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오른쪽)는 현대차 쏘나타 보다 3∼4배 가량 비싸지만 두 차량의 자동차세는 동일하다.
불합리한 전기세 누진제에 대한 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세 부과방식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배기량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는 자동차세를 가격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 18대 국회 때부터 시작된 세법개정 논의가 이번 국회에서 결실을 거둘지 주목된다. (CNB=도기천 기자)
국산보다 4배 비싼 수입차, 세금 같아
50년 전 ‘배기량 기준’ 지금도 그대로
“자동차도 재산…가격기준 과세해야”
심재철 의원(새누리당)은 현행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는 자동차세를 자동차의 가액 기준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12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배기량이 낮은 고급 차량 소유자가 저가의 자동차 소유자보다 오히려 자동차세를 적게 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현행 세법구조의 불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현행 승용자동차(비영업용)의 과세표준은 배기량 1000㏄ 이하는 ㏄당 80원, 1600㏄ 이하는 ㏄당 140원, 1600㏄ 초과는 ㏄당 200원이다.
이에 따라 BMW 520d(1995㏄)는 현대차 쏘나타(1999㏄) 보다 가격이 3~4배 가량 비싸지만 배기량이 비슷해 자동차세는 둘 다 약 40만원(교육세 제외) 선이다. 2016년식 BMW 5시리즈의 가격은 9860만원, 쏘나타는 2204~3132만원이다.
또한 전기자동차인 6000만원 대의 BMW i3, 4000만원 대의 기아 레이EV는 내연기관이 없어 과세표준에서 ‘그 밖의 승용차’로 분류돼 연 13만원의 자동차세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통상 소유물(동산 및 부동산)에 부과되는 세금은 물건의 가액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부동산 거래의 경우 토지·주택의 실거래가 또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세금(보유세 등)이 매겨진다.
따라서 현행 자동차세 기준은 환경문제 등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차별적인 세금정책이며, 조세 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배기량과 차량가격은 정비례하는 추세였지만,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배기량이 낮은 고급 사양의 차량들이 출시되고 있다. 사진은 1986년 6월 서울 힐튼호텔 신차발표회에서 처음 등장한 대우자동차의 주력 모델 ‘르망’의 당시 광고.
외제차 특혜 시비 “왜”
이런 불합리한 과세가 계속돼온 이유는 자동차세가 50년 전에 만들어져 기술추세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배기량과 차량가격은 정비례하는 추세였다. 배기량이 높을수록 차값도 그만큼 비쌌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자동차 수입개방 바람을 타고 저배기량의 고급외제차들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국내 자동차산업도 점차 배기량보다 주행안전성과 편의성 위주로 진화돼 갔다. 또 최근에는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량 등 배기량과 무관한 자동차들까지 등장했다. 세금정책이 이런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현실과 멀어지게 된 것이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가들은 세금 구간을 세분화해서 배기량에 실질적인 가격이 반영되도록 자동차세를 부과하고 있다. 유럽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이다.
학계에서는 현행 자동차세를 환경 및 주행세 측면에서 해석하더라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주행세 성격인 유류세가 이미 존재하는데다, 경유 차량의 경우 별도의 환경개선부담금을 내고 있기 때문. 따라서 지금대로 과세하면 이중과세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심 의원은 “자동차 운행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반영한 유류세가 이미 세금에 반영되어 있으므로, 일반적인 자동차세는 재산세적인 성격인 만큼 자동차 가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개정안에 따르면 자동차가액 1500만원 이하는 자동차가액의 1000분의 8, 자동차가액 1500만원 초과 3000만원 이하는 12만원+(15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14), 자동차가액 3000만원 초과시에는 33만원+(3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000분의 20)을 부담하게 된다.
대표적인 경차인 모닝(998㏄)의 경우, 현행 7만9840원에서 7만3200원으로, 아반떼의 경우는 22만2740원(1591㏄)에서 11만2800원으로, 소나타는 39만9800원(1999㏄)에서 22만4300원으로, 그랜저는 47만1800원(2359㏄)에서 33만480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반면 3000만원 이상의 고가자동차는 부담이 커진다. 1984CC 아우디를 5000만원에 구입했다면 현재는 세금이 39만원 선이지만 개정안대로라면 73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