNB에 “최첨단 전용 헤드셋과 조이스틱 등을 활용해 누구나 손쉽게 새로운 게임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오픈일에 맞춰 플라잉 제트 등 VR과 AR를 활용한 50여 종류의 게임을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KT는 이곳을 ‘VR 테마파크 브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다음달 1일부터 문을 연다.  KT는 ‘브라이트’를 시작으로 펀드 조성, 관련 법규 정비 노력 등으로 VR·AR 시장을 선도해 오는 2020년 1조원으로 ‘파이’ 자체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브라이트’는 KT와 GS리테일의 공동 사업인 게 특징이다. KT는 ICT 기술을 토대로 플랫폼 구축과 콘텐츠 수급 및 서비스 개발을 맡고, GS리테일은 프랜차이즈 사업 노하우를 장점으로 운영 시스템 구축과 매장 운영을 하게 된다. 직영점과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며, 오는 2020년 200여 지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KT는 GS리테일과 손잡고 도심형 VR 테마파크 ‘브라이트’ 사업을 시작한다. 헤드셋인 일체형 HMD(Head mounted Display)를 포함한 ‘개인형 VR 극장’을 올해 추가 선보이고, 헬스와 교육 등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VR 콘텐츠 제작사들이 영세한 점을 감안해서는 펀드 조성으로 투자를 활성화하고, 단말기 제조사와 콘텐츠 기업, IT 기업이 참여하는 VR 얼라이언스(Alliance)를 만들어 전략적 제휴를 도모할 예정이다.

▲KT가 GS리테일과 손잡고 시작하는 VR 테마파크 ‘브라이트’ 신촌점의 내부 모습. 자동차 어트랙션을 활용한 VR 게임(왼쪽)과 VR 전장체험 게임 알림판 모습. (사진=손정호 기자)


‘빅3’ 이통사 대격돌 예고 

KT의 첫걸음은 서막에 불과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5G시대가 시작되면 게임시장과 엔터테인먼트, 쇼핑 시장의 모습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VR은 인간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연결하는 시작점으로 꼽힌다. 헤드셋을 착용한 후 4차원 도로나 지하세계 등 컴퓨터가 만든 환상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AR은 컴퓨터가 만든 아바타 등이 현실세계 속에 혼재돼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구글의 게임개발사 나이안틱랩스(Niantic Labs)와 닌텐도가 손잡고 개발한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가 대표적. 

미국의 IT 기업 구글과 일본의 콘텐츠 기업 닌텐도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우리나라의 VR·AR 시장은 작년 기준 18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5G가 2019년 3월부터 상용화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이 서서히 끓어오르고 있다. 5G는 기존 4G인 LTE(Long Term Evolution)보다 20배 빠른 전송속도를 자랑한다. 4G 환경에서도 VR을 구현할 수 있지만, 5G에서는 보다 현실감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KT가 게임을 중심으로 한 VR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면, 강력한 경쟁 상대인 SK텔레콤(SKT)은 모바일 인터넷동영상(OTT·Over The Top) 서비스 ‘옥수수’의 소셜VR을 추진한다. 

SKT는 오는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작되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8’에서 ‘옥수수 소셜VR’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친구들을 만나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며 대화할 수 있는데, SKT는 쇼핑과 VR를 접목한 ‘인터랙티브 VR 콘텐츠’도 개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아직 두드러진 움직임은 없지만 조만간 비장의 카드를 꺼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VR 콘텐츠 기업의 주가도 올라가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매출 376억원 규모의 국내 AR기업 소셜네트워크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소셜네트워크는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연구원은 “4차 산업 혁명의 기본이 될 5G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2019년 3월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돼 통신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5G 시대에는 VR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통신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T의 ‘옥수수 소셜VR’로 리그오브레전드 경기를 시청하는 모습. SKT는 이를 오는 26일 스페인 MWC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선진국 비하면 걸음마 수준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높다. 대표적인 게 ‘규제 장벽’이다.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에 의하면 VR게임방 하나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공간, 플랫폼, 콘텐츠에 따라 각각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의 심의를 모두 받아야 한다. 미래 사업에 정부가 미리 대응하지 못한 탓에 기업들은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 중소 VR기업 이사는 CNB에 “현재 우리 법에는 VR산업에 대한 카테고리 자체가 없다”며 “저작권법상 VR 영상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분류돼 있어서 기초적인 정비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규판 연구위원은 “미국 기업들은 이미 VR과 AR,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며 “자본력 측면에서도  엔젤 투자와 대규모 벤처 캐피털 등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에 자금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우리는 이런 측면에서는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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