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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금호타이어 인수전 불참? 한국타이어 복잡한 속내

예고된 지각변동, 신의 한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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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6.10.18 14:47:42

▲금호타이어가 누구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타이어 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타이어 업체 대표들.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왼쪽부터)

국내 타이어업계 1위기업인 한국타이어가 최근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금호타이어의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서는 여러 변수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호타이어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업계 지형이 뒤바뀔 수 있는 만큼 한국타이어의 셈법이 간단치만은 않아 보인다. (CNB=도기천 기자) 

‘독과점 논란’ 인수전 참여 걸림돌
외국기업 인수 시 기술유출 우려
박삼구 금호 회장과 연대설 ‘솔솔’ 

현재 타이어 시장은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빅3’가 장악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을 보면 한국타이어 3조3535억원(영업익 5614억원), 금호타이어 1조4466억원(영업익 558억원), 넥센타이어 9516억원(영업익 1275억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달 매각공고를 냈다. 우리은행(14.15%)·산업은행(13.51%) 등이 소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 42.1%가 매물로 나온 것. 

한국타이어 입장에서 보면 천우신조(天佑神助)의 기회일 수 있다. 중국이 저가의 타이어를 쏟아내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렀고, 넥센타이어가 공격적인 영업으로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을 앞서며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곁에 두기엔 너무 먼 그대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금호타이어에 눈독을 들이기에는 장벽이 너무 높다.  

우선 시장 독과점 문제가 있다. 대한타이어공업협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40%를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금호타이어를 합병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정부는 공정거래법상 ‘경쟁제한성’(독과점)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기업결합을 불허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올들어 국내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 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금호타이어의 원래 주인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인 금호산업의 타이어 사업부문에서 2003년 분사된 금호타이어는 이후 워크아웃을 거치며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로 전락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채권단으로부터 우선매수청구권을 취득했다. 

우선매수권은 채권 소유자가 주식을 제3자에게 매도하기 전에 채무자(박 회장)가 같은 조건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인수전에 뛰어든 경쟁자들이 제시한 가격을 보고 1원이라도 더 많은 값을 써내면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가져가게 된다. 도전장을 낸 기업이 없을 경우, 박 회장과 채권단이 매매 금액을 합의하면 된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되찾는데 사활을 거는 이유는 금호가 70여년 전 자동차사업으로 시작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1946년 광주 황금동에 ‘광주택시’란 상호로 문을 열 당시의 모습. 포드 35년형(앞), 내쉬 33년형(뒤) 등 중고 택시 2대가 전부였다. (사진=금호고속 제공)


더구나 박 회장은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그룹 재건의 핵심키워드이기 때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인 금호산업은 자동차사업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창업자인 박인천 회장은 1946년 광주택시를 창업, 60~70년대 경부·호남선 고속버스 사업에 뛰어들어 ‘금호 신화’를 창조했다. 

이 과정에서 양질의 타이어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직접 타이어를 만들기 위해 1960년 삼양타이야를 설립했다. 이후 금호타이어로 상호를 바꿨으며, 현재 국내외 10개 공장에서 연간 70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 등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했고 결국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2009년 채권단 손에 넘어갔다.  

통상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이처럼 ‘원래 주인’이 있는 매물은 건드리지 않는 게 상도의로 여겨지고 있다. 

실례로 작년 금호산업 인수전 때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대기업들이 인수후보 물망에 올랐지만, 막상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호반건설 한 곳 뿐이었다.  

더구나 한국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좋은 관계로 알려져 있다. 단지 ‘타이어’라는 이유만으로 인수전에 참여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CNB에 “정부의 독과점 규제 때문에 인수전에 참여할 수 없고, 관심도 없는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타이어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공정거래법상 시장 독과점 문제 때문이다. 정부는 ‘경쟁제한성’(독과점)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기업결합을 불허하고 있다. 사진은 송정원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과장이 지난 4월 독과점구조 유지산업 56개군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과점’에 예외 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이번 판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외국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시장 판도가 확 달라지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일본 브리지스톤, 프랑스 미쉐린, 독일 콘티넨탈, 중국 켐차이나 등 세계적인 타이어기업들이 금호타이어의 잠재적 인수후보군에 거론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미국 조지아, 중국 난징, 창춘, 톈진, 베트남 등에 9개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타이어업체 매물이 쉽게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각국에 거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중국 국영기업인 켐차이나(Chemchina·중국화공그룹)는 지난해 세계 5위인 이탈리아 타이어 제조사 피렐리를 인수하는 등 덩치를 키우고 있다.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타이어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인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해외기업이 인수하게 되면 국내 타이어 기술의 유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업결합 허가 기준인 ‘독과점’ 항목에 예외가 있다는 점도 지나치기 힘든 대목이다. 

공정위는 인수합병으로 인해 경쟁제한성(독과점)이 발생하더라도 효율성 증대가 큰 경우는 예외적으로 기업결합을 허용하고 있다. 효율성 항목은 생산·판매·연구개발·국민경제 등이다. 한국타이어가 외국기업에 맞서 국내타이어 산업을 지키기 위해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명분을 얻을 경우, 독과점 문제가 해소될 수도 있다. 

▲한국타이어가 외국기업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막기 위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과 손을 잡을지 주목된다. 한국방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이 지난달 20일 ‘2016 서울국제트래블마트(Seoul International Travel Mart)’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흑기사 백기사 선택은?

만약 인수전에 참여한다면 여러 방식이 동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직접 인수주체로 나서기에는 부담이 큰 만큼 사모펀드(PEF)와 연계한 재무적투자(FI) 방식, 컨소시엄 형태 등 다양한 형태가 예상된다.  

특히 박삼구 회장이 지난해 금호산업을 가져오며 가용 자금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라는 점에서 한국타이어가 박 회장의 백기사로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호산업 인수전 때의 호반건설 같은 역할이다.

호반이 예상 밖의 낮은 가격을 써내는 바람에 인수협상이 결렬됐는데, 이를 두고 박 회장의 매수가격을 낮춰주기 위해 호반이 백기사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기업의 인수합병에는 경쟁사의 입찰참여 여부, 시장판도, 자금력, 여론 등 고려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이번이 경쟁사(금호타이어)를 실사할 수 있는 기회인 데다, (금호타이어가)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시장구도가 바뀌게 되는 만큼 한국타이어가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단은 11월 예비입찰과 내년 1월 본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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