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신문로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대우건설이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지난해 ‘감사 의견거절’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당한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4분기 회계에서 손실부분을 대부분 털어낸 데다, 분양 호조로 인한 수익분이 올해 회계에 집중적으로 계상(計上)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CNB=도기천 기자)
대규모 손실 털고 새 출발
수조원 분양대금 올해 입금
미수채권의 질 비교적 ‘양호’
안진회계법인은 지난해 11월 대우건설의 ‘2016년 3분기 보고서’에 대해 미청구공사 등과 관련된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감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감사 의견거절은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위기에 놓일 수 있는 중대사안이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보고서에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계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손실을 줄였다는 의혹을 받게 되면 또다시 ‘의견거절’ 통보를 받을 수 있고, 그리되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발생한 부실의 상당부분을 4분기에 반영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조선·건설 등 수주산업의 회계감사가 한층 강화된 점도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배경이 됐다.
이같은 대우건설의 손실은 해당 기간 동안 적자가 발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른 업종과 달리 건설·중공업 등 수주산업은 착공에서 완공, 최종 공사대금 입금까지 상당 시일이 걸리는 탓에 회계구조가 복잡하다. 협력업체에 인력과 자재를 공급하고도 제때 결재 받지 못해 손실처리 됐다가 뒤늦게 자금이 들어와 이익으로 상계 되는 경우 등이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이번 손실분은 미청구금액 등 잠재적인 부실분을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한꺼번에 부실을 털어냄으로써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영업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지난해 1~3분기 대우건설의 누적 영업이익은 2641억원이다. 4분기 손실분이 이 금액보다 더 높게 반영되면 연간 적자가 된다.
올해 대규모 흑자 예상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올해는 대규모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예상되는 잠재부실이 작년 4분기에 대부분 반영됨으로써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우건설은 지난해 국내 주택 부문에서 총2만8666가구를 분양해 분양 가구 수로는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중도금·잔금 등 분양대금이 올해 집중적으로 입금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 한해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회계에 반영된 미청구금액의 질이 양호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청구공사비는 공사는 진행했으나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이른다.
CNB가 금감원 공시 등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비 중 국내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8천억원)였다. 나머지 60%(1조2천억원)는 해외공사에서 발생했다.
대우건설과 비슷한 체격을 갖춘 시공능력평가 5위 안팎의 건설사들과 비교하면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비가 특별히 높은 편은 아니다. 현대건설이 3조6089억원으로 가장 많고, GS건설 2조1918억원, 대우건설 2조158억원, 삼성물산 1조4820억원, 대림산업 1조2618억원 등이다.
대부분 대형건설사들의 미수금 중 해외 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70~80%에 달한다는 점에서 대우건설은 국내 비중이 높은 편이다. 국내 비중이 높다는 의미는 미수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채권정리 등이 해외에 비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대우건설의 이번 어닝쇼크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주가도 이달 들어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논란이 돼온 대우건설 회계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미수채권 회수와 분양대금 입금이 올해 회계에서 온전하게 이익으로 계상될 것으로 예상돼 (대우건설의) 매각 작업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