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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베트남도 사드 늪? ‘포스트 차이나’의 빛과 그림자

유통·식품업계 앞다퉈 ‘호찌민’으로…중국이 그냥 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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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7.07.06 10:28:14

▲베트남 하노이 시내 도로의 오토바이 행렬. (사진=연합뉴스)


유통·식품업계가 베트남 시장을 놓고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사드 여파로 국내 기업의 중국 사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포스트 차이나’ 개척에 나선 것. 대형마트부터 급식사업까지 다양한 분야를 내세워 시장 선점에 한창이다. (CNB=김유림 기자) 

‘중국발 위기’ 베트남에서 만회 시도
롯데·CJ·신세계 ‘포스트 차이나’ 경쟁
中-베트남 혈맹 관계 걸림돌 될수도 

연초부터 계속돼 온 중국의 사드 보복 제재가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유커(중국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과 화장품, 호텔, 백화점 등 유통·서비스업종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은 대규모 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발 위기가 계속되자 한국 소비재기업들은 베트남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소비재 시장은 전년 대비 10.2% 성장한 1176억 달러였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450달러를 기록, 매년 5~6%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호찌민시의 경우 1인당 GDP가 6090달러에 육박한다. 1억여명에 달하는 전체 인구 중 구매력이 있는 35세 이하의 젊은층이 60% 달해 소비재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 

또 베트남 정부가 ‘개방’을 외치면서 외국 자본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외국계 유통업체들에게 소매 부문에서 자본의 100%를 소유하도록 허용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컨설팅그룹 AT커니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은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 터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번째로 매력적인 소매 시장으로 선정됐다.

▲롯데리아 쭝낀점은 베트남 하노이 중심지에 위치에 있으며 1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이다. (사진=롯데리아)


이에 국내 기업들은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꼽으며,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롯데가 ‘탈(脫) 중국’ 전략으로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 베트남에서 위기극복 발판 마련

롯데는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총 10여개의 계열사가 베트남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다. 

롯데의 베트남 사업 진출 원조인 롯데리아는 현재 204개 점포를 두면서 베트남 패스트푸드 업계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으며, 롯데마트는 13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롯데시네마는 30개관(137스크린)의 멀티플렉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홈쇼핑은 2012년 현지 대형 미디어 그룹 ‘닷비엣’과 합작법인 ‘롯데닷비엣’을 설립해 하노이·호찌민·하이퐁 등 주요 대도시에 24시간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 푸칸(PHU KHANH)면세점을 설립해 다낭 공항 국제선 신청사에서 영업 중이다. 향후 호찌민, 하노이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 추가로 점포를 열 계획이다. 

롯데제과는 1980년대 중반부터 베트남 시장에 껌·초콜릿·비스킷 등의 제품을 수출해 왔으며, 2007년에는 베트남 제과 시장 2위 기업 ‘비비카’를 인수하기도 했다.

롯데는 2014년 하노이에 초고층 랜드마크 건물인 ‘롯데센터 하노이’를 건립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곳에는 롯데백화점 하노이점, 롯데호텔의 다섯째 해외 체인인 ‘롯데호텔 하노이’가 들어서 있다. 향후 하노이시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 3300억원을 투자해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2020년 선보일 계획이다. 7만3000여㎡ 규모 부지에 전체면적 20만여㎡ 규모로 쇼핑몰, 백화점, 마트, 시네마 등이 입점한다. 

▲베트남 이마트 고밥점에서 이마트 PB상품 노브랜드 과자가 팔리고 있다. (사진=이마트)


신세계, 중국 접고 호찌민으로

최근 중국 사업 철수를 공식선언한 신세계 이마트도 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는 1997년 중국에 진출해 한때 현지 매장이 30개에 육박했지만 현지화 전략 실패로 6개 점포로 줄었는데, 이마저도 사드 사태로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전면 사업철수를 결정했다.   

이마트는 현재 호찌민시 고밥 지역에 베트남 1호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380억 규모로 계획보다 20%가량 많은 매출을 달성했으며, 호찌민시 2호점 개장도 준비 중이다. 또 이마트는 지난해 9월 베트남 호찌민시와 투자 확대를 위한 협약(MOU)을 체결하면서 2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20년까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슈퍼마켓 등 다양한 형태의 상업시설 등에 투자하고, 호찌민을 교두보로 본격적인 베트남시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CJ, 현지기업 인수합병 박차 

CJ는 이재현 CJ그룹 회장 복귀 이후 베트남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고 밝혀 이목을 끌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베트남 통합식품공장 및 연구·개발(R&D)센터 건설에 착수했다. 총 투자규모는 5350만달러(약 608억원)이며 착공과 동시에 앞서 인수한 베트남 식품업체들의 노후화된 공장도 전면 개보수 할 계획이다. 

▲베트남 흥옌성에 위치한 CJ사료공장 전경. (사진=CJ)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베트남 김치업체 옹킴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현지 생선 가공업체 민닷푸드를 사들였다. 또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베트남에 고춧가루 가공공장을 준공한다. 여기서 생산한 고춧가루는 품질검사를 거쳐 수출용 고추장이나 베트남 김치의 원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CJ CGV는 현재 베트남 15개 도시에 총 44개 상영관에 275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매년 10~15개의 복합상영관을 오픈할 계획이다.

한화, 다시 베트남 문 두드려

한화그룹은 지난 3월 8년 만에 베트남 시장 문을 두드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방산부문 계열사인 한화테크윈을 통해 베트남에서 제조업 부문 첫 투자에 나선 것. 앞서 한화생명이 지난 2009년 4월 국내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지분 100%를 출자해 현지법인을 설립, 베트남 보험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한화테크윈 시큐리티 부문은 베트남 박닌성 인민위원회로부터 1억 달러(약 1160억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 투자 허가서를 받았다. 이를 통해 박닌성 꾸에보 산업단지에 6만㎡ 규모의 공장을 건설하고 CCTV를 중심으로 DVR(영상저장장치), 전자칩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 위치한 한화생명 베트남법인 지점. (사진=한화생명)


또 한화에너지는 지난 26일 1억 달러를 들여 베트남 롱안성에 125만㎡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짓기로 했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한화S&C의 100% 자회사이며,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지법인, 효성의 효자노릇

효성은 베트남 사랑이 10여년이 넘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전략본부장(사장)이었던 2000년대 중반부터 스판덱스·타이어코드·중전기기 등 주력 제품의 복합 생산기지로 베트남을 활용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행해왔다. 그 결과 2008년 영업이익 적자였던 효성 베트남법인은 2009년부터 흑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매출 1조원을 돌파해 ‘효자’ 해외법인으로 등극했다. 

국내 급식 업계도 치열한 ‘식판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웰스토리와 CJ프레시웨이, 범LG가 아워홈 등 식자재유통 기업들은 최근 베트남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립, 현지법인 설립 등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기 위한 밑작업에 한창이다. 현지 식문화를 기반으로 수천개 메뉴 레시피를 구축하는 한편 운영 메뉴얼까지 국내와 차별화하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불고기, 비빔밥 등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 K푸드를 선보이는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마트를 찾은 베트남 고객이 주류 코너에서 진로소주를 손에 든 채 보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주류업계도 베트남 시장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무학그룹은 지난 8일 보드카와 와인 등을 생산·판매하는 베트남 주류회사 ‘빅토리(VICTORY)’를 인수했으며, 하이트진로는 ‘소주 세계화’를 선언하며 지난해 3월 베트남 법인을 설립, 수출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2의 한-대만 사태 될라” 우려 목소리도

하지만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사회주의 국가이며, 고위 관료 상당수가 친(親)중 성향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베트남과 중국의 관계가 더 밀접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TPP 폐기후, 베트남은 지난 5월 중국이 대항마로 내세운 동아시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베트남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문제 삼고 있는 점이 베트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양 국가의 밀월이 한국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얘기다. 

베트남 현지 사정에 밝은 한 기업인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정권의 뜻대로 언제든 ‘애국심 선동’이 가능한 공산주의 체제에 무심했기 때문에 (사드 보복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의 보복 수위가 베트남까지 손을 뻗는다면 최악의 경우 ‘대만 단교 사태’(1992년 한국이 중국과 수교하자 대만이 한국과 단교한 사건)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좋은 친구라는 환상, 결코 위협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불확실성을 항상 염두해 두고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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