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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람 죽인 ‘가습기 살균제’…늦장대응 타령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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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이성호기자 |  2016.05.09 16:52:40

▲(사진=참여연대)

단일 환경재난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 벌어졌다.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함유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태가 그렇다.    
  
정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약 530여명으로 이중 146명이 숨졌다. 추가 조사가 계속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살인 가습기’ 논란은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는데 최근 검찰 수사가 재개되고 여론이 악화되자 부랴부랴 수습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8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과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고 검찰수사를 마친 뒤 청문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한 것. 하지만 피해자들이 흘리고 있는 피눈물을 외면해 온 정부의 이 같은 늦장대응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여·야 할 것 없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피해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4.13 총선에서 달라진 민심을 확인했고 얌전히 있다간 화난 국민들의 창끝이 어디로 향할지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무능한 국회에도 책임이 있다.

국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장하나 의원 등 21인)’ 등이 지난 2013년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저물어 가는 19대 국회와 맞물려 자동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여야간 정쟁에 휘말려 입법 기능을 일찌감치 상실한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의가 오는 5월 20일까지 열리고 있지만, 결국 새롭게 꾸며지는 20대 국회로 공을 넘길 가능성이 짙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제조업체와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해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살균제에 함유된 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은 정부의 탓이 크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나선다고 해도 가족과 건강을 잃은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 줄지는 지켜볼 일이다. 피멍든 가슴에 오히려 더 못질을 하지 않고 제대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은 진심어린 사과와 보상은 물론 수많은 생명을 위협한 행위에 대해 마땅한 죄 값을 치러야 한다.

더 이상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소비자 피해사고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정부의 관리소홀 책임회피 및 늦장대응 탓만 할 게 아니라 근본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간 불법행위 등 잘못을 저지른 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반짝 사과에 그치고 정작 피해보상에는 뒷짐을 졌다. 

자의든 타의든 자숙하는 모습도 잠시,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원상복귀 영업을 하며 데미지를 크게 받지 않았다. 반면 소비자가 피해구제를 받으려면 각 개인이 해당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해야 한다. 그러나 소송을 걸기에는 변호사 비용 등 부담과 시간상 제약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힘들다. 

더군다나 피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한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재판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법원에서 승소를 하더라도 같은 손해를 입은 소비자 전원이 구제되는 것이 아니라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만 효력이 미친다.

해결책은 없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집단소송제’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소비자가 가해자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해 손해를 인정받으면, 타 피해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그 판결로 인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여기에 더해 가해자의 행위가 고의적·악의적일 경우 고액의 손해를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필요해 보인다. 이를 통해 반사회적 일을 저지른 기업에 책임을 묻도록 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근저에 깔려 있다면 재발방지는 물론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들이 막연히 정부만 바라보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기업만 보호할게 아니라 소비자 즉 국민을 보호하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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