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마무리되고 정유년(丁酉年) 닭띠 해가 다가오고 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굵직한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던 한 해였다. 특히 경제분야는 더 그랬다. CNB가 ‘2016년 경제 이슈’를 월별로 간추려 봤다. (CNB=김유림 기자)
▲국내 제약업계는 올해부터 매출 1조원 트로이카 시대를 열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1월, 제약업계 ‘매출 1조 트로이카’ 시대 개막
병신년에 가장 호황을 맞이한 업종은 제약업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한양행이 2014년 업계 최초로 매출 1조를 돌파한 후 한미약품과 녹십자도 2015년 연매출 1조를 넘어서며 역사를 다시 쓰게 됐다.
특히 한미약품은 뚝심 있는 R&D(연구개발) 투자로 1조3175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전년 대비 무려 73.1% 증가한 수치다. 유한양행은 판매권을 넘겨받은 품목 중 한 제품에서만 무려 1000억원대 매출을 끌어올리는 뛰어난 영업력을 자랑했으며, 녹십자는 백신과 혈액제제에 몰두하는 자기만의 확실한 노선을 통해 1조를 넘어설 수 있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들이 12월 1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팀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 폐쇄 결정 과정에 최순실씨가 개입한 의혹이 있다며 특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월, 개성공단 폐쇄…입주기업의 ‘눈물’
북한이 연초부터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고, 박근혜 정부는 지난 2월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공단 폐쇄를 발표했다. 근로자들은 신년 벽두부터 피땀으로 일군 공장에서 허겁지겁 빠져 나왔고, 123개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정부에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기업들이 신고한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액은 9446억 원, 당국이 인정한 피해액만도 7779억 원에 달하지만, 이마저도 지원이 다 되지 않은 상태다. 개성공단 사람들이 하나같이 바라는 것은 “10년 넘게 가꿔온 개성공단의 일터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ISA는 초기 금융사의 과다경쟁 등으로 ‘깡통계좌’ 논란을 낳았다. (사진=연합뉴스)
3월, 깡통계좌 양산한 ISA 출시
3월 박근혜 정부는 ‘국민 재테크 통장’이라는 유창한 이름을 달고 ISA를 출시했다. 당국은 ISA가 한 계좌에 예금, 펀드, 파생결합증권 등 여러 금융상품을 담아 관리하면서 세제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국민의 재산을 불려줄 ‘만능통장’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ISA 출시 초기부터 과도한 실적목표 할당으로 인해 금융사 직원들은 ‘묻지마’ 영업에 시달렸고, 유치 경쟁으로 인해 전체 가입자 수의 80% 이상이 잔고 1만원 이하인 ‘깡통 계좌’에 머물고 있다. 은행들 간의 실적 경쟁, 불완전판매 논란, 수익률 공시 오류 등 논란만 계속되다가 결국 실패한 금융상품으로 전락했다.
▲12월 26일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가습기 피해자 사망자 수가 적힌 대형 피켓을 들고 정부의 책임 수사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월, 죽음 부른 가습기 살균제 수사 ‘뒷북’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던 ‘가습기살균제’ 관련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4월부터 본격화 됐다.
앞서 2011년부터 임산부와 영유아들이 잇달아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 섬유화 증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이들의 사망 원인을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고 발표했지만,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수수방관하면서 5년이나 흘러서야 검찰 수사가 이뤄진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현재(12월23일 기준)까지 피해자 접수가 5240명, 그 가운데 사망자 수는 1106명에 이른다.
검찰 수사와 재판은 현재 진행형이다.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 중 옥시와 애경이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으며,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SK케미칼, GS마트, 다이소, 코스트코 등이 연루돼있다.
▲내년에 들어설 곳까지 포함, 서울 시내에만 13개 면세점이 들어서는 만큼 출혈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김유림 기자)
5월, 신세계·두산 가세, 서울 시내면세점 ‘출혈경쟁’
지난해 연말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신세계와 두산이 각각 명동과 동대문에 나란히 문을 열었다. 그러나 신세계와 두산을 비롯해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SM면세점(하나투어) 등 올해 새로 문을 연 면세점 모두 심각한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되면서 면세점 최대 고객인 유커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빅3’ 간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6월 10일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압수수색을 마치고 ‘회장실’이라고 적혀있는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6월, 롯데 대규모 압수수색 ‘경영 올스톱’
지난해 형제의 난부터 올해 압수수색까지 재계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기업은 단연 ‘롯데’다. 6월 초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사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 검찰의 대규모 압수수색이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호텔롯데 상장과 대규모 인수합병이 줄줄이 무산됐고, 그룹의 2인자이자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이었던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130여일 동안 진행된 수사로 500여명의 임직원이 검찰에 불려 나갔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서미경씨 등 총수 일가가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기업이 모두 53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7월, 박근혜·최순실의 ‘판도라 상자’ 열리다
한 언론이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를 보도하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0월과 올 1월 출범한 미르·K스포츠재단은 비선 실세 최순실이 실소유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50여개 대기업으로부터 총 744억원을 출연 받았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허창수 GS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자금 지원을 주문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상 유례없는 현직 대통령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으며, 국회의 탄핵 가결로 인해 직무를 정지당한 채로 새해를 맞게 됐다.
▲11월 3일 경남 통영 욕지도 공해에 회사 법정관리로 운항을 중단한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 파리호가 정박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8월, 빗나간 구조조정…세계 7위 ‘한진해운’ 무너져
“한국 정부는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허둥대며 헛발질을 했다. 브랜드 파워와 경쟁력이 더 뛰어난 한진해운에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자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현대상선에 지원하는 혼란스러운 정책을 결정했다” 280년 역사를 지닌 영국의 해운 전문지 ‘로이즈리스트’가 내린 박근혜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에 대한 총평이다.
올 한해 물류·유통업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해운업’이었다. 8월 한진해운은 경영부실과 채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기업이 사실상 청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파장은 세계 해운업계까지 미쳤다. 한진해운 선박이 전 세계 곳곳에서 압류되며 물류대란이 일어났고, 외국 경쟁 해운사들은 각자 정부의 도움을 받아 부산항에 노선을 개설하며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꿰찼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김영란 정식’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월, 청렴사회 꿈꾸는 ‘김영란법’ 시대 개막
공직자, 언론인 등이 이해당사자로부터 특정 금액 이상의 금품과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방지법)이 본격 시행됐다. 김영란법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는 적지 않다. 관공서나 공공기관에서 대가성 선물이 사라지고 있으며, 산업계는 불필요한 대외홍보비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일부 서비스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농·수·축산·화훼업의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자영업과 식당 등 동네상권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여기에다 정작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며 김영란법 제정을 촉구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 법을 위반한 사실이 속속들이 드러나면서, 힘없는 서민만 옥죄는 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발화한 삼성 갤럭시노트7. (사진=연합뉴스)
10월, 두 달도 못 채우고 단종된 ‘갤럭시노트7’
올해 모바일업계의 최대 이슈는 ‘갤럭시노트7 폭발’이다. 갤노트7은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 고속 무선 충전, 홍채인식, S펜 등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여지없이 보여주며 지난 8월 출시 직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잇따른 발화사고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고 삼성전자는 자발적 리콜을 진행했지만, 교환된 단말기에서도 폭발이 일어나자 결국 판매를 중단했다.
삼성의 손실은 막대했다. 갤노트7 리콜부터 재고 처리까지 4조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1분기까지 판매 기회를 잃은 데 따른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총 손실이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재무적 손실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대표공약 중 하나인 ‘보호무역주의’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 이변…‘정치 이단아’ 트럼프 당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가 대선기간 강조해왔던 공약대로 자국산업 보호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미국에 대응하고자 중국 역시 보호무역주의로 맞불을 놓으면 한국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무역장벽에 따른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의 지도자들이 내년 1월 트럼프의 취임을 앞두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한국은 탄핵 정국 속에 컨트롤타워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공백 상태에서 그동안 묶여있던 각종 식품 가격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월, 고삐 풀린 서민물가 “지갑 열기 겁난다”
12월 들어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어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는 그 동안 감시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 인상을 미뤄오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공백 상태를 틈타 제품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 18개 품목의 가격을 5~6% 인상,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일부 제품을 6.6% 올렸다.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와 맥스 등 모든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33% 인상했고, 오비맥주는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올렸다.
여기에 신선식품 물가도 비상이다. 사상 최악의 AI 확산에 따른 ‘계란 대란’으로 인해 천정부지로 계란값이 치솟고 있으며, 여름철 고온으로 시작된 배추, 무 가격 강세도 계속되고 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