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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이자제한법에 발목 잡힌 대부업계…제3금융시대 막내리나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 “저신용자 불법사채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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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7.07.31 11:14:55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대부업법·이자제한법상의 최고금리를 24%까지 인하할 방침이다. (사진=연합뉴스)


발등에 불 떨어진 대부업계 ‘초상집’
저신용등급 서민들 기댈 곳 사라져
불법사채 부채질하는 풍선효과 우려 

사채업의 양성화를 목적으로 2002년 10월 제정된 대부업법에 의해 정식 금융업 허가를 받았던 대부업체들이 탄생 15년 만에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국회에는 사채와 대부업의 최고이자율을 20% 이내로 한정하는 내용의 ‘이자제한법’이 여러건 발의된 상태며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의 최고금리를 일원화하고 단계적으로 20%까지 인하키로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시행령을 개정해 2018년 1월부터 대부업법·이자제한법의 최고금리를 24%까지 인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대부업법 제정 당시 연 66%였던 법정금리는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져 2007년 10월 연 49%, 2011년 6월 39%, 그리고 2016년 3월 27.9%까지 내려간 상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부업계는 사실상 초상집 분위기다.

법정최고 이자가 27.9%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또 다시 내려간다면 사실상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관련기사: 문재인 정부 ‘법정 최고금리 인하’ 향배는, ‘대부업 금리 규제’ 서민에게 독일까 약일까

이들은 폐업과 신용대출 중단이 속출하고, 저신용자층은 불법사채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을 만나 업계 입장을 들어봤다. (CNB=이성호 기자)

▲지난 24일 찾은 한국대부금융협회 입구 모습. (사진=이성호 기자)


-업계 분위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금리를 낮춘 이후 그 충격 자체도 다 흡수하지 못했는데 또 내리고 더욱이 최종적으로 20%까지 떨어트린다고 하니 업계 입장에서는 대부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들 큰 충격 속에 빠져있다. 

낮은 금리 속에서 영업을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업체들은 지금 고민 중이다. 실제로 금리가 내려가면 문을 닫겠다고 이야기 하는 회사들이 많다. 상위 소수 몇 개 업체는 견뎌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10위권 밖 사업체들은 신용대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

-업종 변경 움직임도 있는데.

대부업체들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즉 무담보 소액신용대출 사업에서 탈출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27.9%인 금리 상황에서도 이렇다. 2016년 3월~올해 6월까지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회원사가 38% 감소했다. 

손익분기점이 안 나오고 있는데 더 인하된다면 적자가 불 보듯 뻔해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7·8·9·10등급) 신용대출은 부실률이 높다. 부실률을 감안한 대출원가가 20% 이상이다. 따라서 이 같은 금리로는 도저히 신용대출 사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기에 추심업이라든가 부동산 담보대출, 아파트 후순위대출, P2P대출 등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정부의지가 강한데.

업계 대책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현재 신용금리 보다 낮은 이자를 법에서 정해놓으면 시장은 붕괴된다. 현 상태만이라도 유지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현행 금리는 알려진 것 보다 높지 않다. 

영국·미국에서는 소액대출인 페이데이론 사업자에 대해 100%~400%의 금리상한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무리하게 낮춘다고 하면 얻는 것 보다 잃는 게 더 많아 우려된다.

-어떤 부작용이 생기나.

앞서 최고금리 25%로 내린다고 가정할 경우 대부업체 설문조사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신규대출자 124만명 중 90만명은 약 1480여억원의 이자가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나머지 34만명은 업체들의 대출축소로 대부업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90만명에게 절감되는 이자를 월 이자로 따져보면 1인당 1만3000원 꼴인데 결국 이 금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4만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시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부업 조차 이용할 수 없는 서민층은 오갈 데가 없어져 결국 불법사채 시장에 내몰리게 되는데 이것이 원하는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대부업은 합법적으로 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서민들이 마지막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창구다. 여기 밑으로는 합법적인 곳이 없다. 서민한테는 마지막 자금조달 창구로 이마저도 거부되면 이 사람들이 필요한 자금을 어디 가서 구할 것이냐는 문제가 바로 생긴다.

-일본의 경우 최고금리가 20%인데.

일본은 2010년 최고이자율을 29.2%에서 20%로 인하했다. 하지만 대부업체들이 서민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안 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시장규모는 지난해 3월 기준 6조627억엔으로 10년 전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기존에는 이자가 높아서 받던 고통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대출을 못 받아 생기는 고통이 더 커진 형국이다. 대출기회가 아예 없어진 것. 

오죽했으면 소상공인들이 들고 일어나 정부·국회에 청원을 냈다. 금리를 너무 내려서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져 도산·폐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즉, 자금을 공급해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놓고 금리인하를 단행했어야지 무조건 자금줄을 끊어버려 난감한 상황에 쳐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일본 정치권에서는 서민들을 위해 금리를 다시 환원시키는 등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도 같은 현실에 직면할 수 있어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

-현 금리가 높은 것 아닌가.

27.9%라는 이자상한이 1억~2억원 규모의 대출인 경우 당연히 높지만 대부업의 신용대출은 대개 500만원 이하 소액이다. 한 달 이자가 37%든 27.9%든 몇 천원 차이밖에 안 난다. 

실제로 돈을 빌리는 사람들도 금리에 대한 저항 보다는 당장 급하기 때문에 원하는 금액을 최대한 빨리 맞춰 줄 수 있느냐에 대한 니즈가 더 크다. 정부가 극단적으로 금리를 아예 한자리 수로 낮춰준다면 고객들이 이자 부담 완화를 체감을 하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실감하기 쉽지 않다.

-정부에서는 사잇돌 대출과 4대 정책서민금융상품을 확대한다는 전략인데.

햇살론 등 서민금융상품들의 지원대상은 대부업에서 대출을 못 받아서 탈락한 사람들은 아예 지원대상이 안 된다. 즉 흡수가 안 된다는 얘기다. 현재 지원대상은 대부업이나 저축은행에서 고금리 대출을 쓰는 사람중에서 연체 없이 장기간 성실 상환한 자들이다. 

이들은 충분히 상환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이다. 이들의 고금리를 중금리로 전환시켜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대상을 바꾸지 않고 단순히 지원금액만 늘려서 될 게 아니다. 정작 대부업에서 조차 거절된 사람들한테는 돈이 안 간다는 것이다.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다. 

정부의 금융복지 상품은 시장 실패에 따라서 나타나는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운영돼야지 시장을 대체하려고 하면 안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체할 수도 없다. 그 재정투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가 운영하다보면 아무래도 추심에 무리가 따르고 저신용자들의 연체율은 금세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실에 따른 재정을 계속해서 투입해야만 하는 구조로 재원고갈을 막기 위해 성실상환이 검증된 사람들에만 한정해서 빌려주고 있는 것이다. 충분한 대안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저신용자들에게 저비용으로 지속가능하게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민간의 서민금융 기능 활성화다. 이런 관점에서 무리하고 과도한 금리인하 정책은 정부의 짐만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서민들을 불법사채로 밀어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불법사채로 내몰린다?

돈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대부업 영업이 축소되면 사채로 밀려나는 서민층이 많아지게 될 것이다. 갈 곳 없는 이들은 정부가 안 도와주면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계부채 1300조원 시대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등은 투자용 대출이다. 대출을 끼고 집을 구매하거나 임대를 내주기 위해 한 채를 더 구입하는 등 투자용이라서 이런 것은 잘라내도 그 차주가 고통을 받지 않는다. 

재산증식에 관련된 통로가 축소될 뿐이지 생활수준 자체가 확 떨어지지 않는다. 반면 신용등급 7등급 이하 600만명 서민들에게는 생활·생존자금이 필요하다. 대부업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가게 운영자금들을 위해 빌린다. 

신용등급이 좋은 경우 신용카드로 긁고 천천히 갚아나가면 되지만 대부업을 이용하는 7등급 이하 사람들은 카드가 없다. 카드론을 사용할 수 없어 대부업 등에서 부족한 자금을 빌려서 분할해 갚아나간다. 동네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면서 수익이 떨어질 경우 식자재 값과 종업원 및 아르바이트생 월급, 가게세도 내야하기에 대부업체 등에서 2~300만원씩 빌린다. 

장사가 잘되면 나눠 갚고 하는 식이다. 투자용, 재산증식을 위한 목적으로 받는 대출금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금공급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상당한 애로가 생긴다. 길거리에 뿌려지는 사채 전단지를 보고 어쩔 수없이 돈이 필요하니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자가 기본적으로 수백에서 수천 퍼센트다. 

계속해서 불법사채의 덫에 걸려서 못 헤어 나오고 나중에는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거다. 이런 부문에 있어서 대부업의 경우 인당 대출금액이 많지는 않지만 서민들의 비상금처럼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통로마저 막아버린다면 상당한 고통이 따를 수 있다.

-못다 한 말이 있다면.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대부업 시장이 무너져 업체들이 철수를 하는 것도 타격이지만 그 결과 나타나는 최종 피해자는 대부업을 이용하고 있던 서민들이다. 우리나라 민간 서민금융시스템은 세계적으로 가장 발달되고 활성화돼 있다.

신용하위 20~15% 미만 집단(7등급 이하 저신용자)이 담보나 보증없이 오직 본인의 신용만으로 500만원 가량을 빌릴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이는 정부·업계 등 이해 관계자들이 지난 15년간 서로가 노력해서 만들어온 결과다. 2002년 대부업법이 처음 생길 때 금리가 66%였다. 이를 점점 낮춰오면서 최대한 7등급 이하 대출기능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상품의 질을 높여왔다. 

하지만 금리인하를 과도하게 추진, 민간 서민금융 15년의 시스템이 깨지게 되는 임계점까지 왔다. 대부분 대부업을 이용해 보지 않은 우량 신용자들의 눈에는 고금리로 보인다. 그들(저신용자)의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은행 등에서 값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금리정책이 짜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이자를 낮춰야 한다는 편향적 시각은 서민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사지로 내모는 꼴이 된다.

민간 서민금융에서 어느 정도의 고금리는 필수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다. 이를 부정하면 서민금융이 민간에서 자리 잡을 수 없다. 공적 기능으로 대체할 수 없다. 다만 어느 수준의 금리가 적당한 지에 대한 부문을 고민해야한다. “왜? 고금리를 받아”라는 단편적 사고로 접근하면 안 된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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