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갤러리가 2인으로 구성된 공동체인 무화과의 작업을 소개하는 '나 방금 고래를 본 것 같아'전을 16일까지 연다.
무화과는 복수 제작이 가능한 창작물을 정기적으로 출간 및 배포하는 작업을 이어 왔다. 일정한 기간 내 판매가 가능한 창작물을 발행하고, 그 창작물을 가상의 공간(인터넷) 혹은 우편을 통해 종착지에 닿게 하는 것. 무화과는 이런 일방적이면서 평면적인 성격이 3차원의 실제 존재하는 공간에서 보여졌을 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전시'라는 수단을 통해 탐색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무화과 4호' 작품은 서해의 수많은 섬들 중 하나인 굴업도를 배경으로 진행됐다. 여행지를 임의적이고 즉흥적으로 선정하고, 벌어질 일들이 벌어지도록 내버려두는 등 작업 방식은 여행의 방식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
이 가운데 무화과가 작업 활동을 통해 지향하는 태도는 유지한다. '의도적으로 막연함을 유지하는 것' '단정짓지 않는 것' '자연스러울 것' '뜻밖의 사건에 주의를 모을 것'과도 연결시키며 세계를 인위적으로가 아닌, 내밀하고 예민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믿음을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무화과는 굴업도, 크게는 섬이라는 장소가 지닌 지형학적, 지리학적, 생태학적, 역사적 특성을 충분히 숙지하고 여행을 진행한다. 이런 선행 조사의 목적은 내면에서 벌어질 복합적인 풍경이 실제적인 차원의 환경 및 정보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반응하는지를 보기 위해서다. 이로써 내부와 외부 간의 활발한 상호 작용이 이번 작업에서 이뤄진다.
그리고갤러리 측은 "무화과가 섬에서 무위(無爲)하며 얻은 '무엇'은 여행 후에 이뤄질 예술 행위를 통해 작품 형태로 변모하게 된다"며 "이 작품을 하나씩 늘어놓고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 공간의 구조와 특성을 살펴 작품과 공간이 흥미로운 대화를 이루도록 하는 콘셉트다. 더 나아가 이 전시가 감상자와 독자들에게 물리적으로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