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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서양중 교수, '노자권재구의' 번역ㆍ출간

송 유학자 권재 임희일 저술 '노자' 의 주석서를 조선시대에 판각해 엮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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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강우권기자 |  2016.05.20 15:33:13

'노자' 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책이 번역ㆍ출간됐다.


국립 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서양중 교수의 '노자권재구의' (경상대출판부, 258쪽, 1만 8000원)가 그것이다. 동양 고전 중에서 외국어로 제일 많이 번역된 책이 '노자' 이다. 단 5,000자의 글자로 세상을 움직인 책을 꼽으라면 단연 '노자' 일 것이다. 


그런데 이 역설과 도발의 사유체계는 여간해선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고 깊은 의미를 깨닫기가 어려웠다. 오죽했으면 주자도 "노자는 읽기는 수고롭고 얻는 것은 별로 없어 머리만 어지럽다" 고 했을까. 한자를 거의 쓰지 않는 오늘날은 물론이거니와 한자가 문자언어였던 조선시대에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15세기 초 국가가 주도해서 노자 주석서라는 것을 만들어서 배포했다.


'노자권재구의' 는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자 권재 임희일이 저술한 '노자' 의 주석서를 조선시대에 판각하여 엮은 것이다. 엣부터 '노자' 에 대한 주석서는 수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노자' 의 본문만큼 주석서가 난해해 일반인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비해 임희일이 저술한 이 책은 '노·장·열(노자, 장자, 열자) 삼자구의' 가운데 하나로, 말로 설명하듯이 쉽게 서술한 '구의체(口義體)' 문장으로 풀어서 엮은 것이다. 그래서 '초학자들이 이해하기 쉽다' 라는 평을 받으면서 동양 삼국(東洋三國, 한국ㆍ중국ㆍ일본)에서 널리 읽혔다.


권재 임희일은 이 책을 왜 저술했을까. 그가 쓴 발제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대저 노자의 학學[書]은 그 말들이 대부분 물건을 빌려 도를 밝힌 것이고 혹은 당시의 시대적 문제에 나아가 깨우쳐 주려고 했기 때문에 읽는 사람들이 그 말한 뜻을 알기가 어렵다. (…) 도가에서는 도가의 경전이 되면서 지나치게 숭상했고, 유가에서는 노자를 이단시하고 비판을 위한 비판을 일삼고 다시 연구하지 않았다. 대개 노자의 껍데기만 얻었고 묘처는 얻지 못했다"

"비록 주해가 많이 나왔지만 대개 이와 같은 병폐가 있었다. (…) 오직 백이만이 노자에 거의 근사하며 대부분 노자의 핵심을 밝히기는 부족했고 많은 유학자들도 노자의 경지에 참여하지 못했다. 단지 비유를 들어 말한 것을 곧이곧대로 이해하고, 모르면서 폄하했고 핵심을 깨닫지 못했다. 연구를 계속해 간다면 처음의 뜻을 얻을 것이다. 이른바 천년이 걸려야 그 뜻을 이해한다고 하나, 공자와 노자의 만남은 하루의 만남이었다" 


책의 구성은 '노자권재구의 발제' 를 시작으로, 각 장은 '도덕경' 원문과 독음, 번역문, '권재구의' 원문과 번역문으로 구성돼 있다. 도덕경 원문에는 한자 독음을 넣어 독자들이 이용하는 데 편리하도록 했다.


본문은 노자권재구의 발제, 상편 37장, 하편 44장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모두 81장이다. 이번에 서양중 교수가 번역하면서 참고한 텍스트는 보물 제1655호로 지정된 '노자권재구의'(경자자본)로 현재 청주고인쇄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 판본은 조선에서 계미자본(1403년, 태종3)의 단점을 보완하여 두 번째로 주조된 경자자본(1420년, 세종2)으로 결장이나 훼손된 부분이 없이 전권이 온전하게 보존돼 있어 조선 초기의 금속활자 인쇄술과 판본 및 서지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서양중 교수는 "조선은 주자의 성리학을 국가이념으로 하여 500년을 내려온 나라이지만, 노자의 책도 인쇄하여 널리 읽도록 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우리말 번역을 통해 동양의 정치사상과 노자사상의 핵심을 일반인들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려는 데 출간 목적이 있다" 고 이 책을 번역 출판한 동기를 말했다.


서양중 교수는 경상대학교 사회과학대 학장을 지냈으며, 한학자 진암 허형 선생과 서예가 은초 정명수 선생에게서 사사했다. 현재 진주에서 논어와 주역 등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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