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갤러리가 올해 첫 전시로 김성호, 원범식 작가의 2인전 ‘쌓아 올린 더미’전을 다음달 28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책과 건축물을 소재로, 새로운 세상을 구현해 내는 두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과 건축물 기존의 모습을 해체하고 다시 재구성해,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은 환영의 세계,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 내는 환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김성호 작가는 화면을 압도하는 사실적인 표현으로 책을 그린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책이 만드는 세상. 책은 문명의 산물로 사회에서 끊임없이 생산되는 기록물이자 창작물로서 존재한다. 작가는 이런 책의 의미와 그 안에 쓰인 글, 내용을 드러내기보다는 사물 그 자체로서 상징성을 담아 책을 묘사해 이야기를 전달해왔다. 쌓여진 책을 통해 사회구조를 말하는 그는 “책은 우리사회와 문화와 함께 발전해 왔고, 거기에는 구체적인 지식과 정보들이 담겨 있어 우리사회의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책을 구체적,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책으로 된 세상을 그렸다면, 최근에는 책을 식물 속에 숨겨서 기존의 세계와는 조금 동떨어진 환상을 담은 세계를 그리고 있다. 책이라는 구체적인 현실에 환상을 부여했던 이전 작업에서 더 나아가 현실이 아닌 비현실 속에 책을 숨겨 놓음으로써 환상성을 부여하는 것. 쌓아 올린 더미 안에서 또 다른 영역의 세계를 찾아 냈다고 볼 수 있다. 리나갤러리 측은 “기존의 세계를 부수고 그 위에 다른 질서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구조들이 가진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 김성호 작가의 새로운 시도”라고 밝혔다.
어디서 본 듯한 건축물들이 기이하게 쌓여 있는 사진이 있다. 건축조각을 하는 원범식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직접 사진 촬영을 하며 채집된 건축물들을 콜라주해 새로운 건축물로 탄생시키는 작품을 이어오고 있다. 존재하는 건물을 소재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건물을 짓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보는 방법이 아닌 상상하는 방법을 깨닫게 해준다. 또한 실재하는 세계를 분석하고 해체한 뒤 주관적 프레임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리나갤러리 측은 “견고한 건축양식이 와해되고 나서야 구축되는 원범식의 건축은 전혀 불가해한 구성들에 의지해 비현실적 건축을 초현실적으로 존재하게 한다”며 “원범식 작가는 기존의 질서를 가볍게 허물며 세상에 없는 환상의 공간을 창조해 내며 디지털 시대의 유희를 경험하게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