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6.08.03 14:07:13
실제 도내 공공갈등 발생 건수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 광역정부 중 최고 수준이다. 공공갈등 증가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중 행정기관과 주민간 갈등 중 지방정부와 주민간 갈등이 가장 많다.
이는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된다. 강원발전연구원장은 최근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의 자료를 제시했다. 1990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의 공공분쟁은 633건으로, 서울은 142건으로 1위다. 강원도는 43건으로 경기도와 경남에 이어 높다.
특히 갈등주체별 결과는 주목할 만 하다. 2003년 이후 도내 갈등사례 161건을 수집분석한 결과 관-민 갈등은 75건으로 가장 많았다.
관-민 갈등 중 가장 많이 발생한 것은 지방정부와 주민간 갈등으로 31건이었다. 주로 선호시설이나 비선호시설 입지와 관련된 갈등이다. 중앙정부와 주민간 갈등은 23건, 민-민 갈등은 58건을 차지했다.
도내 공공갈등은 입지시설을 둘러싼 이익갈등이 가장 빈번했다. 과거에는 비선호시설 입지와 이전에 관한 기피갈등이 다수였으나 최근에는 갈등의 유형이 다양해지는 추세라는 점은 특징적이다.
도내 공공갈등 중 지방정부와 주민간 갈등이 가장 많다는 분석결과는 두 가지 면에서 관심을 끈다.
아직 행정기관이 권위주의적 행태가 여전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들의 권력의지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시민들의 민주주의 의식이 성숙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도내 산업여건이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성장단계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도 엿볼 수 있다. 사회간접시설 설치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수도권 등은 오래 전 겪은 일들이다.
갈등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 하거나 충돌하는 상태다.
공공갈등은 행정기관이 법령 제·개정이나 사업계획 등 공공정책을 수립하거나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의미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직접적인 관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공공갈등이다.
갈등이라는 단어의 어감은 긍정적이지는 않다. 부정적이다. 민주주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대척점에 서 있는 말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좀 더 내용을 살펴보면 민주주의와 갈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정치철학자 마키아벨리는 갈등을 인간사회에서 필연적인 것으로 인식했다. 그는 정치의 역할이 바로 사회적 갈등 조절하고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좀 더 명확하다. 슈나이더는 갈등을 민주주의의 핵심요소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민주화, 다원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시민의 참여욕구 역시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출현하고 이들 이해관계자간 가치의 충돌은 더욱 늘고 있다. 갈등이 상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이나 집단간 발생하는 갈등은 권력관계로 해결된다. 사적인 해결방식은 강자가 결과를 결정한다. 공적인 해결방식은 공적인 권위가 동원된다.
갈등, 특히 공공갈등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된다. 하나는 민주주의적인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권위주의적인 방법이다.
대개 권위주의적인 방법은 갈등을 외면하고 억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시는 불만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처벌한다.
이에 반해 민주주의적인 방법은 갈등을 인정하고 민주적이 절차에 따라 갈등을 표출하고 해결과정 역시 민주적 절차에 따르도록 한다. 민주주의적인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한정된 자원의 배분과 관계된다. 그리스어(語)의 'demokratia'에서 유래한 민주주의는 'demo(시민)'와 'kratos(권력)'의 합성어다.
결국 민주주의가 잘 작동할 경우 자원의 분배는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소득의 재분배 등을 통한 불평등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치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강원도내 공공갈등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는 이해관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적 권력에 짓눌린 채 할 말 못하던 시민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곧 민주주의의 성숙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동시에 지방정부 등 행정기관의 권위주의 의식은 여전하는 방증이다.
육동한 강원발전연구원장의 발표는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육동한 원장은 "무엇보다 정책 수립·집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갈등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사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갈등관리의 첩경"이라고 진단한다.
행정기관은 공공정책 시행에 앞서 이해관계자, 즉 시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라는 것이다.
동시에 "신뢰 확보가 핵심이다. 조정자가 공정하다는 신뢰의 확보, 편견과 선입견 없는 공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공공갈등의 특성상 표면적인 갈등주체 뿐만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의 이익과 미래 세대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공익적 관점을 주문하고 "조정과정에서 이해관계자 등 관련 당사자와 소통에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소통에 방점을 찍는다.
갈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인 손실이 최대 246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추정했다. 공공갈등이 전국 최고 수준인 강원도 역시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성숙되는 과정이라는 희망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민이 주인이 되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빈번한 갈등을 거치면서 민주적 절차는 열매로 남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해관계를 둘러싼 민주적 절차에 따른 해결은 이후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