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원하기
  •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 오탈자제보

[뉴스텔링] 국방부 사드 강행에 롯데 속앓이 “왜”

‘잠 못 이루는 밤’ 언제까지?

  •  

cnbnews 김유림기자 |  2017.01.23 13:09:53

▲사드 배치를 놓고 국방부와 롯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의 탄핵 소추로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음에도 국방부가 사드 배치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당초 사드 부지를 제공키로 한 롯데그룹이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 주목된다. 중국이 사드로 인해 ‘경제 보복’을 천명한 상황이라 중국 시장에 막대한 투자를 한 롯데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CNB=김유림 기자)

‘사드 부지 교환’ 안달난 軍 
중국 보복에 멈칫하는 롯데
탄핵심판 때까지만 버티자?

지난 16일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롯데그룹과의) 사드부지 교환 계약을 이달 안에 체결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약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롯데 측에서 이사회를 열어 최종 감정평가액을 승인하는 절차가 남았는데 아직 개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박근혜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미군과 합의, 경북 성주군 성산포대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주군민들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성주군 외곽에 위치한 롯데 스카이힐골프장으로 위치를 바꾸는 안을 내놨다. 그 해 11월 국방부의 군용지인 남양주 부지와 롯데의 성주골프장을 교환하기로 롯데와 합의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두 땅의 가치를 산정하는 감정평가 작업이 이미 마무리됐으며, 롯데 측이 이사회를 열어 승인하는 절차만 남은 상황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사드 배치 부지 교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의 회동을 타진했다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롯데가 이사회 개최를 계속 미루면서 당초 7~8월로 예정된 사드배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다급해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직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만나 담판 지으려고 했지만, 롯데 측이 만남을 연기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롯데 측이 부지 이전 계약에 미온적인 태도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강력한 사드보복 조치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전방위로 확산시키고 있으며, 특히 주한미군에 사드 부지를 제공하는 롯데를 향한 보복 강도가 가장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중국 현지에 100여곳이 넘는 롯데마트를 비롯해, 롯데백화점,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공장 등 모든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와 소방·위생·안전 점검 등을 실시했다. 구 단위의 세무서가 나섰던 과거와 달리 시에서 직접 조사에 착수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진 것. 당시 세무조사는 롯데그룹 중국본부가 설립된 지 4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게다가 롯데자산개발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청두에 연면적 57만㎡ 규모의 복합 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를 짓고 있는데, 각종 인·허가 절차도 석연찮은 이유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절대 사드배치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강력하게 밝혔다. 

▲중국 창춘에 위치한 롯데마트 글로벌 200호점인 뤼위안점. (사진=롯데마트)


중국의 사드 보복 수위는 아직 시작단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롯데와 국방부 간의 부지 맞교환이 마무리 될 경우 롯데의 중국 사업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례로 지난 2012년 중국과 일본이 조어도(釣魚島) 분쟁을 벌였을 당시,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60% 이상 감소했다. 

당시 중국에 진출한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이 일어났으며, 전국 각지에서 대규모의 반일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들이 길거리에 세워진 토요타 자동차를 부수고, 일본 기업의 영업점들을 물리적으로 공격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는 매장 입구에 “댜오위다오(조어도의 중국어 표기)는 중국 고유의 영토임을 지지 합니다”라는 팻말까지 내걸어야 했다. 

조어도 분쟁이 비견되는 이번 사드 사태로 중국 현지 뿐 아니라 국내 면세점 사업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자치하는 비중이 70%에 달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사드 배치 후보지인 롯데 성주 골프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비싼 군용지 가져가면 배임 우려

롯데가 머뭇거리고 있는 또다른 요인으로 남양주의 군용지 가격이 지난해 합의 이후 크게 급등한 점이 꼽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당시 성주골프장 부지 148만㎡의 재무제표상 장부가격은 850억원, 공시지가는 450억원이었으며, 남양주 군용지 20만㎡의 공시지가는 1400억원으로 측정됐다. 

하지만 롯데와 군 당국의 부지 교환 발표 이후 “군부대가 떠나고 롯데가 온다”는 소식에  군용지 일대의 공시지가는 수직 상승했다. 남양주 군부지가 퇴계원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이는 곧 롯데가 최종적으로 받게 될 남양주 땅의 면적이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맞교환을 강행할 경우, 추후에 롯데 경영진들은 ‘배임’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탄핵이 가결돼 차기 정부에서 다시 사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도 롯데를 머뭇거리게 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CNB에 “의도적으로 부지 교환을 미루고 있는 게 아니다”며 “기존에 운영하던 골프장을 그만두고, 군 당국으로부터 받은 토지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사업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므로 조금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안에 부지 교환을 신속히 끝내려던 국방부는 상황이 예상 밖으로 흘러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탄핵 정국이다 보니 정부가 롯데를 움직일 카드도 마땅치 않으며, 민간기업을 상대로 군 당국이 동원할 수 있는 대응 수단 역시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체제 특성상 현지 기업 하나를 죽였다 살렸다 할 수 있는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며 “롯데는 최악의 경우 중국 사업 전체가 붕괴할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군 당국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전에 사드 배치를 마무리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기고 있는 상황이지만, 반대로 롯데 입장에서는 탄핵 심판 때까지만 버틴 뒤 판단하자는 생각이라 예정대로 사드가 배치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