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6.07.18 08:38:03
강원도가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몸통이 되고 있다.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확정에 이어 몽골과 국제동반자협정 체결을 추진키로 해 강원도를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동해권은 물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강원도가 추진중인 속초·동해항 자유항 지정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이날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몽골 EPA 체결을 위한 공동 연구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경제동반자협정(EPA)은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으로, 산업과 투자 확대에 더 비중을 두는 형태라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14개 몽골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가 추진된다. 44억9000만 달러(약 5조1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에 앞서 춘천∼속초 동서고속화 철도사업이 지난 8일 기획재정부의 재정사업 평가심의위원회에서 사업추진이 최종 확정됐다. 1987년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제시된 이후 29년 만의 결과다.
춘천∼속초 고속화철도는 춘천∼화천∼양구∼인제∼속초 구간을 잇는 93.95㎞의 단선 전철이다. 서울(망우)∼춘천 구간 80.7㎞는 2010년 12월에 개통됐다.
예상 사업기간은 8년이 소요될 전망으로, 추정 사업비는 2조 631억 원이다.
소요 운행 시간은 정차시간 20초 반영시 용산∼청량리∼춘천∼속초 구간은 1시간 15분이 예상된다.
이 사업은 인천~서울~춘천~속초를 잇는 동서축 철도라는 국내 교통망 구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북방경제 성장에 발맞춰 중국 남부~한국~중국 동북3성러시아를 잇는 물류라인이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 첫 단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0월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것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과 함께 우리 정부의 3대 대외 구상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물류·교통·에너지 인프라 구축을 통한 단일시장 실현을 목표로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실현하고 북극항로를 통한 유라시아 동쪽 끝과 해양을 연결하는 에너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이다.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는 부산-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전력·가스·송유관 등 에너지 네트워크다.
결과적으로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는 인천~서울~춘천~속초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인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극동 시베리아 지역개발과 아태지역 진출 전략인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과 맞물려 있다.
핵심은 한국과 극동 러시아를 거쳐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 물류망과 북극항로 상업 추진을 통한 해상 물류망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남·북·러 3자간 합의에 의해 개통된 동해선 철도 일부 구간과 나진~핫산 간 철도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중국 동해 출구전략 대응 위한 신북방정책
현재 세계 최대 자원보유국인 러시아는 자원수출 루트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동해안 지역은 이들 자원을 수입해 비철금속 산업의 생산품과 수도권 물류를 러시아와 유럽지역으로 수출하기 위한 해상 및 육상 물류루트를 확보해야 한다.
만약 북한과 교류가 재개되고, 동해안지역에 비철소재 산업이 발전하게 될 경우 북한의 풍부한 광물자원이 해상과 철도를 이용해서 유입되고, 이를 가공생산한 제품이 시베리아 횡단철도, 북극항로를 이용해 러시아, 태평양, 유럽 지역으로 수출되는 물동량의 확보와 보다 많은 수송루트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2010년 10월 416억위안(한화7조 5000억 원)을 투자해 착공한 창춘~훈춘 간 360㎞의 고속철도가 2015년 10월 완공되면서 유럽과 동해를 나가는 육상 교통망 연결이 완성됐다.
중국의 동해 출구전략에 대응한 한국의 북방정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를 재정사업으로 추진키로 확정한 것은 의미가 크다.
속초항이 부산항이나 영일신항만과 함께 신북방정책의 거점항이 될 가능성이 커진 까닭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제정세에 대응한 신북방정책의 하나로 유라시아 친선특급을 운행했다.
친선특급의 총 이동거리는 1만4400㎞로, 중국, 몽골,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 6개국 10개 도시를 지나는 경로다. 아시아~유럽을 잇는 물류 동맥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GR)와 모두 연결된다. 남북한을 잇는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연결된다면 부산과 목포에서부터 베를린까지 열차 노선이 중단 없이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유라시아 친선특급에서 강원도는 배제됐다. 남북철도가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북한의 미연결철도의 현대화와 동해선 철도의 연결로 완성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 확정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신북방정책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강원도 중심' 박근혜 정부 신북방전략 변화 신호탄(?)
러시아와 중국의 환동해진출전략에 대응한 신북방정책의 핵심라인으로 인천~서울~춘천~속초를 잇는 동서축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인천~부산을 잇는 남북축 중심과 차이가 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실현가능성을 현실화하는 방안으로 열차페리(Rail Ferry)를 이용한 Korea Land-Bridge(KLB) 사업이 관심을 모은다.
열차페리는 철도와 선박이 결합된 복합운송시스템으로 육상에서는 열차 운송, 해상에서는 열차페리선에 화물열차를 직접 진입시키는 연계운송시스템이다.
Korea Land-bridge(KLB) 사업은 중국~인천항/평택·당진항/새만금항~동해·묵호항~러시아 철도망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동서대학교 국제학부 국제물류학전공 서수완 교수는 이와 관련 "북방 물류시장은 중국의 동북 3성 발전전략, 러시아의 극동개발, 북한의 나선특구 개발로 최근 수년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환동해권이 갖는 중요성과 구상을 감안할 때 정치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방 물류시장 개발과 이들 지역에 물류거점 확보는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인 추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성장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물론 환동해 지역은 발전의 잠재력에 대한 담론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논의 되어온 담론들을 하나 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북·중·러의 출구전략을 대륙국가로 가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창지투개발계획과 같은 실현 가능한 대륙 진출전략을 수립하고 이 지역에 상응한 교통물류망 확충과 산업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을 확정한 것은 대륙으로 가기 위한 교통물류망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히는 이유다.
강원발전연구원 김재진 박사는 "강원도는 2000년 이후 속초항과 동해항을 중심으로 극동 러시아 항만들인 자루비노, 블라디보스토크 항과 훼리 항로를 운영 중에 있다"며 "이미 운영 중인 강원도 항만과 극동 러시아 항만 간의 해운항로와 건설 중인 원주∼강릉 철도, 여기에 춘천∼속초 동서고속화 철도가 연결되면 수도권~강원도 철도, 여기에 항만~시베리아횡단철도~유럽을 잇는 또 다른 철도-해상 복합수송 루트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구정모 동북아미래네트워크 대표는 "그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으나 춘천~속초간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이 진행되면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평가하고 "중국이나 러시아의 동북쪽 물동량이 동해안으로 몰리고 관광객 등 여객 수요도 많아질 것인 만큼 춘천~속초간 동서고속철 개통과 연계해 속초·동해항을 자유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