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 1층 교장실 복도에서 학생과 학부모 20여명이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홍택정 이사장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경북 경산에 위치해 있는 문명고등학교는 지난 20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는 연구학교로 확정됐다.
이에 문명고의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까지도 나서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집회를 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립학교인 문명고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서에 교장 직인도 찍지 않고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져, 이사장의 압력으로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명고의 초대 이사장은 고 홍영기씨이며, 박정희로부터 ‘5.16 민족상’을 받은 새마을운동 선구자였다.
뒤이어 그의 아들 홍택정 현(現) 이사장이 물려받아 경영하고 있으며 탄핵반대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홍택정 이사장은 다음 카페 ‘마고24 사이버 사랑방’에 ‘허허’라는 닉네임으로 ‘선산을 지키는 마산 친구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홍 이사장은 “그간 소생은 재경 ‘마고24 태극포럼’에 세 번 참석하였습니다. 별다른 애국심도 없었지만, 친구들도 만나고, 깨춤을 추고 있는 촛불들의 무법천지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태극기를 들었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또 “발광하는 촛불세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의를 외면하는 ‘침묵’입니다. 한 사람 빠짐없이 참석하여 우정어린 애국의 날이 되기 바랍니다”고 적었다.
이후 문명고는 지난 17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됐고, 일각에서는 재단 이사장의 보수성향이 국정역사교과서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편 21일 집무실로 향하던 홍 이사장에게 연구학교 지정 철회 여부, 학생과 학부모 철회 집회 등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쏟아졌고, 홍 이사장은 “얘기하기 싫다. 당신들이 판단해. 백년이고 천년이고 해봐”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