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가 단순 식품매장을 뛰어넘어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진=김유림 기자)
편의점 업계가 획기적인 아이디어 경쟁을 벌이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도시락을 예약하는가 하면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전기차까지 충전하는 시대가 열렸다. 진화하는 편의점의 모습을 CNB가 들여다봤다. (CNB=김유림 기자)
세탁은 기본, 전기차 충전까지
맞춤도시락에 하우스와인 한잔
혼밥·혼술족 긴연휴 두렵지 않아
“늦은 퇴근 때문에 세탁소에 갈 시간이 없었던 오모씨는 집근처 편의점에 들러 990원에 와이셔츠를 드라이클리닝 한다. 기다리는 동안 미리 예약해뒀던 내 입맛에 맞는 도시락을 먹고, 영화를 보면서 마실 맥주와 주전부리를 구입한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30대 ‘혼밥남’ 직장인의 일상이다.
국내 유통업계 업황 대부분이 장기화된 소비 부진으로 침체된 가운데 편의점만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GS리테일의 GS25, BGF리테일의 CU, 롯데쇼핑 세븐일레븐이 두 자릿수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니스톱과 이마트 위드미도 바짝 뒤를 쫓고 있다. 반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0.9%를 기록했으며, 올해 역시 1.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GS25 서귀대포점에 전기차 충전 설비를 구축 후 테스트 충전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이같은 편의점의 호황 뒤에는 1인 가구 증가와 맞벌이 급증 등 급변하는 사회 구조와 소비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전략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발하는 노력이 숨어있다. 24시간 운영과 접근성을 핵심적인 경쟁요인으로 삼았던 과거와 달리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GS25는 ‘IT기술’을 접목해 고객의 편의를 증대시키고 있다. ‘원 플러스 원’, ‘투 플러스 원’ 상품을 한꺼번에 먹기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해 ‘나만의 냉장고’ 어플을 운영 중이다. 어플 속에 보관된 상품은 전국 GS25 매장에서 유효기간 내에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고 지인에게 선물도 가능하다. 또 원하는 도시락의 예약 주문 기능도 제공된다.
보조 배터리 대여·반납 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GS25 전국 점포에서 실시하고 있고 있으며, 간단한 인증 절차를 거친 후 빌려주고 6시간 이내에 고객과 가까운 점포에 반납하면 된다.
▲GS25의 ‘나만의 냉장고’ 어플을 통해서 도시락 예약, 1+1 증정품 보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김유림 기자)
최근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와 MOU를 맺고 전기차 충전 서비스도 업계 최초로 구축했다. 전기차 충전 편의점 1호점은 제주 서귀대포점이며, 전국 점포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서울 강남 고급형 오피스 빌딩에 위치한 파르나스타워점에는 의류의 냄새를 제거하고, 살균·건조시킬 수 있는 스타일러스를 설치했다.
이밖에 당일택배(서울 지역 한정), 외국인 부가세 즉시환급, 케이뱅크 입출금 수수료 제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고객들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복합형 점포’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도시락을 중심으로 한 복합 편의공간을 콘셉트로 한 ‘도시락카페’ KT강남점을, 2015년 8월 2호점 중국대사관점의 문을 열었다. KT강남점은 고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안마기와 회의실을 갖추고 있으며, 중국대사관점은 SK텔레콤과 제휴를 통해 터치형 웹서핑과 경품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 테이블(Smart Table)이 들어서 있다.
▲세븐일레븐이 운영 중인 ‘남대문카페점’ 2층 전경. (사진=세븐일레븐)
이어서 지난해 11월 카페를 테마로 한 세븐카페점 ‘남대문카페점’을 오픈했다. 총 23석 규모의 원목 테이블을 갖췄으며, 음식도 먹고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혼밥족 등 1인 방문객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1인 전용 테이블 3석, 독립형 벽 등을 설치해 주변 눈치를 볼 필요 없이 간단한 식사나 독서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일부 점포에서 언제나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세탁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무인세탁소를 설치했으며, 365일, 24시간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드라이클리닝을 할 수 있다. 와이셔츠, 블라우스 등 간단한 세탁물부터 집에서 세탁하기 힘든 점퍼와 코트, 신발까지 총 7개 카테고리, 80개 세부서비스를 제공한다. 가격은 와이셔츠 990원, 운동화 3500원, 정장 5200원 등 기존 프랜차이즈 세탁서비스보다 최대 15% 가량 저렴하다.
CU는 점포가 위치한 곳의 특징을 살린 ‘특성화 매장’을 열고 있다. 휘닉스평창 센터플라자점은 회를 떠서 판매하는 편의점으로 유명하다. 스키장 방문객들이 회를 자주 찾는다는 점에 착안해 도입했으며, 점포 앞 수족관에서 주문하면 바로 회를 떠준다.
▲강원 평창 휘닉스파크에 위치한 CU 센타프라자점에 설치된 수족관. (사진=BGF리테일)
덕성여대학생회관점은 주 소비층이 여대생이라는 점을 고려해 매장 안에 옷을 갈아입을 수 있고, 화장을 고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 편의점에 들린 여대생들이 자연스럽게 물건을 구매할 것이라고 판단에서 마련한 것이다.
동숭아트점과 용인남동점, 화곡정원점 등 대학가와 원룸촌 입지에 자리한 15개 점포는 카셰어링 서비스(시간 단위로 빌릴 수 있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11월부터 기존 국산 소형, 준중형 차종에서 외제차 BMW까지 들여오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본사는 ‘웃고’ 가맹점주 ‘울고’
이처럼 편의점 업계는 고객의 발길을 끌어오기 위해 치열한 아이디어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본사와 점주 간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CU·세븐일레븐·GS25·미니스톱의 본사 매출과 가맹점주 매출액 현황. (표=제윤경 의원)
실제로 최근 5년간 본사 매출은 대폭 상승했지만, 가맹점주의 매출액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CU와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빅4의 총 매출액은 2010년 6조7621억원에서 2015년 14조5953억원으로 115.8%성장했다.
반면 가맹점주들은 2010년 5억650만원에서 2015년 5억8875만원으로 8225만원(16.2%)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9.8% 증가했고, 최저임금이 매년 5~6% 수준으로 꾸준히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가맹점주들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CNB에 “한 집 건너 편의점이 들어서다 보니 매출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다른 회사의 편의점이 바로 옆집에 문을 열어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도 없고, 경영악화로 중간에 그만두고 싶어도 위약금 낼 돈이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