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더민주에서 '정세균계'는 한때 당내 최대 계파를 형성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강기정 오영식 전병헌 의원 등 계보 핵심이 대거 탈락해 몰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력이 약화되는 등 정 전 대표에게 이번 총선은 시련의 시기였다.
그런데다 정 전 대표가 수성에 나선 종로에 새누리당이 서울시장을 지낸 차기 대권주자인 오 후보를 투입하는 바람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자신의 당선마저도 장담할 수없는 정치적 벼랑 끝으로 몰리는 듯했다.
그러나 정 전 대표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오 후보와의 싸움에서 1만표 이상의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두면서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를 낙마시키고 문희상 이석현 전-현 국회부의장과 함께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이 되면서 국회의장 후보로 떠오르면서 정치적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다.
그리고 정 전 대표는 향후 행보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지만 당내에서는 오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는 등 자신의 정치적 보폭을 넓히며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 전 대표는 원내대표, 당대표를 맡아 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2010년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해 리더십을 인정받은 만큼 당내 대권경쟁을 잘 관리하고 험난한 정권탈환의 길을 헤쳐 나갈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더민주당이 호남 선거전에 참패함으로써 그동안 정치적 텃밭임을 자부했던 호남 헤게모니를 국민의당에 빼앗긴 상황에서 호남 출신인 정 전 대표가 더민주에서 호남을 대표하면서 텃밭민심을 보듬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도자급 인사에 속해 호남민심을 탈환하기 위한 ‘역할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새로 비대위원으로 임명된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세균 전 대표가 종로에서 당선되셨지만 전북 무안 진안 장수 출신으로 이 지역에서 이미 3선을 한 바 있는 호남에 뿌리를 뒀기 때문에 둔 정 전 대표가 움직인다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호남지역 민심 탈환을 위한 정세균 전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 비대위 회의에서 이를 정식으로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는 정 전 대표가 대권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 여러분이 정권교체 명령을 해 주셨으니 그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겠다"며 "특히 우리 목표가 집권인 만큼 수권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과제이기 때문에 그 지점에 내 고민이 있다. 내가 어디에 가장 소용이 있는 사람인지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