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 고양’의 30일 오후 모습. 롯데아울렛과 이케아 고양점이 이곳으로부터 3㎞ 떨어진 곳에 10월 문을 연다. (사진=도기천 기자)
유통공룡 롯데와 신세계, 거대 가구기업 이케아와 한샘이 각각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서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친다. 대진표는 ‘신세계·한샘 vs 롯데·이케아’의 복식(2인1조) 경기다. 신세계의 고양 스타필드에 한샘이 입주하고, 롯데아울렛과 이케아 고양점이 복합매장을 이뤘다. CNB가 30일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덕양구 일대를 취재했다. (CNB=도기천 기자)
가구공룡 이케아 vs 한샘 정면충돌
스타필드 위용에 눌린 롯데 재반격
덕양구 전체가 거대한 개발 도가니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는 서울 은평구와 맞닿은 곳이다. 최근 몇 년 간 수만 세대 규모의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수도권에서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로 부상한 상태다.
덕양구 삼송동·원흥동 일대에는 2만2000여 세대가 들어선 삼송원흥지구가 조성돼 있으며, 바로 옆에서는 8700여 세대의 향동지구, 8900여 가구의 지축지구가 개발이 한창이다. 개발이 완료되는 2020년 무렵에는 3개 지구를 합쳐 인구 10만여명 이상이 거주하는 거대한 아파트촌이 형성된다.
요즘 이곳 주민들 사이에는 이케아와 스타필드가 단연 화두다. 신세계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이 지난 24일 정식 개장했고, 롯데아울렛과 이케아 고양점이 이곳으로부터 3㎞ 떨어진 곳에 10월 문을 연다.
신세계의 두 번째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 고양은 부지면적 9만1천㎡, 연면적 36만4천㎡, 매장면적 13만5500㎡에 동시주차 4500대의 강북 최대 쇼핑몰이다. 취재진이 평일에 방문했음에도 인파가 넘쳤다. 매장을 대충 훑어보는데도 2시간 넘게 걸렸다.
▲‘스타필드 고양’의 내부 모습. 평일인데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진=도기천 기자)
먹고 놀고…원스탑 쇼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체험형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 어린이 완구 전문점 ‘토이킹덤’은 하남보다 4배 넓은 고양의 핵심 매장이다. 단순히 장난감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린이들이 탑승하거나 뛰어놀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시설을 갖췄다.
스타필드 고양이 어린이 고객에게 힘을 쏟는 이유는 이 지역이 대규모 택지개발로 아파트 숲을 이루다 보니 10대 이하 자녀를 둔 30∼40대가 주고객층이기 때문이다. 생애최초, 신혼부부, 다자녀 특별공급 등으로 입주한 경우 대부분이 미성년 자녀를 둔 가정이다.
신세계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도 여기에 포인트를 뒀다. 개장식날 정 부회장은 토이킹덤을 지칭하며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여러 체험을 하면서 아이들이 숨은 능력을 찾고 더 발전적인 사고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등 즐길 거리 비중을 전체 면적의 약 30%까지 늘려 고객들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꾸몄다. 지역 맛집에서부터 유명 셰프 레스토랑, 인기 디저트 숍까지 100여 개의 맛집이 모인 ‘고메 스트리트(Gourmet Street)’는 가족 외식 공간으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이밖에도 스포츠몬스터, 아쿠아필드, 키즈 카페 등 가족 단위 고객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들이 많다. 옥상을 활용한 아쿠아필드의 실외 인피니티풀은 북한산을 바라보면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획기적인 물놀이 시설이다.
쇼핑 시설로는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신세계 최초 오프 프라이스 백화점인 신세계 팩토리 스토어, 글로벌 3대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매장 등이 입점해 있다.
▲유통업계 맞수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신세계의 최대 복병은 이케아
신세계가 이 지역에 거대 쇼핑타운을 조성한 이유는 롯데와의 경쟁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과거 ‘이마트 은평점’을 통해 서울 은평구는 물론 인접한 고양시 덕양구까지 상권을 넓혔다.
하지만 롯데가 지난해 12월 4.1km 거리에 ‘롯데몰 은평’의 문을 열면서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롯데몰 은평점은 서울 서북 상권 최초의 복합쇼핑몰이다. 지하 2층 지상 9층에 연면적은 16만㎡(4만8400여평)로 축구장(7140㎡)의 22배 규모다. 쇼핑몰, 마트, 시네마, 키즈파크 등이 들어서있으며, 옥상에는 미니축구장인 풋살장을 비롯해 실내수영장, 스크린야구장, 농구장 등 다양한 스포츠시설을 갖추고 있다.
신세계의 스타필드는 롯데몰 은평에서 불과 2.6km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규모나 시설 면에서 스타필드가 단연 우위라는 점에서 이대로라면 신세계의 압승이 예상된다.
▲오는 10월 개점 예정인 ‘이케아 고양점’의 30일 오후 모습. 여기저기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도기천 기자)
롯데, 이케아 앞세워 재반격
하지만 롯데는 이케아와 손을 잡고 재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광명점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여는 이케아 고양점은 롯데아울렛과 한 건물에 들어서는 복합 매장 형태다. 4층 규모의 건물에서 롯데아울렛이 지하 1층과 1층, 이케아가 2층과 3층을 사용한다.
이케아 고양점은 영업면적이 약 3만㎡로 세계 최대 규모다. ‘라이프스타일형 아웃렛’을 표방하는 롯데아울렛에는 총 120여개 브랜드가 입점할 계획이다.
이케아와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리빙, 식음료 상품군 구성비를 일반 도심형 아웃렛의 두 배 수준으로 늘렸다고 한다. 이케아를 방문하는 주 고객층이 20∼30대인만큼 젊은 층 취향에 맞는 맛집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은 부지면적 총 5만1200㎡, 연면적 16만6600㎡, 총 주차대수 2400대다. 규모 면에선 스타필드에 뒤지지만 이케아에 대한 소비자 호감도 등을 고려하면 결코 신세계에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특히 이 지역에는 2020년까지 2만 가구에 육박하는 아파트 단지가 건립되는데, 주부들이 새집 단장을 위해 자연스럽게 이케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케아와 한배를 타고 있는 롯데가 시너지 효과를 누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근 정부의 복합쇼핑몰 규제 방침과 관련해 “이케아도 쉬어야 한다”며 돌직구를 날린 것도 이 때문이다. 가구전문점(이케아)은 유통산업발전법상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이케아와 한배를 타고 있는 롯데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타필드 고양’에 입점한 한샘의 대규모 가구전시장. 이케아와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예고된 상태다. (사진=도기천 기자)
한샘, 글로벌 공룡 상대로 정면승부
한편으로는 국내1위 가구기업인 한샘과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 간의 접전이 관전포인트다.
한샘은 스타필드 고양점에 3600㎡(약1100평) 규모의 매장을 오픈했다. 수도권 서북부 상권에서 300~500평 규모의 대리점은 있었지만 1000평 이상의 매장은 처음이다.
CNB 취재진이 방문해보니 가정용가구와 생활용품, 부엌가구, 리모델링 관련 제품 등 ‘집꾸밈’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었다. 모든 품목을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고, 특히 전문사원이 3D 인테리어 설계 등 디지털화 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이채로웠다.
한샘과 이케아가 상권이 겹치는 곳에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가 잇따라 고양시에 출점하는 것은 고양시를 포함해 경기북부에 대형 가구매장이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샘은 최근 상암동 팬택 사옥을 매입해 한샘 통합사옥으로 리모델링 했다. 지난 6월 CNB가 촬영한 팬택 사옥(왼쪽)과 30일 오후 한샘 사옥(오른쪽)의 모습. (사진=도기천 기자)
한샘은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덩치가 커진 만큼 이케아와 상대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한샘은 2012년 7832억원이었던 매출이 해마다 20~30%씩 증가해 지난해 1조934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매년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4.6%, 24.1% 증가했다. 관련업계는 주택시장 회복에 힘입어 올해도 한샘이 두 자릿수를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샘은 최근 서울 상암동에 통합신사옥을 마련해 전 계열사들이 입주를 진행하고 있다. 팬택이 사용하던 연면적 6만6648㎡, 지하 5층~지상 22층짜리 대형 오피스 건물을 1485억원에 구입했다.
스타필드와 이케아는 상암동 사옥의 반경 10km 내에 있다. 한샘으로서는 지리적인 면에서라도 결코 이케아에게 밀릴 수 없는 상황이다.
한샘 관계자는 CNB에 “규모면에서는 이케아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지만, 가구와 가전제품이 결합된 한샘 만의 인테리어를 통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