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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2000억 사회기부 한다던 건설사들, 늑장 이유 들어보니

‘울며 겨자 먹기’식 행보…진정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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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강훈기자 |  2016.10.13 14:23:07

▲사회공헌 기금 2000억원을 조성하겠다던 건설사들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8.15 특별사면 후 열린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에서 대형건설사 대표들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다. (사진=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지난해 8.15 특별사면 후 사회공헌 기금 2000억원을 조성하겠다던 건설사들의 약속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정감사를 의식한 면피성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왜 이렇게 늦어진 걸까. (CNB=손강훈 기자)

권력실세 챙기고 기부 약속은 모르쇠
비난 일자 뒤늦게 “돈 내겠다” 공언 
“주택시장 호조…버틸 명분 없을 것” 

지난해 8월 15일, 총 48개의 건설사가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들은 4대강 등 공공사업에 입찰 담합으로 부당이득을 챙김 혐의로 입찰참가 자격에 제한을 받던 중이었다.   

사면 대상에는 대우건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GS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제재를 받고 있던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가 모두 포함됐다.

당시 사면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셌다. 그러자 이들은 사면 직후, 대한건설협회를 중심으로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을 세워 2000억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경쟁과 자정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공정경쟁과 준법경영 실천을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부금 조성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교통위원회 윤후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에 출연한 금액은 47억원. 전체 모금액의 2.35% 수준이다. 

10대 건설사 중 현대건설 20억원, 삼성물산 10억원, 대림산업·GS건설·포스코건설 각각 3억원, SK건설·현대산업개발이 각각 2억원을 냈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금을 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쇼’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개입된 의혹을 받고 있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삼성물산·GS건설·대림산업·두산중공업이 각각 수억~수십억원의 기금을 낸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자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3개사는 이달 초 각각 150억원씩을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50억원을 기부하고 나머지는 내년에 출연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삼성물산과 SK건설도 동참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는 지적과 함께 국정감사 기간에 기부금 출연을 공언한 것을 두고 진정성을 의심하는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12일 CNB에 “회사 내 기구를 통해 (기부금 납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고,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이 부분은 여러 건설사가 관련돼 있다 보니 대한건설협회 측에 문의하는 것이 좋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에 출연된 자금은 47억원으로 건설사가 악속한 2000억원의 2.35%에 불과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발기인 총회 때 모습. (사진=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총대는 대한건설협회(이하 협회)가 매고 있는 분위기다. 협회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 상황을 설명했다. 

협회 측은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이 지난해 12월 말 국토교통부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아 올해 초가 돼서야 출범해, 건설사들이 이사회나 총회의 승인을 받아 기금을 출연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공정위 과징금과 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으로 자금 압박을 받게 된 상황도 주된 이유로 꼽았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12일 CNB와의 통화에서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되면 발주청들이 담합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통상 과징금의 1.5배 수준”이라며 “과징금에 소송까지 겹쳐 자금 여유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일부 건설사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는 거액을 쾌척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번 국감에서는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올해 국내 주택시장 호조로 건설사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진 만큼 출연금을 더 미루기가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GS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의 3분기 실적 개선을 점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3분기 실적 추정치에 따르면 이들 5개사의 3분기 영업이익은 67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9%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들의 실적이 나아진 만큼 기금을 내지 않고 버틸 명분이 별로 없게 됐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라며 “업계를 선도하는 대형건설사들이 기금 출연에 나선 만큼 다른 건설사들도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CNB=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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