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된 송중기·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가 정체됐던 한류의 주가를 상승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KBS)
국내는 물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한류의 불씨를 되살린 송중기·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의 후폭풍이 무섭다. 증권가에서는 ‘제2의 태후’를 노리는 대박주 찾기에 시동이 걸렸다. 드라마 한 편이 3조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유발시키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한국영화·드라마 제작도 활기를 띄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
KT&G·아모레·현대차 광고 효과 ‘톡톡’
중국서 번 돈 다시 드라마 투자 ‘선순환’
시청률 광고효과 견인…제작사·기업 ‘윈윈’
130억원이 투입된 ‘태후’는 방송 시작 전에 KBS 방영권 및 중국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와 일본에 선판매 등으로 이미 제작비 전액을 회수했다. 방송 후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30여개국에 판권을 판매한 상태라 추가 이익이 쏠쏠한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과할 정도로 간접광고(PPL)가 등장했는데 제작사측은 PPL로만 30억원의 수익을 냈다. 시청자들이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태후’에 등장한 제품은 속칭 대박이 났다.
KT&G 계열사인 KGC인삼공사(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 ‘홍삼정 에브리타임’은 송중기가 즐겨먹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지난 2월 24일~3월 29일까지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약 190%나 늘었다.
극중 송혜교가 사용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라네즈 ‘BB쿠션’, ‘투톤 립 바’도 평소 대비 10배 이상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현대자동차는 진구와 김지원의 자동차 키스신을 통해 제네시스의 자동주행모드를 제대로 홍보할 수 있었고 ‘투싼’도 3월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와 비교 시 18.5% 증가했다.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태후는 지난 2월 24일 첫 전파를 탔으며, 지난 14일 막을 내렸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인 2월초 KT&G의 주가는 10만원대 초반이지만 드라마가 끝난 후인 현재(20일 종가기준)는 11만4000원으로 10%가량 오른 상태다.
태후 첫회 방영 전날 36만1500원이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드라마가 끝난 지난 14일 40만6000원에 마감했다.
현대차는 지난 2월 1일 13만2500원이던 주가가 드라마가 시작되면서 상승곡선을 그리다 지난달 30일 15만5000원까지 올랐다. 이후 숨고르기를 거쳐 현재(20일 종가기준) 15만원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태후에 PPL을 한 기업들의 주가가 시청률이 오르면서 동반 상승했다는 점에서 드라마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짐작된다.
▲서울 도심 위를 달리는 자동차 안 진구·김지원 커플이 키스하는 장면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PPL이 등장했다. (사진=방송화면캡처)
전문가들 “아직은 일시적 현상”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광고효과로 주가전망을 점치기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태후의 높은 시청률로 PPL 효과가 커져 해당 상품의 판매호조를 불러왔다”면서도 “이것이 이슈가 돼 주가에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할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인 현상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태후 제작사인 NEW의 경우 1만원~1만2000원대이었던 주가가 드라마 방영 후 1만5000~1만6000원대로 치솟다가 현재는 1만2000원대로 돌아갔다.
이 관계자는 “태후나 응답하라1988 등에서 기업들은 PPL 효과를 제대로 봤고 향후 기업들의 PPL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결국 국내는 물론 큰손인 중국 시장을 겨냥할 콘텐츠 경쟁력이 얼마나 받쳐 주는가에 따라 PPL의 희비는 엇갈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의 조심스런 전망에도 불구하고 한류 드라마의 해외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국내 제작 영화·드라마의 해외 판권 가격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방송 수출액은 2014년 2억2237만 달러에서 지난해 3억3601만 달러로 51.1%나 증가했다. 영화는 같은 기간 1582만 달러에서 2638만 달러로 66.8% 성장했다.
더욱이 중국의 인구 1인당 영화관람편수는 지난해 0.9편이었으나 2020년 2.8편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콘텐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벌어들인 수입이 다시 국내 콘텐츠 산업에 투자되면서 갈수록 드라마·방송의 제작환경이 나아지고 있으며, 이렇게 향상된 콘텐츠는 중국에서 더 큰 수익을 가져오는 선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