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8월이다. 그런데 이미 5월이 지났는데도 곳곳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이름이 들려온다.
바로 전두환씨의 차남 재용(52)씨의 ‘황제노역’ 논란 때문이다. 재용씨는 앞서 지난해 8월 거액의 탈세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 벌금 40억원의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법이 정한 한 달이라는 납부기한을 한참 지나 3개월가량 버텼고, 검찰로부터 지명수배까지 내려졌다. 결국 재용씨는 그 해 11월 검찰에 분할납부 허가를 받았고,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아, 지난달 1일 노역장에 끌려가게 됐다.
사실 검찰이 벌금을 내지 않고 버틴 재용씨에게 분할납부 허가를 내준 것 자체도 특혜였다. 분할납부는 70세 이상의 고령, 기초생활비 수급자, 장애인 등 극히 일부에게만 허락해주는 제도지만, 재용씨는 그 어느 조건에도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재용씨는 원주교도소에서 매일 7시간씩 교도소 내 쓰레기 치우기 등 청소 일을 하고 있으며, 965일(약 2년8개월)의 노역 기간을 마치게 되면 거액의 미납금은 내지 않아도 된다.
재용씨는 벌금 40억원 중 38억6000만원을 안냈으며, 계산해보면 하루 일당 400만원, 시급은 57만원 꼴이다.
이 때문에 “교도소에서 다이아몬드라도 캐나?” “역시 대한민국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을 받을 마음이 있는 거냐?” “법과 정의는 죽었다”라는 등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사실 재용씨의 ‘황제노역’은 대한민국 법에 따른 결정이다. 형법 70조 2항에 따르면 선고하는 벌금이 ▲1억~5억원의 경우는 300일 이상 ▲5억~50억원은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은 1000일 이상의 노역을 이행한다.
이처럼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일당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노역자들이 하는 일과 강도는 대체로 비슷하며 아무리 고액의 벌금을 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최장 3년 동안 하루 7시간씩 몸으로 때우면 모두 탕감 받을 수 있다.
2016년 대한민국 최저 시급은 6030원이며, 이마저도 못 받는 근로자들이 수두룩하다. 만약 재용씨가 이행해야 하는 노역 기간을 최저 시급으로 계산한다면, 감옥에서 250여년을 보내야 한다. 종신형과 마찬가지다.
이번 재용씨의 ‘황제노역’을 두고 분노한 국민들이 법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은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다 매년 수억원의 국민 세금이 전두환씨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평생 특혜’도 있다.
앞서 전두환씨는 지난 1997년 4월17일 대법원에서 “반란 중요 임무 종사, 반란 수괴, 상관 살해, 초병 살해, 내란 목적 살인, 뇌물 등”의 수많은 범죄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바로 그 다음해인 1998년,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의 합의하에 특별사면을 받았다.
사면은 무기직역 형의 선고가 면제되는 것일 뿐이며, 전두환씨가 저지른 범죄 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유효하다. 그러나 헌법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에게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예우를 박탈하지만, 필요한 기간의 경호와 경비는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두환씨는 연금, 비서관 및 운전기사 임명, 사무실 제공 등의 예우는 받지 못하지만, 경호·경비는 시행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전두환씨 경호에 사용된 국민 세금은 경호대 경찰관, 의경, 시설 유지비, 차량유지비 등을 포함해 총 6억5990만원이다.
특히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필요한 기간만큼 경호’에 대한 제대로 된 범위도 없어, 전두환씨는 종신 경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더 황당한 사실은 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전두환씨 자택 근처 골목길부터 사복 경찰이 지나가는 모든 행인을 대상으로 “무슨 일로 여기 지나가시는 거죠?”라고 물어보며 검문을 한다는 점이다.
물론 전두환씨에게 악감정을 가진 국민들이 워낙 많아 테러를 당할 우려가 있어 최소한의 경호가 필요하지만, 과잉보호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범죄를 저지른 권력자와 대를 이어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그의 아들에게 이렇게까지 관대한 법을 집행하고 있는 나라가 전 세계에 몇 군데나 있을까?
재용씨와 그의 아버지 전두환씨가 정말 돈이 없는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전두환씨는 대통령 재임시절 천문학적인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그의 자녀들은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검은 돈으로 호화생활을 한 것은 사실이다.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지 못하는 법은 고치면 된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진영 논리와 계파 싸움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이들에게 주는 특혜가 아무리 헌법에 따라 이행되고 있지만, 과연 국익에 들어맞는지 검토해봐야 할 때다.
더 이상 국민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른 권력자와 그의 자녀들이 평생 호의호식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