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바톤은 애나 한의 개인전 ‘폰즈 인 스페이스(Pawns in Space) 0.5’를 3월 18일까지 압구정동 전시 공간에서 선보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장소와 공간을 주제로 한 설치 작품과 일련의 회화를 선보인다.
작가에게 공간은 작품의 시현을 위한 보조적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회화 작품과 이질적인 미술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품어내고, 작가의 심상을 투영하는 일종의 플랫폼과도 같다. 그래서 그에게 공간은 능동적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작가는 주로 주어진 장소에서 영감을 받아 공간을 재해석하거나, 자신의 삶과 내면세계를 압축해 공간에 담아낸다. 그래서 공간이라는 물리적 장소에 심리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관람객도 그 공간에서 자신의 감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끈다.
독립적인 존재로 기능했던 설치와 회화도 공간을 통해 확장한다. 네온, 천, 거울, 카펫, LED 라이트, 실, 페인팅, 시트지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공간을 구획하며 평면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공간에 펼쳐낸다.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자 공간을 표현하고 담아낼 수 있는 캔버스에 다양한 재료로 구현된 빛, 색, 선, 면 등의 조형언어가 어우러진다. 이를 통해 입체감이 부여된 회화는 평면임에도 설치 이상의 공간성을 획득한다.
또 작가는 캔버스마다 장소를 지정하고 그에 부합하는 공간을 선사한다. 이로 인해 설치와 회화는 하나의 공간을 아우르면서도 개별적인 스토리를 지닌다. 각기 다른 자아를 만들며 공생하는 작품이 모인 전시 공간은 마치 소우주처럼 작용한다.
작가는 “공간은 경험에서 오는 느낌”이라는 전제하 다양한 매체, 재료, 색상, 구도로 공간에 대한 인상을 담는다. 갤러리바톤 측은 “관람객은 작가가 색, 크기, 형식, 재료를 다양하게 선보이며 밀도 있게 재구축한 공간으로 이끌려 들어가 작품 자체로 승화한 공간의 조형성과 심미성을 경험할 수 있다”며 “특히 다양한 높이와 방향으로 배치한 크고 작은 작품은 제한된 공간 안에서 관람객의 시야를 전방위로 확장한다. 작가의 공간이 제공하는 물리적이고 신체적인 경험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애나 한은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와 미시간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스코히건 스쿨 오브 페인팅 앤스 컬프처 수학 후, OCI미술관, 고양아람누리미술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부산비엔날레 특별전 등 국내 유수 기관과 뉴욕, 미시간, 메인 등 미주 지역의 다양한 전시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청주, 고양, 미국 뉴욕, 독일 바트엠스 등 국제적인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참가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등 다수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