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국정동력을 상실하면서 국책성 사업인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가 지속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대우건설, SK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본사 전경. (사진=손강훈 기자)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식물 상태에 빠지면서 대표적인 국책성 사업인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가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차질 없이 사업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건설사들은 앞서 진행된 뉴스테이 단지들의 수익을 따져 보고 내년도 사업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박근혜표 창조경제는 약발이 다된걸까. (CNB=손강훈 기자)
박근혜표 창조경제 약발 안먹혀
건설사들 대규모 투자사업 부담
정부 눈치 안보고 수익에만 올인
뉴스테이는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월 주거안정대책으로 내놓은 정책이다. 치솟는 전세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민간기업과 정부가 손잡고 임대주택을 보급하는 사업이다.
임대료는 주변 일반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지만, 특별한 자격 제한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입주 신청을 할 수 있으며 8년간 거주기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임대료 상승률도 연 5%로 제한된다.
서민층-행복주택, 중산층-뉴스테이로 이어지는 현 정부의 대표적 주택브랜드인 만큼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지금까지 대림산업 ‘e편한세상 도화’,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 대우건설 ‘동탄 행복마을 푸르지오’, 롯데건설 ‘신통탄 롯데캐슬’, ‘동탄2 롯데캐슬’, GS건설 ‘동탄레이크자이 더 테라스’, SK건설 ‘화성 기산 SK뷰파크’, 우미건설 ‘충북혁신도시 린스테이’, 한화건설 ‘인천 서창 꿈에그린’, 현대건설 ‘수원 힐스테이트 호매실’이 분양을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부 건설사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동력이 약해진 틈을 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뉴스테이가 국책사업이다 보니 떠밀리다시피 할당량을 떠안게 된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사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임대사업이 내키지 않는 측면이 있다. 분양은 시기를 잘 타서 치고 빠지면 끝이지만 임대는 유지·보수 등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금 흐름도 목돈을 쥘 수 있는 분양이 훨씬 유리하다. 대부분 건설사의 미수채권(미청구금액 포함)이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있는 상태에서 먼저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뉴스테이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차질 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5만4000호(지난달 말 기준)를 지을 수 있는 뉴스테이 부지를 확보한 만큼, 내년에도 뉴스테이가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의 경우 목표량의 98%를 넘어선 상태다.
게다가 내년도 뉴스테이 예산이 올해보다 89% 늘어난 2조975억원 수준으로 잠정 책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뉴스테이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 밝혔지만 건설사들은 신중모드다. (사진=뉴스테이 블로그)
“새로 들어설 정부와 다시 논의”
건설사들은 ‘신중 모드’로 돌아선 분위기다. 뉴스테이의 수익성을 직접 확인해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건설사들이 이미 완료된 뉴스테이의 분양률, 임대료 등 사업성을 검토한 후 움직여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특히 국내 주택시장 호황과 개발형 뉴스테이(건설사 보유한 택지를 이용한 뉴스테이 사업) 참여 등을 통해 건설사 소유의 택지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면서 상당한 이득을 남긴 상황이라 급할 게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주요 건설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평균 23% 가량 늘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CNB에 “솔직히 건설사들 대부분이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는 부지를 뉴스테이로 개발해 분양했다”며 “일부 남은 부지는 ‘알짜’인데 이걸 선뜻 뉴스테이용으로 내놓을 건설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성이 훨씬 나은 고가의 일반분양을 택하지 정부와 손잡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소유 토지를 불하하는 ‘공모형 뉴스테이’에 대해서도 “수익성을 판단해 신중히 움직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뉴스테이가 계속 진행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이 든다”며 “이미 판을 벌려놓은 뉴스테이만 진행하고, 새로운 개발사업은 새 정부와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게 순리일 듯싶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