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와 두산의 숙원사업이었던 서울 시내면세점이 지난주 문을 열었다. 양사 모두 서울이 첫 입성인 만큼 업계의 관심이 크다. 이들은 면세업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3대 명품 브랜드(샤넬·에르메스·루이뷔통)’ 입점에는 실패했지만, 500~600여개의 브랜드와 다양한 볼거리, 특색 있는 인테리어를 내세워 외국인 유치에 나섰다. CNB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두산면세점 동대문점의 첫 주말 풍경을 들여다봤다. (CNB=김유림 기자)
‘보고 즐기고 힐링’ 3박자 갖춰
사는 쇼핑→쉬는 쇼핑으로 탈바꿈
넘치는 유커…과도한 마케팅 눈살
문을 연지 4일째인 지난 21일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백화점 쇼핑을 온 한국인들과 면세점을 방문한 중국인들로 북적거렸다. 면세점은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에 자리 잡고 있다. 신관 8층부터 12층까지 1만3884㎡(4200여평) 규모다.
면세점 입구 맨 꼭대기에는 인기 애니매이션 캐릭터 쿵푸팬더 자이언트 포 모형이 인사를 하듯이 왼쪽 손을 들고 있다. 중국을 상징하는 쿵푸와 판다가 등장하는 할리우드 애니매이션 쿵푸팬더는 중국 본토 캐릭터라고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세계는 유커를 겨냥해 백화점 정문과 면세점 11층 하늘공원 앞에 대형 쿵푸팬더 모형들을 설치했다.
‘명동점’에는 구찌, 보테가베네타 등을 비롯한 600여개 브랜드가 입점했거나 입점할 예정이다. 뷰티브랜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 200개 이상이 들어올 예정이다. 설화수, 후, 헤라 등 국산 화장품 브랜드를 비롯해 수제 향수 바이레도, 이탈리아 천연 화장품 산타마리아 노벨라 등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도 입점한다.
또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K-컬쳐 컨텐츠 매장도 운영한다. 국내 브랜드 60여개가 입점해있는 뷰티존, 장인들이 직접 만든 상품들을 판매하는 전통 기프트샵,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샵 등이 있다. 특히 캐릭터샵에는 국내 최초로 라인 프렌즈(네이버 메신저 라인 캐릭터)와 카카오 프렌즈(다음 카카오톡 캐릭터) 캐릭터샵이 동시에 입점해있다.
10층 화장품 코너 앞에는 신세계 측이 10억원을 주고 구매한 대형 ‘회전목마’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폭 7.5m, 높이 4.5m의 회전그네 주위 천정에는 4.5m LED화면을 배경으로 한 디지털아트로 둘러싸여 있다. 벨기에 출신 현대미술작가 카스텐 휠러의 작품으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가장 신경 쓴 인테리어 중 하나로 전해졌다.
11층 매장과 이어진 하늘공원은 야외공원으로 쇼핑에 지친 고객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설치 미술과 나무, 벤치가 설치돼있으며, 향후 시즌 이슈에 따라 다양한 테마공원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다양한 문화·휴게공간 ‘눈길’
같은 날 오후 두타면세점 역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성지인 동대문답게 인파로 붐볐다. 두타면세점은 현재 프리 오픈한 상태이며, 그랜드 오픈은 하반기에 예정돼 있다.
‘두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면세점 전용 엘리베이터가 눈에 띈다. 두타면세점은 두산타워 7층부터 17층까지 9개 층을 사용하며, 총 면적은 1만 6825㎡규모다. 현재 7개 층이 오픈했으며, 각 층수는 두산을 의미하는 ‘D’ 이니셜을 활용해 D1~D9층으로 표기하고 있다.
두타면세점에는 뷰티·향수·패션·액세서리 등 500여개 브랜드가 영업을 시작했다. D8층은 뷰티 관련 모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뷰티 특화 드럭 스토어(Drug Store)’를 표방했으며, D9층은 리빙, 가전, 헬스&푸드 등 마트형 쇼핑 환경을 마련했다.
특히 D3층에는 최근 중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전용관이 마련됐다. 드라마 속 세트장과 송중기 포토존 등이 설치돼 있으며, 유커들은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또 D5층은 한국문화관으로 외국인들에게 한복 및 전통 공예품을 체험 및 판매하고 있다. 매장 수는 2개 뿐이었지만, 매장으로 가는 길목에 전시해 둔 화려한 한복이 눈에 띈다.
쇼핑을 하다가 지친 고객들은 맨 위층 D10층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두산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스카이라운지’는 동대문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여기에다 두타면세점 모델 송중기의 실제 크기 입간판도 설치돼 있어, 기념사진도 촬영할 수 있다.
특히 두타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야간까지 영업하는 차별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특성을 반영해 마스코트로 ‘부엉이’를 택했다. 현재 매장에 따라 밤 11시~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새벽 2시까지 CNB 취재진이 머물렀는데 낮 시간과 차이가 없을 만큼 외국인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명품관 대신한 ‘송중기관’
그러나 양사 모두 서울 시내면세점을 처음 운영하는 만큼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신세계면세점은 면세점과 곧바로 연결된 주차장이 없어, 남대문시장 맞은편 길가에 대형 관광버스가 늘어서 있었다. 고질적인 주차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남대문 상권을 살리겠다는 당초 취지도 빛을 바랬다. 신세계는 지난해 특허 신청 과정에 같은 명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상권이 겹친다는 지적을 받자, “명동이 아닌 남대문 상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면세점 명칭을 ‘명동점’으로 정하면서 ‘남대문 살리기’가 퇴색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타면세점은 과도한 ‘태후’ 마케팅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재 운영 중인 ‘태양의 후예관’은 6개월 후 명품 브랜드 매장으로 바뀔 예정이다. 명품 없는 면세점을 ‘송중기’와 ‘태양의 후예’로 대체했다는 얘기다.
두 면세점은 아직 오픈 준비 매장(매대)이 많았으며, 한 개 층이 통째로 문을 닫은 곳도 있었다.
또 중국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한국어보다 ‘중국어’가 많았다. 보통은 한국어 밑에 외국어 표기를 병기하지만, 양사는 큰 손 ‘유커’를 배려해 아예 한국어를 배제한 느낌이었다.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 운영하는 면세점인 만큼 ‘국어(國語)’를 외면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