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SK 등 주요 그룹사들이 올해의 키워드로 '내부 변화'를 지목했다. 2일 열린 신년회에서는 조직문화 혁신, 대외 신뢰회복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사진=CNB포토뱅크)
주요 그룹 총수들과 CEO들이 새해에 내세운 화두는 ‘내부 변화’였다. 2일 일제히 열린 신년회에서는 ‘초심으로’ ‘신뢰받는’ 등의 자세를 되짚는 말들이 유독 자주 나왔다. 1년 전 사업성과 중심의 ‘혁신’과 ‘목표 달성’을 강조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불어 닥친 ‘재벌개혁’ 바람 앞에서 무술년(戊戌年)을 맞은 재계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했을까. (CNB=선명규 기자)
저성장 시대 ‘미래먹거리’ 강조
기존 방식 뒤집는 ‘혁신’ 필요
직원복지·업무효율 향상 약속
‘변화’를 통한 ‘신뢰 회복’이 주요 열쇳말이었지만 사업에 대한 언급도 물론 있었다. 우선,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기존 조직 구조와 사업 운영 방식을 전복하는 파격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 “안주하지 말고 초심 찾아야”
삼성전자에서는 지난해 말 취임한 김기남 사장(DS 부문장)이 신년사를 했다.
2일 경기도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그는 세 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미래를 창조하는 초일류 기술 회사, 지속 성장 가능한 조직문화 창출,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회사’ 등이다.
이를 실행하는 방안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 문화의 정착 ▲4차 산업혁명시대를 주도할 기술력 확보 ▲유연하고 벽이 없는 조직문화 구축 ▲솔선수범과 배려로 초일류회사에 맞는 매너 함양 ▲국내외 산업 생태계와 상생을 통한 공동체 기여 등을 제시했다.
작년 올린 최대 실적에 방심해선 안 된다는 당부도 있었다. 김 사장은 “작년의 성과에 자만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변화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해에는 과거의 관행과 업무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마음가짐과 재정비된 조직을 바탕으로 질적인 도약을 이루자"면서 "이를 통해 고객과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초일류 회사로 거듭나자"고 말다.
이날 시무식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윤부근 CR담당 부회장, 신종균 인재개발담당 부회장, 고동진 IM부문장(사장) 등 사장단과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사업방식 근본 바꿔야”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단순 변화, 그 이상의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구 부회장은 글로벌 경기 악화와 4차 산업혁명 등이 기업 간 경쟁구도를 바꾸는 상황을 지적하며 “익숙했던 기존 고정관념을 과감히 버려 사업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철저하게 우리의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부회장이 제시한 경영 방향은 네 가지다. ‘근본적인 R&D 혁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 확보’, ‘사업 방식의 철저한 변화’, ‘국민과 사회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기업’ 등이다.
그는 “LG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온 저력이 있다”며 “사업 구조 고도화를 향한 도전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도 있겠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혁신하고 변화한다면 반드시 영속하는 LG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 ‘새해인사모임’은 사내방송을 통해 전국 계열사 사무실과 사업장으로 생중계 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책임경영으로 새로운 도약”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올해 경영방침은 ‘책임경영’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이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자동차산업의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2일 ‘신년 메시지’에서 정몽구 회장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미래기술 혁신 가속화 및 경쟁심화로 자동차산업도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책임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변화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정 회장은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의 확립을 통해 판매 생산 손익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매년 전기차를 1차종 이상 출시하는 등 현재 2차종인 전기차를 2025년 14차종으로 확대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3위, 전체 친환경차 시장에서 2위를 공고히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태원 SK 회장 “‘비즈니스 모델’ 혁신 필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종전 방식을 뒤집어야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최 회장은 먼저 “SK가 지난 20년간 그룹 이익이 200배 성장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여전히 ‘올드 비즈니스’를 열심히 운영하거나 개선하는 수준에 안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Sudden Death) 시대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Deep Change)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이 언급한 ‘딥 체인지’의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다. 그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 자산을 공유하거나 변화를 주는 ‘공유인프라’, 해외라는 기존과 다른 시장을 공략하는 ‘글로벌 경영’ 등 구체적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신년회에 편한 차림으로 등장한 최 회장은 미리 준비한 신년사를 읽지 않고 강연 형태로 30분간 자유롭게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신동빈 롯데 회장 “‘뉴 롯데’의 가치 새겨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뉴 롯데'의 가치를 내재화하고 본격적으로 실행해 나가야한다”고 당부했다. ‘뉴 롯데’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고, 고객의 삶에 가치를 더하는 기업이 되겠다”며 내세운 롯데그룹의 새로운 기업이념이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은 ‘워라밸’, ‘욜로’ 등을 언급하며 “사회 트렌드와 가치 변화에 면밀한 관심을 기울여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또 “그룹 전반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이루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비리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 회장은 경영투명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주변과 항상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존경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면서 “일자리 창출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롯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창립 50주년, 재도약의 2018”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 4년간 이어진 150여건의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고 새롭게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 2014년 3월 취임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가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에 따라 비핵심 철강사업은 매각, 유사사업은 합병했다. 저수익, 부실사업도 과감하게 정리했다. 그 결과 2012년 71개까지 늘었던 포스코 국내 계열사는 현재 38개가 됐고, 해외 계열사도 181개에서 124개로 줄었다.
경북 포항 본사 대회의장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권오준 회장은 “지난 2014년부터 이어진 구조조정 결과, 회사 체질이 개선됨에 따라 올해부터는 기존 사업의 스마트화와 함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성장 사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포스코는 창립 50주년 공식 엠블럼을 소개하기도 했다.
허창수 GS 회장 “절차탁마 자세로 경쟁력 확보”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2일 ‘2018 GS신년모임’에 참석한 경영진에게 ‘부지런히 학문과 인격을 닦는다’는 뜻의 사자성어 ‘절차탁마(切磋琢磨)’를 인용하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허 회장은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결코 앞서 나갈 수 없으며 자신만의 차별화된 역량을 확보한 기업만이 생존을 넘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족한 부분은 배워서 한 걸음 더 나가고, 똑같은 실수는 줄여가야 하며 절차탁마의 자세로 역량을 쌓아갈 때 '밸류 넘버원(No.1) GS'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힘써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변화의 흐름을 잘 읽어내야 한다. 그간 우리가 축적한 역량을 모아 신사업을 발굴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데 매진해야 한다”며 “나아가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계열사가 보유한 강점을 더하고 어려움을 나눈다면 시너지가 배가 돼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연 한화 회장 “체질개선으로 4차산업혁명”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전사적인 혁신과 체질개선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가까운 곳에서 근심이 생긴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시점”이라면서 “우리 계열사들 중에 10년 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기업들이 몇 개나 있는지, 미래시장에서도 통할 세계적 역량을 지닌 기업들은 있는지 냉정히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단순한 비용 절감과 투자 축소가 미래경쟁력을 극대화 하는 방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뒤 “지금부터 미래성장 전략을 고민하고 경쟁사보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내일의 기반을 더 적극적으로 다져야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각 사마다 체격에 따라 체질개선을 이루고 글로벌 수준의 체력을 갖춰 사업구조의 선진화부터 제품과 기술개발, 일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변화와 성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오늘을 뛰어넘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가 확보와 인재양성에 더욱 힘써야 한다”며 “밀레니얼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가 시너지를 내는 ‘젊은 한화’의 소통문화도 미래경쟁력으로 뿌리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공격적인 해외사업 확장과 M&A 추진의지를 재확인 했다.
2일 손 회장은 “국내사업에서의 압도적인 역량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또 “어려운 사업환경 속에서도 2020년 매출 100조원을 실현하는 ‘그레이트 CJ’ 완성의 기반이 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며 “‘그레이트 CJ’는 ‘월드베스트 CJ’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다. 최종 목표를 향해 함께 전진하자”고 말했다.
‘월드베스트 CJ’는 2030년까지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CJ그룹의 비전이다.
이밖에 ‘자녀 입학 돌봄 휴가’·‘창의 휴가’ 도입,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신설 등 지난해 대대적으로 실시한 조직문화 개선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인재제일의 정신으로 지난해 5월 발표된 조직문화혁신 시행과 같이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통해 CJ 임직원들이 일류인재로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새로운 기업문화 정착과 시장 선점을 위한 발빠른 대처를 강조했다.
2일 신년사에서 박정원 회장은 “일하는 방식에서부터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일까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통한 혁신적 시도가 있어야 한다”며 “이런 시도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혁신적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기업문화가 그룹 전반에 자리 잡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관련, 박 회장은 “경영환경과 시장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기존 사업에서는 경쟁사에 앞서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개척하고, 신성장 동력 사업들은 사업화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근원적 경쟁력 강화, 경영효율 제고, 경영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각 계열사 경영진의 리더십도 주문했다.
그는 “경영환경 변화의 영향은 부문별로 다르므로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각 사 경영진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환경변화를 면밀히 살피면서 발생 가능한 변수를 미리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