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에 위치한 현대카드 사옥(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는 파격적인 문화마케팅을 앞세워 지금의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문화적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예술 도매상, 인디 아티스트들과 상생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CNB의 연중기획 <문화가 경제> 열세 번째는 대중들의 취향을 저격한 현대카드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예술 도소매상·인디와 함께
상생으로 완성한 문화 지도
꿈도 못 꿀 슈퍼공연 현실로
현대카드는 ‘소비자와 문화로 소통하는’ 금융회사다. 정태영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문화적으로 하려고 하면 할 게 얼마나 많아요?”라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실험적이고 차별화된 컬처마케팅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선봉에 선 것은 슈퍼콘서트다. ‘비욘세’ ‘어셔’ ‘폴 매카트니’… 이들은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보유했지만 내한공연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적어도 슈퍼콘서트가 열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현대카드는 전설로 불리는 스타들을 국내로 불러들였다. 지난 2007년 1월 팝페라 그룹 ‘일디보(IL DIVO)’를 시작으로 빌리 조엘, 플라시드 도밍고 등 지금까지 스물한개 팀의 슈퍼스타가 국내 관객과 만났다. 라인업이 발표될 때마다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인생 공연’이라는 감상평이 줄줄이 올라왔다.
현대카드가 슈퍼콘서트 무대에 세울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기준은 단순하면서도 까다롭다. 이름을 듣는 순간 흥분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 단순명쾌한 이 평가기준으로 세계적인 스타들을 불러들이자 대중은 폭발적인 반응으로 화답했다.
▲지난해 5월 슈퍼콘서트 무대에 오른 팝의 전설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 이 공연에는 4만 5천여 관객이 몰렸다.(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슈퍼콘서트만으로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2011년 첫 가동한 컬처프로젝트다.
컬처프로젝트의 목표는 연극, 전시, 무용 등 다양한 문화영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것. 도입 초기엔 ‘팀 버튼 전(展)’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展)’ 등 유명 전시·공연들을 주로 열며 이름을 알렸다. 인지도가 쌓이자 아티스트 후원으로 컬처프로젝트의 영역을 넓혔다. 유망 건축가를 돕기 위해 지난 2014, 2015년 개최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현대카드가 신인 건축가를 돕기 위해 지난해 실시한 컬처프로젝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사진=현대카드)
현대카드는 슈퍼콘서트, 컬처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예술 도매상’들과 상생하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공연기획사들의 취약한 부분인 광고, 홍보, 부대행사 등을 책임질 것, 협업 업체들의 티켓 판매와 수익에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 타이틀 스폰서인 현대카드가 공연기획사에 공짜티켓을 요구하는 관행을 철폐하고 동일한 가격으로 구매해 사용할 것 등이다. ‘현대카드’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함께 일을 추진하는 업체들의 권익을 보장하겠다는 의도다.
문화마케팅의 영역을 확장할 때는, 기존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지난 6월 이태원에 LP를 취급하는 ‘바이닐앤플라스틱(Vinyl & Plastic)’을 연다고 하자 국내 음반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현대카드는 몇 가지 상생 원칙을 발표하며 논란을 불식시켰다.
음반 소상공인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전국 음반판매점 소개 지도를 제작해 배포하고, 국내에 출시되거나 수입되는 음반 중 일정 수량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취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인디 밴드 등의 바이닐 제작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음반문화 활성화 로드맵’도 발표했다. 확실한 가이드라인 제시는 해당 업계의 이해로 이어졌다.
▲현대카드와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는 지난달 22일과 23일 이틀간 서울 이태원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바이 닐페어'를 열고 관람객에게 각종 LP를 소개했다.(사진=현대카드)
그 첫 번째 발걸음이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바이닐 페어’다. 지난달 22일과 23일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서 두 단체는 함께 중고 LP와 신보들을 소개하고, 바이닐 세척 방법을 시연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음반소매상들과 함께 힘을 모아 다양한 ‘상생 축제 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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