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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어린이날, 어린이가 마실 음료가 없다?

‘설탕 덩어리’ 어린이음료…눈 감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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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05.04 09:58:08

▲소비자문제연구소가 시중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음료 17개사 40개 제품의 당 함량을 조사한 결과, 미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퇴출당한 콜라와 유사하거나 더 높은 제품이 수두룩했다. (표=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단맛과의 전쟁’을 선언했지만 국내 시판중인 어린이 전용 음료는 여전히 ‘설탕 덩어리’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어린이음료의 과다한 설탕 성분은 성장기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시민·사회단체와 국회 등에서 여러 번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직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이 문제에 소극적인 이유는 뭘까. (CNB=김유림 기자)

형형색색 어린이음료 ‘당 덩어리’
성인음료와 ‘설탕 기준’ 구분 없어
수년간 지적해도 ‘공허한 메아리’

수년간 소비자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해 온 어린이음료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른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다.

당시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뽀로로’, ‘로보카폴리’ 등 인기 캐릭터 이름을 달고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어린이 음료 102개 제품 중 75개 제품이 당(糖)을 주성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성장기 어린이들이 당 성분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충치와 비만은 물론 대사증후군, 당뇨, 고혈압, 통풍, 심근경색(고지혈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인 의원은 “성장기 어린이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어린이 음료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어린이 음료가 한 병당 평균 12.7g의 당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FDA가 권고하는 1~3세 아이의 당 제한 섭취량(25g)의 절반 이상을 넘긴 수치다.

콜라보다 위험한 어린이음료

하지만 어린이음료에 대한 개선책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문제연구소가 시중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40여 가지 어린이 음료를 분석한 결과는 여전히 충격적이었다. 성인음료와 비교해도 차이가 없었으며, 한 병당 평균 당 함량이 12.7g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설탕 4개, 초코파이 한 개의 당보다 많은 양이며, 1~3세 아이가 한 병만 마셔도 미국 FDA(식품의약국)가 권고하는 하루 당 제한 섭취량(25g)의 50.8%를 채우는 셈이다. FDA는 1~3세 아동의 경우 하루 당분 섭취량을 25g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단 음료의 대명사’인 콜라(100ml당 당 11g)보다 당 함량이 높은 제품이 수두룩했다.

‘자연원 키즈망고(웰팜)’는 당 함량이 22g(100ml 기준)이었고, ‘쿠우젤리 복숭아·포도(코카콜라)’와 ‘쥬시스착즙사과쥬스(AIO인터내셔널)’는 각각 12.3g, 11.5g를 함유하고 있었다.

도라에몽 우리아이홍삼 포도맛(남양유업), 아이키커 오렌지(한국인삼공사), 하루야채 타요(한국야쿠르트)도 근소하게 콜라의 당 함량을 웃돌았다.

‘홍삼’, ‘야채’ 등 건강기능식품처럼 표시한 어린이음료에도 당 성분이 가득했다. 도라에몽 우리아이홍삼 오렌지맛(남양유업, 10g), 아이키커 사과(한국인삼공사, 10g), 하루야채 뽀로로(한국야쿠루트, 10g), 변신자동차 또봇 사과(혜성음료, 9.5g), 착한홍삼 키즈엔 사과(건강마을 농협홍삼, 9g) 등도 비교적 높은 당 함량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 기준은 ‘100ml당 당 함량’이기 때문에 한 병을 다 마시게 되면 이보다 더 많은 설탕 성분을 먹게 된다.

어린이 음료 당 함량을 조사했던 소비자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식약처 통계 등에 따르면 3~5세 어린이의 당류 섭취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특히 음료를 통한 당 섭취 비율이 2007년 14.6%에서 2013년 19.3%로 뛰는 등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며 “정부와 기업들이 조속히 어린이식품의 당저감 대책을 마련해 설탕 성분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린이 전용 음료가 사실상 이름만 ‘어린이용’일 뿐, 엄격한 기준을 통해 몸에 더 좋은 성분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소비자들의 착각으로 드러났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아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친숙한 캐릭터로 중무장했다는 점이다. (사진=방송화면캡처)

기업들 “매출이 우선”

하지만 어린이음료를 만드는 기업들은 “매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린이들이 단 맛을 선호하기 때문에 설탕을 갑자기 덜 넣게 되면 매출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설탕 성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은 찾기 힘들었다.

웰팜 관계자는 CNB에 “바로 당을 줄여서 출시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삼공사 관계자도 “어린이 당 하루 권장 섭취량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게 없다”고 밝혔다.

남양유업만 조심스럽게 당저감화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불가리스, 커피믹스 등 인기 제품을 우선적으로 당저감화 작업을 진행했다. 향후 어린이 음료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독 어린이음료에 관대한 식약처

상황이 이러함에도 식약처는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걸까?

현재 식약처는 어린이 기호식품의 경우 1회 제공량당 당 성분 기준치를 17g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준치를 두 배(34g) 이상 초과하면 어린이들이 먹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지정한다.

하지만 이는 어린이음료 1개 당 기준치를 의미한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조사 결과 시중 판매중인 어린이음료의 한 병당 평균 당 함량이 12.7g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린이 한 명이 하루에 3개 이상의 음료수를 섭취할 경우 34g을 훌쩍 넘게 되지만 이를 제재할 근거는 없는 셈이다.

그나마 34g이라는 기준도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관대하다. 미국 FDA는 1~3세 어린이의 하루 당 섭취량을 25g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CNB에 “어린이음료에 대한 기준은 현재 따로 마련돼 있지 않으며, 판매금지를 할 수 있는 강력한 제재 정책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종합계획을 수립해 당류 저감 종합계획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더 강력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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