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조각가, 판화가, 디자이너, 수집가, 스타일리스트, 갤러리스트…. 수많은 수식어로 불렸던 피에로 포르나세티. 그의 작품이 한국에 찾아온다.
아트몬은 11월 22일부터 내년 3월 19일까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포르나세티 특별전을 연다.
가구와 소품 등을 주재로 한 생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미술관과 갤러리들도 관련 전시를 적극 여는 추세다. 포르나세티는 이 생활 디자인, 특히 장식미술로 알려졌다.
포르나세티는 1만 3000여 점의 오브제와 장식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그의 작품은 극적인 착시효과, 형이상학적인 풍경, 다양한 변주로 표현되는 신비로운 얼굴 등의 주제를 가지고 표현됐다.
학창 시절 미술학교에서 불량한 태도로 퇴학을 당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작업실에서 프레스기를 가지고 석판화와 드로잉을 학습해 판화 기법을 터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포르나세티 예술 출판사를 만들어 드로잉과 연감을 출판했고, 카를로 카라, 조르조데 키리고의 작품들 역시 출판했다. 인쇄물이 가질 수 있는 모든 형태와 복합적인 요소에 관심을 확장한 포르나세티는 포스터, 광고 오브젝트, 로고, 패션 액세서리까지 작업을 펼쳤다.
국내에는 양태오 디자이너를 통해 친근하게 알려졌고, 엄정화, 변정수, GD 등이 포르나세티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기도 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13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뮤지엄은 포르나세티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전시를 열었다. 전시는 밀라노에서 파리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엔 파리 장식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를 가졌다. 이번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서울 DDP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이번 전시는 밀라노의 포르나세티 아카이브에서 선정한 1300여 점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아들 바르나바 포르나세티가 전시의 기획과 구성을 맡아서 진행했다. 포르나세티 작업의 방대한 주제들을 섹션별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선보인다.
포르나세티의 화가로서의 시작부터 그의 아티스트 북을 생산하던 인쇄소, 1940년대, 1950년대, 그리고 1960년대에 있었던 지오 폰티와 긴밀했던 컬래버레이션이 펼쳐진다. 또 1970년대부터 포르나세티가 사망했던 1980년대까지의 힘들었던 시간들부터 바르나바가 창조하는 현대적인 최근 작업까지도 아우른다. 그리고 작업뿐 아니라 수집가로도 알려졌던 포르나세티의 수집품들도 볼 수 있다.
아트몬 측은 "전시장을 가득 채울 아시아 첫 순회 전시에서 21세기 디자인에 대한 선견과 또한 반성을 느끼길 바란다"며 "마술을 부리는 듯한 환상적인 포르나세티의 광기가 왜 21세기의 이 시대에서 새롭게, 그리고 뜨겁게 소통되는지 생각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