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도전하지 않으면 깃발을 꽂을 수 없다는 소명의식에 제 명함을 열 번 받은 유권자까지 나올 정도로 죽을힘을 다해 최선을 다했다. 14일 새벽 TV 화면에 ‘당선 유력’이라는 자막이 찍히는 순간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져 웃지를 못했다."
전 당선자는 19일 오후 CNB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거가 일주일여 지났지만 그때의 기억이 또 다시 생각나는 듯 개표방송을 지켜본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라는 흔치 않은 이력을 갖고 있는 전 당선인은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뒤 이곳에 도전장을 냈지만 당시 정동영 전 의원과의 경선 끝에 탈락했다. 그녀의 능력을 아깝게 생각한 당은 송파 지역으로 전략공천을 제의했지만 전 당선인은 "여기서 뿌리를 내리겠다고 한 강남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거절하고 4년을 기다렸다.
전 당선인은 “야당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행사장에서 쫓겨난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은 물론 명함을 주면 땅바닥에 그대로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해 서러움에 눈물을 정말 많이 흘렸지만 강남에서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당선인은 ‘같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향후 바라는 점’에 대한 질문에 “국민들과 함께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여성 정치인의 강점이라는 점에서 처음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현재는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며, 그렇다면 국민들과 소통하고 야당과도 소통해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선을 축하한다. 감동이 남다를 것 같은 데 소감을 말해 달라.
“기쁨보다는 정말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14일 새벽 TV 화면에 ‘당선 유력’이라는 자막이 찍히는 순간 기쁨보다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 웃지도 못했다.”
-야당 후보로서 24년 만에 강남지역 당선인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야당후보지만 이 구도를 돌파하기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어서 도전하지 않으면 이 지역에 깃발을 꽂을 수 없고 승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가 치과의사로서 최초로 사법시험을 합격할 때도 처음에는 모두 반대하고 말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이루고 뭔가 의미있는 역할을 하려는 소명감이 있어 도전했다. 결과적으로 간절히 원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은 없는 것을 또 한번 깨달았다.”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에게 출구조사는 물론 선거전 실시한 여론조사 상으로는 줄곧 뒤떨어졌는데 언제부터 승리했다는 확신이 들었는가.
“여론조사에서는 제가 줄곧 15퍼센트 가까이 차이로 지고 있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는 민심은 응원해주시고 이번에는 꼭 찍어주겠다는 이런 분위기가 많았다. 바닥민심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해볼만 하다 그런 느낌을 가졌다. 그러한 강남주민들의 열망이 반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선거기간 중 힘들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면.
“강남을이 소위 여당 텃밭이다 보니 지역민 행사에 가면 아예 소개를 안해주거나 야당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쫓겨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서러움의 눈물을 정말 많이 흘렸다. 그러나 개포동이나 일원본동 등 이른바 부자동네로 알려져 있는 적지 않은 표차이로 이긴 반면, 오히려 영구 임대아파트라든지 장애인등 군인들이 집약적으로 거주하는 수서동에서 오히려 표가 좀 덜 나온 것이 좀 뼈아팠다. 좀 더 많이 어려운 이웃 분들을 위해서 신경을 쓰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전체적으로 여당을 찍어주던 그런 타성이 이번에는 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당선 이후 특별히 달라진 점과 유일한 강남지역 야당 의원으로서 역할과 과제가 있다면.
“제가 당선이후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당선돼줘서 고맙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셔서 오히려 제가 당선이 되어서 기쁜 것보다, 저보다 더 기뻐하시고 강남의 야당 국회의원이 탄생한 것에 대해서 자기 일처럼 고마워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또 하시는 말씀이, 이번에 야당 국회의원이 되었기 때문에 ‘적어도 강남을에서는 무조건 새누리를 찍는다’라는 공식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것이 앞으로 강남을, 갑, 병에도 그런 바람이 불 것이다,‘ 이런 기대를 많이 해 강남에도 이제는 당보다는 능력과 인물을 보고, 또 당의 정책을 보고 자신들을 대변할 정치인을 뽑는 풍토가 생길 것이다, 이런 기대들을 많이 하신다.”
“이념이라는 것이 정치에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념이나 지역이나 계파나 이런 정치는 더 이상 새로운 우리 20대 국회에서 없어졌으면 좋겠고, 이념을 물으면 국민을 바라보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 이렇게 답을 드리고 싶다.”
-소위 계파활동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언론에서 저를 손학규계라고 분류하지만 저는 아니다. 어느 계파에도 속해있지 않다. 계파정치는 없어져야 한다. 그런 정치가 우리 정치를 후진화 시켰다. 다만 손학규 전 고문은 훌륭한 분으로 앞으로 당을 위해서 더 할 일이 있고, 정계복귀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전 대표도 대선주자 1위로서 당을 위해 정말 할 일이 많은 분이고 역할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도 호남지역에서 참패한 반면 수도권과 영남에서 많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 시기에 총선이 막 끝난 마당에 대선을 언급 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국민의당이 호남민심을 얻었고, 수도권에서도 정당 지지율이 높은 득표를 했기 때문에 존재의 의미가 충분히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하고, 결국은 대선에서 우리가 집권을 하기 위해 함께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국민들이 바라보기에 이길 수 있는 대선 후보가 나서서 야권에서 집권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방법이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후보를 뽑는 방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성 당선자가 많이 나왔다. 여성 정치인들의 어떤 자세로 의정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보는가.
“여성정치인의 훌륭한 덕목중 하나는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소통하고 따뜻한 엄마의 마음으로 이렇게 국민들과 함께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여성 정치인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여성 정치인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향후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국민들과 함께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여성 정치인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을 처음에는 박근혜대통령께 많이 기대했었는데, 현재는 그런 부분이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박근혜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며, 그렇다면 국민들과 소통하고 야당과도 소통해서 대화와 타협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해야 한다.“
-바람직한 20대 국회상이 있다면,
“지역에서 이번에 유권자들을 많이 만나면서 듣는 얘기가 제발 싸우지 말고, 국민을 위해서 정치 좀 해라 이런 말씀을 많이 듣는다. 말씀하신대로 야당이 그동안 결코 잘해왔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를 한 것이 야당이 잘 했다기 보다는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이 질책을 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동안 물론 정부여당이나 박근혜대통령에게 야당이 좀 더 건설적인 비판이나 견제, 협조를 못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예산과 인사권을 지닌 정부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핵심에 계시는 대통령께서 좀 더 야당에게 다가가고, 국민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시면 야당도 협조할 것을 협조하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부나 국민들을 위해서 정치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질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