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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삼성전자 주가, 잇단 호재에도 무덤덤한 이유

‘이재용 부회장 복귀’ ‘액면분할’…주식가치는 왜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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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18.02.07 09:55:13

▲2심 재판부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구속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일시 반등 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앞서 주식 액면분할 결정이 발표됐을 때도 반짝 반등에 그쳤다. 잇단 호재들이 ‘일일천하’에 그친 이유는 뭘까. (CNB=손정호 기자)

호재 쏟아져도 주가 제자리걸음
‘일시반등 후 하락’ 패턴 이어져
실적부진·美증시 폭락 발목 잡아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던 1심 재판 결과를 뒤집은 것으로, 이날 이 부회장은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된지 353일 만에 서울구치소를 나왔다.

이 부회장이 자유의 몸이 되자 삼성전자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작년 11월 2일 287만6000원으로 1년 내 최고점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선고공판이 있던 5일에는 전거래일 대비 0.46% 오른 239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미국증시가 폭락장을 연출한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 석방이 상당한 호재로 작용했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6일 삼성전자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주가는 1.04%p 내린 237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러한 ‘이벤트 후 주가 상승, 하락세 반전’ 흐름은 최근 주식 액면분할 발표 때에도 확인됐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0:1의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주식 액면분할 안건은 오는 3월 23일 주주총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면 4월 25일 매매정지 후 5월 16일부터 거래가 재개된다. 기존 250만원대의 삼성전자 주식은 5만원대로 낮아진다. 발행주식 총수는 보통주 기준 1억2838만6494주에서 64억1932만4700주로 늘어나, 개인 투자자들이 큰 부담없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수 있게 된다.

액면분할 발표일인 31일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한 때 6%p 상승해 260만원대를 돌파하기도 했지만, 장 막판 매물이 쏟아지면서 전거래일보다 0.2%p 오른 249만5000원 선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이후 주가는 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은 액면분할 발표일 23만8200주를 순매도했고, 3거래일 동안 약 54만주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기관은 14만8000주를 순매도했다. 개인만 63만4500주 순매수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와 주식 액면분할 결정 직후 주가가 일시 상승 후 소폭 하락했지만, 미국 증시 폭락세 속에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재편 걸림돌 되나

‘이재용 집행유예’와 ‘액면분할’. 주가에 호재로 보이는 큰 이벤트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힘을 못 쓰는 이유로는 작년 ‘어닝 서프라이즈’가 꼽힌다. 올해 기저효과에 대한 우려다.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65조9800억원, 영업이익 15조1500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전체로는 매출 239조5800억원,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을 보였다. ‘슈퍼 사이클’에 접어든 반도체 부문 호조로, 2~3분기에도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운 바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 하락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컨센서스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 61조6300억원, 영업이익 14조550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각각 7%p, 4%p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DRAM 출하량 감소와 애플의 아이폰X 부진에 따른 OLED 가동률 둔화, 스마트폰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들었다.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도 전반적으로 햐향 조정된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325만원에서 310만원, 신한금융투자는 350만원에서 320만원, 현대차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각각 340만원에서 330만원, 키움증권은 380만원에서 340만원으로 내렸다. 외국계인 JP모건은 310만원에서 300만원, 노무라증권은 370만원에서 360만원으로 조정했다.

이 부회장 복귀와 액면분할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에 최근 주가가 부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증권 하인환 애널리스트는 CNB에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로 오너 리스크가 해소돼 주가가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미국 증시를 비롯해 현재 거의 모든 종목이 대부분 하락세”라며 “액면분할의 경우 주가에 긍정적인 이벤트이지만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 이익 추정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점,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지주사 체계 재편과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 등 큼지막한 사안들이 중단된 점도 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로 꼽힌다. 

IT업계의 특성상 새로운 변화에 발빠르게 대비해야 하는데, 삼성전자는 2016년 세계 1위 전장기업 하만을 92조3760억원에 인수한 후 더 이상 눈에 뛸만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 

유안타증권 최남곤 애널리스트는 CNB에 “이 부회장이 복귀했지만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상당부분 소각한 상태라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빠르게 진행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당분간 지배구조를 손대기 보다는 회사 성장전략을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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