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전 고문은 이날 "4·19는 우리 국민정신의 DNA다. 4·19 DNA은 권력이 독점됐을 때 아주 자연스럽게 나온다. 5·18민주화운동이 그랬고, 6월 항쟁이 그랬다"며 “이번 총선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생활, 사회적 양극화, 불균형한 생활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 전 고문은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분노하는 청년들의 표심이 선거혁명을 일으킨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이 4·19 DNA를 다시 찾아와서 총선의 선거혁명이 나타난 것이다.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20대 국회의원들이 아주 잘 파악하고 국민을 섬기는 국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민주당이 호남에서 3석밖에 못 얻었다', '당에서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식당으로 향했다.
손 전 고문은 더민주의 양승조, 조정식, 이찬열, 이훈, 전혜숙, 고용진, 김병욱, 임종성 등 손학규계 당선자들과 지지자 수십명이 함께 한 오찬 인사말에서 "청년 분노를 제대로 소화하고 삭여서 앞으로 나갈 길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며 "4·13 총선을 통해 이뤄진 선거혁명을 완성된 혁명으로 이뤄내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특히 청년들의 뜻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일자리는 없고 일할 사람은 많다. 이 분노가 이번 선거에 그대로 나타났다. 청년 투표율이 얼마나 높았나. 실업률이 높을수록 청년 투표율이 높아지는 선거혁명이 지난 4·13 총선"이라며 “20대 국회에 들어가는 분들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여서 이번 총선을 통해 이뤄진 선거혁명을 완성된 혁명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손 전 고문은 "20대 국회를 통해 이런 근본적인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개선, 제도혁명을 위한 새판짜기에 나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마음을 단단히 해줄 것을 부탁하고 당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의 핵심측근인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은 건배사에서 "(총선 기간) 여러 군데를 다녀봤지만 손 전 고문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앞으로 나라를 위해, 큰 일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이 자리를 있게 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이던 손 고문이 총선 직전인 지난 7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열린 다산 정약용 선생 묘제에 참석한 지 불과 12일 만에 제56주년 4·19 기념일을 맞아 서울을 찾는 등 상경이 잦아지면서 이른바 '손학규계' 인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어 일각에서는 4·13 총선 후 더민주당의 지도체제 개편이나 야권구도 재편 흐름과 맞물려 손 전 고문이 정계복귀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총선 직후 야권의 권력지형이 급격하게 바뀌는 시점인 만큼, 일각에서는 손 전 고문이 사실상 정계에 복귀해 야권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는 조 의원, 이 의원, 김 당선인 외에도 양승조, 우원식, 이춘석, 김민기, 유은혜, 이개호, 전혜숙, 강훈식, 고용진, 박찬대, 어기구, 임종성 당선인 등 손 전 고문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했다. 여기에 양승조·이춘석·이개호 의원은 비대위원을 맡았고, 정장선 전 의원도 총무본부장에 임명되는 등 더민주 내에서 '손학규계'가 요직을 두루 맡게 됐다.
그러나 손 전 고문의 한 측근은 "매년 하는 행사일 뿐 특별한 정치적인 의미를 둘 일이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며, 손 전 고문과 가까운 한 의원도 "그분의 성품상 정계은퇴를 선언한 상황에서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며 선거 지원도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도운 것이었다. 복귀 절차라고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지난 총선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부터 지원요청을 받다가 막바지에 "약속과 원칙을 지키겠다"면서 선거지원을 하지 않기로 한 만큼, 당장 복귀 움직임을 갖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