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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보험사기 (下)] 법 따로 현실 따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두 얼굴

“보험사 손에 칼 쥐어준 셈”…소비자 ‘압박 카드’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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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7.05.30 10:18:40

보험사기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보험사들과 사법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병원장과 모의해 허위진단서를 발급받는 고전적인 수법에서부터 사망보험금을 노린 끔찍한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수법과 형태가 대담해지고 있다. CNB가 여러 보험사들의 협조를 얻어 현 실태를 2회에 걸쳐 분석했다. 1편에서 보험사기의 수법과 유형을 다룬 데 이어, 이번 편에서는 법 따로 현실 따로가 돼버린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두 얼굴에 대해 다룬다. <편집자주>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총 7185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혐의자’를 ‘범죄자’로 사실상 확정
‘묻지마 신고’부터 해놓고 지급 미뤄
계약자 옥죄는 또 다른 ‘양날의 칼’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보다 강해진 처벌로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있다는 긍정론과 함께, 선의의 피해자 발생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동시에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2016년도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7185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6549억원) 보다 무려 9.7%나 증가한 수치다. 조사대상은 삼성·교보·알리안츠·동부·한화·신한·KDB·메트라이프·현대라이프·흥국·하나생명 등 생보사와 KB손해·삼성화재·메리츠화재·흥국화재·한화손해보험·현대해상·The-K손해·MG손해·동부화재·롯데손해 등 손보사 전체였다. 

금감원은 고도화된 조사 인프라를 활용한 1억원 이상의 고액건 적발이 증가하고,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하 보험사기방지법) 시행으로 수사기관과 공조수사가 강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가 실은 부풀려진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계에 보험사기로 확정된 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각 보험사에서 자체적으로 적발했거나 수사가 들어간 건 등 혐의자들도 포괄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보험사기방지법에서는 보험금 지급 등에 관해 사기행위로 의심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는 경우 금융당국에 보고할 수 있도록 했고, 수사기관에 고발 등 조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입원적정성 심사의뢰 등 절차를 명확히 규정했다. 

이러다보니 ‘의심 가는 사건’이 마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처럼 둔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종판결이 날 때까지는 범죄자로 보지 않는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 사무처장은 CNB에 “실제 보험사기인지 아닌지 통계가 불명확하다”며 “법적으로 확정판결을 받은 금액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금융당국이 확정판결 전의 혐의를 보험사기에 포함했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우려도 있다. 사기가 아님에도 사기로 의심받고 있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유리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보험가입자를 옥죄는 카드로 이용할 수도 있다. 보험사들은 이 법에 따라 금융당국에 보고한 경우 등에서는 보험금 지급을 미룰 수 있다는 무기를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기욱 금소연 사무처장은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의 상당수는 보험사가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잉청구의 경우 악의도 있고 선의도 있지만 판단은 보험사의 몫으로 관련법을 악용, 최종 법적 판단과는 상관없이 ‘아님 말고 식’으로 소비자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회·법조계에 따르면 과거에 보험사가 하지정맥류 수술환자가 불필요한 입원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편취했다고 인지보고하고 금감원·경찰·검찰도 유죄의 의견이었으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따라서 보험사기방지법이 보험사들에게 유리한 반면 제재수단은 미흡하다는 시선은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한 생명보험사의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파트) 직원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보험사기 방지' 거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보험사 손에 칼 쥐어준 셈”

보험사가 이러한 법적 허용 테두리를 넘어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지체·거절·삭감 시 과태료 최고 1000만원이 책정된 것이 유일한 제재장치다. 보험사기 범죄자의 형벌에 비해선 약소하다. 

예를 들어 3억원의 보험금 청구사유가 발생한 상황에서 보험사기로 의심을 해 신고를 했지만 최종 무죄로 판결나더라도 보험사 측은 적은 금액의 과태료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받는 데미지는 약하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고율의 지연이자 부담 등으로 인해 일단 보험금을 지급 후 환수하는 추세”라며 “과태료는 보험 1건당으로 계산됨에 따라 여러 보험이 가입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과태료) 액수는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확신이 있는 경우 일단 주고 나서 시시비비를 가릴 수도 있지만 분쟁의 소지가 있고 다수에서 발생하는 고액일 때는 사정이 다를 수 있어 국회에서는 관련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김관영 의원(국민의당)이 지난해 12월 대표발의 한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험조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부당하게 미루면 금융당국이 시정조치를 하거나 과징금(1억원 이하)을 부과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생명·손해보험협회에서는 과태료·과징금을 중복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과잉제재의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보험사기로 누수 되는 보험금은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피해자에게 부지급이 타당한 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 결국 보험가입자(가해자)의 직접적인 보험료 할증으로 돌아간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과다한 처벌·높은 지연이자는 보험사의 부담으로 작용해 지급심사를 위축시킬 개연성이 높다며 반대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김관영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현재 개정안은 정무위 법안 소위에 계류 중”이라며 “애초에 보험사기방지법은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보험사기 근절이라는 목적으로 둔 것으로 과잉입법이 아니냐는 논란은 있어 왔다”고 전제했다.

다만 포괄적으로 보험사기 범죄율이 줄어 손해율이 떨어지면 당연히 보험 인상요인이 적어진다는 점에서는 효과가 있다는 것.

따라서 이 개정안에는 과징금 부과 외에도 보험사 전·현직 임직원이 보험사기 범죄를 저지르면 보험사기액과 상관없이 최소 유기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강력한 조항도 달렸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조직적인 보험사기는 저지르려는 자, 보험사 직원, 병원 등이 주축인 경우가 많다”며 “이에 보험사기에 연류된 의료인·사무장병원 등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않은 경우 면허취소·영업정지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을 최근 국회에 추가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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