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대규모 손실과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혼란 여파 등으로 당분간 주식시장이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주식형 ISA 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최씨(왼쪽 사진)가 3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3월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 출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12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로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일임형 ISA’ 상품의 수익률이 은행 예금 이자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착시 효과’라는 주장과 ‘실제적인 투자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낙관론이 맞서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주식형 ISA, 예금상품 크게 추월
뒤늦게 투자하자니 웬지 ‘께름칙’
美금리인상 효과로 다시 하락세
ISA는 저금리·저성장으로 목돈 만들기가 힘든 시대에 개인의 재산형성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지난 3월 출발했다. 하나의 계좌로 예·적금은 물론 주식·펀드·ELS 등 파생상품 투자가 가능하다.
가장 큰 장점은 세제 혜택이다. 가입자는 소득 수준에 따라 5년 의무 가입기간을 채우면 200∼250만원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비과세 한도를 넘는 이익에 대해서는 9.9%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현행 이자소득세가 15.4%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혜택인 셈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ISA 출시 6개월(3월~9월) 동안 240만 계좌가 개설됐는데, 이 중 잔고가 1000만원 넘는 계좌는 전체의 3.8%(9만1000개)에 불과했다. 대부분(78.8%) 계좌는 10만원 이하의 소액이었다. 가입자 수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였다.
이는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가계부채 증가 폭이 신흥국 중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빚 갚기도 버거운 터라 저축은 먼 나라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식 비중이 높은 위험군 모델포트폴리오(MP)일수록 6개월 평균 수익이 괜찮았지만 이달 들어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코스피 지수가 다시 추락하면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성적표 양호 vs 기저효과
하지만 일부 ISA 상품의 수익률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최저인 연1.25%선이다 보니 예금형 ISA의 수익률은 1%대에 머물고 있지만, 증권사들이 운용하고 있는 일임형 ISA는 얘기가 달랐다.
ISA는 상품 운용 방식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신탁형’과 금융사가 제시한 모델포트폴리오(MP)에 맡기는 ‘일임형’으로 나뉜다. MP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추천하는 주식 종목이나 채권을 한데 묶은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출시 3개월이 넘은 MP 상품을 파는 곳은 31일 현재 25개 증권사며 상품 개수는 193개에 이른다. 지난 4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10개 금융사가 MP 판매를 가장 먼저 시작했고, 나머지는 그 뒤에 상품을 내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MP의 최근 6개월(4월29일~9월30일) 간 전체 평균 수익률은 2.08%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6개월 평균 금리가 1% 수준임을 감안하면 2배 가량 수익이 높은 셈이다.
이는 이 기간 동안 평균 주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MP는 주로 우량주와 채권에 투자하는데, 4월 29일(종가기준) 1994포인트였던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9월 30일 2043포인트로 2.46%가량 상승했다.
특히 주식 비중이 높은 MP일수록 수익률이 높았다.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초고위험 등 5가지 MP 중 주식 비중이 높은 초고위험군의 평균 수익률이 3.85%로 가장 높았고 초저위험 상품의 수익률은 1%가 못됐다. 국공채 등 중장기 채권에 주로 투자한 초저위험 MP는 최근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성과가 좋지 못했다.
▲올해 3월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 출발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사진=연합뉴스)
하필 이때 수익 발표 “왜”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6개월의 결과만으로는 ISA의 수익 전망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최순실 게이트,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 현대차 파업 등의 여파로 코스피 지수가 2000선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어 주식형 투자를 권하기가 힘들다는 것. 31일 현재(종가기준) 코스피 지수는 2009선까지 내려간 상태다.
채권형 상품도 전망이 좋지 않다. 미국의 12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벌써부터 국내 금리가 꿈틀대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가산금리(채권이나 대출금리를 정할 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를 일제히 인상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만기 10년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이달 현재 연2.77~3.17%로 전월에 비해 0.06∼0.32%포인트 상승했다.
채권형은 통상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금리와 정반대로 가는 경향이 있어 금리 하락기에는 수익이 좋은 반면 금리 상승기에는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의 이번 수익률 발표는 코스피가 많이 오른 시기(4월29일~9월30일)를 기준으로 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크게 추락한 점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두기 힘들다”며 “결국 미국 금리인상 여부 등 불확실성이 제거된 이후에야 ISA의 정확한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식, 채권 모두 국내보다 유럽, 중국 등 해외시장 투자를 늘리면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분산투자)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국내 시장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