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7.04.07 12:33:48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7일 오전 충남 홍성군 충남도청에서 대선후보 경쟁을 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만나 손을 잡고 있다.(홍성=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지난 3일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 사흘 만인 6일 저녁 충남 홍성에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관사를 전격적으로 방문해 1시간 가량 회동하며 식사와 산보를 같이 한데 이어 7일 오전에도 안 지사 집무실인 충남도청을 방문하는 등 중원 쟁탈과 동시에 중도보수층 끌어안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안지사를 만나기 위해 충남도청을 찾기로 예고돼 있었지만, 이에 앞서 관사까지 찾아가면서 더욱 적극적인 화합의 모습을 연출한 것으로 문 후보 측은 ”어제 문 후보가 안 지사 관저로 가서 식사와 산보를 같이하시면서 충분한 말씀을 나눴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도가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에서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온 충청 민심을 얻는 한편으로 안 지사를 지지했던 중도보수층 표심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후보로는 이례적으로 안 지사에게 적잖이 향했던 중도보수 표심은 민주당 경선 종료와 동시에 문 후보가 아닌 안철수 후보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을 보여 문 후보가 확장성에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날 충남도청에서 안 지사를 만나 “안 지사의 자치분권 철학이나 정책은 저와 맥락을 거의 같이 하기 때문에 이어받고 싶다”며 “시도지사들이 함께 하는 제2의 국무회의를 신설하겠다는 부분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탁견이며 그것을 문재인의 공약으로 빌려 달라”고 협력을 당부했다.
문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안 지사가 대선경선에서 내놨던 공약을 적극 흡수, 안 지사를 지지했던 중도보수적 성향의 유권자들을 껴안으려는 시도로 풀이되며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안 지사 측 지지층 흡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를 조속히 차단해 내부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문 후보는 “원래 안 지사와 함께 정권교체하고, 함께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여러 번 약속했는데, 그 마음은 변함없다”며 “안 지사는 지자체장이기 때문에 선대위에 결합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서 캠프에서 활동했던 분들을 새롭게 선대위에 참여해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리고 문 후보는 “안 지사의 ’3농혁신‘도 전반적인 농업정책 공약으로 할 만하고, 충청남도가 시행해왔던 재정 공개도 전체 지자체와 전체 공공기관, 심지어 전국까지 확대하는 부분에 대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이번 대선공약에서 특히 정책 부분은 저와 같은 취지여서 제가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7일 오전 충남 홍성군에서 대선후보 경쟁을 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함께 내포첨단산업단지 조성현장을 둘러보고 있다.(홍성=연합뉴스)
이에 안 지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힘을 적극적으로 모아드리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마음으로 안타깝지만, 저는 정당주의자로서 경선 결과가 나오면 모두 승복하고 함께 당의 이름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이라고 문 후보 지지를 천명했다.
안 지사는 기자들을 만나서도 경선 때의 ’네거티브 공방‘과 관련해 “사랑하는 사이는 원래 그렇게 다투면서 사랑이 깊어지는 것”이라며 “다툼보다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경선 이후 이런 우애와 열정을 보여주는 경선이 어디 있었느냐. 자부심을 갖는다”고 마무리했다.
이에 문 후보는 “경선에서 있었던 우리의 논쟁은 오히려 경선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우리의 폭과 외연을 넓히는 과정이었다”며 “저에게는 그 외연과 폭, 가치를 잘 가져가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안 지사 측 사람들이 선대위에 함께 참여해 정권교체를 위한 힘을 보태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 기대 중이고 지지자 분들도 함께 해 달라”고 당부한 뒤 안 후보와 함께 충남보훈공원을 참배했다.
문 후보는 오후에는 충북으로 건너가 충북 일자리 창출의 중심이자 바이오산업 현장인 오송 메타바이오메드를 방문해 충청 공략과 더불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를 계속 한다.
이어 문 후보는 평택에 있는 공군작전사령부와 탄도탄 작전통제소를 찾아 후보 확정 후 첫 안보행보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임박 징후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급박한 안보환경을 감안해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한편으로 자신의 철저한 안보관을 강조한다. 이는 다른 정파에서 문 후보의 안보관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상황에서 특히 안보이슈에 민감한 보수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문 후보는 이날 저녁에는 경기 성남으로 발길을 돌려 이재명 시장을 만나 경선 기간에 남았을 앙금을 말끔히 해소하며 ’원팀‘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며, 주말인 8일 안 지사는 물론 이 시장과 최성 고양시장 등 경선 멤버들과 소주잔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미 문 후보는 경쟁자들의 경선 주요 공약을 가다듬어서 자신의 공약으로 새롭게 선보인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어 승자 패자 가릴 것 없이 경선 멤버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경쟁자들이 품었던 지지층을 문 후보가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물론 공교롭게도 문 후보를 제외한 다른 경선 참여자들 모두 현직 단체장이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지만,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에게 무언(無言)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게 문 후보 측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