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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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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7.12.26 17:34:32

▲국회 전경. (사진=이성호 기자)

정치와 기업은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다. 

지난 정권 국정농단의 핵심 키워드이자 부정한 고리로 앞으로도 반드시 끊어내야 할 ‘정경유착(政經癒着)’도 있지만, 이 글에서는 논외로 치고 기업 규제(規制)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규칙 또는 규정에 의해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것을 뜻하는 규제. 기업은 응당 이윤추구가 목표다. 하지만 정도경영을 벗어나거나 잘못된 가지가 자라날 경우 이를 잘라내고 바른 성장을 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정치의 몫이다. 

너무 개입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치는 기업이 성장하는데 있어 올바른 경영을 할 수 있게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기존에 있던 규제를 죽일 수도 있는 전능적인 키를 쥐고 있다. 이에 하나의 법·제도에 기업들은 웃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등 희비 양곡선을 그리게 한다.

언론사에선 정경부(정치+경제부)가 존재하며, 긴밀하거나 혹은 대립구도를 취재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올 한해 ‘연중기획-정치와 기업’이란 코너를 연재하면서 기업 관련 핫이슈들을 다뤄봤다. 공정거래질서 확립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각종 개선책들이 새질서를 세우기 위해 조명됐다. 

특히 기업과 소비자 관련 부문을 살펴보면, 일단 양쪽 모두를 만족하며 아우르는 제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소비자의 편에서면 기업 측에서 불만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 기업 편에서면 소비자들은 응당 반발한다. 

공급과 수요 두 축 사이에서 불편함이 없는 합리적인 조율을 꾀해야 하는데 그른 규제는 정치권에 화살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정치·기업·소비자 3개의 트랙이 유기적으로 삐걱거림 없이 잘 돌아가야 하는 게 경제요, 정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려고 한다 해도 풍선효과나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 활동에 있어서 현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돼 개선책을 만들려고 하는 쪽은 긍정적인 부문을 부각시키고 부작용을 애써 축소시킨다. 반대로 신(新) 규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은 최대한 부작용을 우려한다. 모두 다 ‘윈-윈’하면 좋겠지만 그럴 순 없다. 법이 계속해서 수정을 반복하며 개정안이 제시되는 이유다.  

따라서 제도는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며 충분한 논의와 이해당사자간 조율 그리고 사회적 함의를 수반해야한다. 누구나 만족할 순 없지만 감내할 수준 이어야하고, 한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치지도 말아야한다.

각설하고, 올해 집단소송법과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다룬바 있다. 하나는 반드시 통과돼야 하며 하나는 아직 이르다.

먼저 집단소송제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 중 일부가 기업 등 가해자를 상대로 승소를 하면, 동일한 피해를 입은 나머지 소비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그 판결의 효력(기판력)으로 인해 모두 구제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도입 논의는 시작돼 왔다. 2005년 소송 대상을 증권거래법상의 일부 손해배상책임으로 한정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제정됐지만 활용도가 극히 미약해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종종 기업의 부당행위나 잘못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구제 받을 길은 요원하다. 각 개인별로 직접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야하며 피해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기업들에게는 유리한 구조다. 재판에서 패하더라도 소송을 건 사람에게만 피해액을 배상해주면 되고 나머지 소를 제기하지 않은 대다수 소비자들에게는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약 1억 건의 카드3사 고객정보 대량 유출사건과 관련, 현재까지 피해자 보상은 전무하다. 그나마 일부 소비자들이 공동소송을 걸었지만 카드사들이 항소해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에 ‘소비자피해 영역’에서 확대·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물론 기업에서는 남소(濫訴)를 걱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형식적인 반짝 사과에만 그치고 정작 소비자 보호 및 피해보상에는 극도로 소극적인 일부 기업들의 행태에 이제는 경종을 울려야 한다. 

방치됐던 소비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집단소송제 도입은 절실하다. 현 정부에서 100대 국정과제에 ‘집단소송제 도입’을 포함시키고 있어 한껏 기대를 해본다.

또한, 올해 혜성처럼 등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도 논란거리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규제는 유지돼야 한다.

현행법에서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는 기업의 사금고화를 차단키 위한 것으로 비금융사가 금융사를 소유하는 것을 엄격히 막고 있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10%로 제한하고 있고 이중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4%로 묶어 놨다.

금융당국은 핀테크 광풍에 휘말려 기존 은행과 달리 ICT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출현시킨다는 목적으로 이들 인터넷은행을 도입했지만, 은산분리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것.

이러한 규제는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영업을 하고 있는 인터넷은행에 있어서 걸림돌임과 동시에 족쇄다. 현재로서는 지분에 제한을 받는 주체 ICT 기업이 주도적으로 경영을 이끌고 갈 수 없는 구조로 과감한 투자 또한 어렵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인터넷은행에만 국한해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해 왔고, 인터넷은행들도 목말라 기대해 왔다.

현재 국회에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50%까지 허용함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과 은산분리 완화 수준을 낮춰 비금융주력자가 은행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까지 제출돼 있다.

하지만 은산분리 완화 주장은 점점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른바 인터넷은행 1호인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의 특혜시비 탓이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최근 ‘금융행정혁신 보고서’를 통해 “케이뱅크가 인가 과정에서 특혜 논란에 휘말리고 자본금 부족 문제 등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은산분리 완화 등에 기대지 말고 자체적으로 국민이 납득할만한 발전방안을 제시하게 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 금융발전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는 것.

이어 “국회 및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득과 실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며 “아울러 인터넷은행과 핀테크를 동일시하지 않도록 권고한다”고 일침을 놨다.

즉, 우선 제기되는 의혹부터 말끔히 해소시켜야 하겠다. 이후 충분한 공감대를 통한 설득력을 가져야 하는데 무리하게 은산분리 원칙을 깨려고 한다면 또 다른 특혜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쟁·성장·혁신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들은 개혁돼야 하고 철폐돼야 함이 옳다. 반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든가 반드시 필요한 곳에는 최소한의 장치로 신설하거나 아직은 남겨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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