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11일 갤럭시노트7(갤노트7)의 단종을 공식 발표하면서, 삼성과 음으로 양으로 얽혀있는 이통3사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이통사들은 갤노트7을 매개체로 삼아 소비자와 약정계약을 맺었기 때문. CNB가 12~13일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이통 시장을 긴급 점검했다. (CNB=선명규·황수오 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판매중단과 단종을 연이어 발표한 지난 11일. 이동통신사 대리점에는 여전히 갤노트7 홍보물이 부착돼 있었다.(사진=황수오 기자)
갤노트7 단종, 이통사 대리점 ‘골머리’
매출상승·분위기UP ‘54일 천하’로 끝
교환·환불 등 ‘돈 안되는’ 업무만 폭증
삼성전자는 갤노트7의 전량 리콜 결정에 이어 배터리 발화 문제를 해소한 새 제품을 지난달 19일부터 시장에 내놨다. 하지만 새 제품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면서 결국 출시 54일 만에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갤노트7의 단종으로 인한 1차 피해자는 소비자이지만, 이를 판매한 통신사들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양대 제조사인 삼성·LG전자는 신형 폰을 이통사에 보급하면서 각종 혜택을 주고 있고, 이통사는 이 신형폰을 활용해 고객유치에 나서고 있는 게 현재의 시장 구조기 때문이다.
CNB가 13일 이통사 대리점·직영점 9곳을 둘러본 결과, 갤노트7을 구매하고 2년 약정에 가입한 소비자에게는 일정한 수준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갤노트7의 출고가는 98만8900원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가장 낮은 데이터29요금제에 가입하면 공시지원금 7만9000원과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 1만185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89만8050원으로 15만7872원이 줄어든다. 가장 비싼 요금제인 59요금제에 가입할 경우는 본인 부담이 80만7200만원으로 더 작아진다.
SK텔레콤의 경우, 밴드29요금제에 가입하면 공시지원금 6만원과 추가지원금 9000원을 지원 받는다. 본인 부담금은 91만9900원이다. 가장 비싼 밴드59요금제 가입 시 공시지원금 13만7000원에 추가지원금으로 2만550원을 지원 받아 본인 부담금은 83만1350원으로 줄어든다.
KT는 데이터선택29 요금제 가입 시 공시지원금 7만5000원과 추가지원금 1만125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본인부담금은 90만2650원이다. 가장 높은 요금제인 데이터선택59에 가입하면 공시지원금 15만원과 추가지원금 2만2500원을 지원받는다. 본인부담은 81만6400원선이다.
여기다 이통3사 대리점들은 삼성으로부터 공급받은 각종 선물을 가입자에게 지급했다. 이통사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핸드폰 케이스나 상품권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 등이다.
더구나 일부 대리점은 공식지원금(공시지원금+추가지원금) 외에도 고객유치를 위해 더 많은 선물이나 단말기보조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들이 정부가 정한 법적기준(단통법)을 초과해 지원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통사들은 고객유치 수에 따라 대리점에 실적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실적수당의 일부를 사실상 불법적인 지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갤럭시 S7, LG G5 등 신형폰 판매 경쟁이 치열하던 지난 8월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방문 취재한 결과, 대부분 매장들이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비웃듯 보조금 상한액을 훌쩍 넘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었다.
▲불법보조금의 성지로 알려진 신도림 테크노마트 9층 휴대폰상가의 최근 모습. 일부 이통사 대리점들은 갤노트7 구매자에게 공식지원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 갤노트7 환불·교환 과정에서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사진=CNB포토뱅크)
이런 상황에서 갤노트7을 다시 반환받게 되면 약정계약해지, 보조금반환, 선물회수 등 복잡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특히 이미 지급한 선물은 돌려받더라도 재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식지원금 외에 추가로 대리점이 지출한 부분에 대해서도 회계처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영업 일선에 있는 대리점들은 추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매출 하락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보통 최신 기종, 특히 갤럭시 시리즈가 출시될 경우 대리점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번호이동에 따른 고객이탈도 있지만, 반대로 유입되거나 기기변경이 활발해져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갤노트7이 판매 두 달 남짓 만에 단종이란 최악의 상황에 처하면서 매출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13일부터 시행된 갤노트7의 교환과 환불로 인해 판매에 집중할 수 없게 됐다.
한 이통통신사 직영 대리점 점주는 CNB에 “지난달 갤노트7 리콜 사태 때 대리점에서 교환이나 환불 조치를 받으려는 고객들을 응대하느라 직원들의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며 “그동안 판매율이 높았던 모델(갤노트7)이 단종된 상황인데다, 영업 외의 일이 가중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 점주도 “당장 ‘이름값’이 있는 제품이 매대에서 빠지기 때문에 영업에 도움 될 리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새 제품(배터리문제가 해소된 갤노트7)을 기다려온 고객들이 단종으로 인해 한꺼번에 환불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대란’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갤노트7이 50만대 이상 유통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노트7의 교환 및 환불은 13일부터 오는 12월 31일까지다. 최초 구매처(개통처)에서 진행된다. 단, 오픈 마켓 등에서 무약정 단말기를 구매했을 경우 개통 매장에서 통신사 약정 해지 후 구매처에서 환불 받아야 한다.
이통 3사는 일단 갤노트7 교환 및 환불에 따른 고객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일선 대리점들은 영업에 지장이 예상되는 만큼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CNB=선명규·황수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