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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박근혜표 면세점 파문, ‘숫자’를 보면 ‘진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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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7.07.24 08:48:34

(CNB=도기천 부국장)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 심사 과정을 조작한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밝혀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울상인 면세점업계가 이번에는 입찰 조작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감사원은 2015년 1·2차 선정에서 관세청이 평가점수를 부당하게 산정해 특정 업체는 점수가 높게, 특정 업체는 점수가 낮게 산정되도록 한 사실을 밝혀냈다. 관세청이 두 차례 모두 평가 수치를 사실과 다르게 기재하거나 적용하는 바람에 롯데는 한화갤러리아와 두산에게 면세점 특허권을 빼앗겼다.

2016년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지역에 신규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할 것을 경제수석실에 지시했다. 

당시 관세청은 2015년에 이미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을 선정했기에 추가 특허 여부는 시간을 두고 검토할 계획이었다. 더구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2015년 외국인관광객 수가 전년보다 100만명 이상 줄었기 때문에 신규 특허는 원천적으로 불가능(신규허가 요건은 외국인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해야 한다) 했다. 하지만 VIP의 뜻을 전달받은 관세청은 갖은 꼼수를 동원해 신규면세점을 허가했다.

CNB는 지난 18일자 단독보도([단독] 관세청, 면세점 입찰공고 직전에 고시 개정…사전 기획 의혹)를 통해 면세점 신규 허가가 짜여진 각본에 의해 진행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신규면세점 허가 요건인 ‘외국인 입국자수’의 산출 근거가 ‘공항·항만 등을 통한 입국자’였는데, 7년간 유지되던 이 조항이 2015년 1월27일 돌연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동향연차보고서로 확인하며, 전년도 실적을 확인하기 곤란한 경우 직전년도 자료로 확인한다’로 수정됐다는 점에서다. 

관세청은 이 달라진 조항을 근거로 2016년에도 서울 시내 면세점을 추가로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5년 기준 관광동향연차보고서’가 2016년 8~9월에 발표되는 점을 이용해 2016년 4월에 2014년 자료를 근거로 면세점 추가 허가 방침을 발표한 것. 결과적으로 2014년 통계만으로 2015년,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신규면세점이 허가된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더구나 당시 신규면세점 허가는 2000년 이후 15년 만이었다.   

앞뒤 퍼즐을 맞춰보면, 청와대가 최순실씨가 실소유주인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범을 염두에 두고 ‘면세점 사업권’을 재단 기금 모금에 활용하기 위해 7년간 유지되어온 고시의 개정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

물론 이런 가설이 오비이락(烏飛梨落)일 수도 있다. 청와대가 최씨 재단과는 무관하게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자 대기업들에게 면세점 허가를 내줬을 가능성이다. 평가점수 조작도 관세청 일부 직원들의 일탈일 뿐, 배후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7년간 유지되던 관세청 고시가 갑자기 느슨하게 풀어진 것도 우연이라고 치자.  

하지만 이렇게 믿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최씨 재단들의 출범과 강제모금, 면세점 신규허가 시기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미르재단 출범 9개월 전에 고시가 개정됐고, 고시가 개정된 다음달 15년 만에 면세점 추가 선정 계획이 발표됐다. 그리고 몇 달 뒤 신규사업자가 정해졌다. 이듬해 1월 K스포츠 재단이 출범했고 3개월 뒤 또다시 면세점 신규 모집이 공표됐다. 

이 시기에 20대 그룹의 53개 계열사가 774억원을 미르·K스포츠재단에 냈다. 당시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경쟁을 벌인 기업들은 모두 여기에 속해 있다. 롯데백화점 호텔롯데 현대백화점 신세계 호텔신라 현대산업개발 SK네트웍스 한화갤러리아 두산 등이다. 

감사원이 관세청 직원들을 무더기로 수사의뢰하면서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희대의 ‘면세점 파동’은 정권이 자본시장에 개입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두 번 다시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법부는 끝까지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 우선은 최씨 재단과 모금, 신규면세점 허가 시기에 얽힌 ‘숫자(날짜)의 비밀’을 푸는 게 중요해 보인다. 숫자를 잘 보면 진실이 보일 것이다.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다. 

(CNB=도기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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