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8일 롯데마트가 ‘가습기살균제 사태’ 5년 만에 관련 기업 최초로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공식 사과와 함께 검찰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피해 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 피해 보상 재원 마련 등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2011년부터 논란이 되어왔지만, 본격적인 검찰 수사는 2016년에 들어서야 시작됐다. 옥시레킷밴키저, 신세계 이마트, 애경, SK케미칼, 롯데마트, GS리테일 등 총 19개 기업, 256명의 임직원이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사망자 수는 정부 공식 집계 146명, 환경시민센터 집계 239명에 이른다. 특히 피해자 대부분 출산 전후의 여성들과 영유아들이기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지만, 롯데마트 이외에 그 어떤 기업도 피해 보상은커녕 사과조차 없었다.
사실 롯데마트도 일종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는 PB(자체브랜드) 제품이며, 상품을 만든 제조사(용마산업사)와 원료공급사(SK케미칼)가 근본적인 원인제공자다.
하지만 롯데는 ‘기업 최초 사과’라는 타이틀보다 “때늦은 사과” “검찰 수사 앞두고 면피용 사과”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먼저 맞는 매’가 제일 아플 것이란 예측을 롯데도 어느 정도 했겠지만, 상상초월의 강한 비난에 내부에서도 “가장 먼저 사과했지만, 진정성보다 비난만 받고 있어 아쉽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물론 롯데마트의 대국민 사과 계기는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으로 연일 비판만 한다면 뒤늦게 용기를 내려고 준비했던 다른 기업들은 ‘움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롯데마트 보상 발표 이후 홈플러스만 가습기살균제 피해 보상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을 뿐, 여전히 다른 기업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 공식 집계로 146명의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황망한 죽음 뒤에 남겨진 가족들의 삶은 지옥같을 거다. 롯데마트가 먼저 매 맞았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양산한 옥시레킷벤키저, 애경과 SK케미칼 등 ‘모르쇠’로 일관해온 기업들도 침묵을 깨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더 이상의 침묵은 국민들을 우습게 여기는 행태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