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6.04.12 08:43:37
교육부가 교육정책협의회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교육행정협의회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육감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고 자치단체와 갈등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11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청과 일반자치단체 간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 전가해 보육대란을 야기 시킨 정부가 재원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8일 시도교육청과 일반자치단체 간 예산 및 정책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골자는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상 교육정책협의회 설치 근거조항을 삭제하고 그 기능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교육행정협의회로 통합하는 것이다.
교육정책협의회와 지방교육행정협의회를 통합해 기능을 강화하고 시도교육청과 일반자치단체 간 보다 실질적인 협력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근본적인 취지는 누리과정 예산의 편성과 집행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도교육감의 생각은 다르다. 교육감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고 협력이 아닌 갈등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선 교육정책협의회는 교육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설치된 것으로, 도지사가 징수하는 지방교육세와 교육재정부담금을 도교육청 교육비특별회계로 제 때 전출토록 해 교육 발전을 도모하는 기능을 한다. 도 및 도교육청 관계자와 도의원, 학부모 대표 등이 참여한다.
반면 교육행정협의회는 학교설립이나 학교교육 여건 개선, 도시개발 계획수립 시 학교시설계획, 교육유해 환경개선, 학교급식 지원 및 교육격차 해소 등 도교육감과 도지사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 등을 협의하기 위해 설치된다. 도지사 및 도교육감이 지명하는 실·국장급 공무원으로 구성되며, 민간 참여는 제한된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학예에 관한 사업 전반에 대한 예산을 감당해야 하는 교육감에게 보육기관인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떠넘기는 조치"라며 "교육감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해 지방교육자치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육대란이 현실화되면서 일부 지자체장이 교육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개정은 교육부가 내세우고 있는 교육청과 일반자치단체 간 협력 강화 보다는 갈등을 심화시키는 근거로 작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개정을 반대했다.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누리과정의 예산을 마련할 책임이 교육부가 아닌 도교육청과 시도 공동의 책임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게 전가시키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다"고 꼬집고 "앞으로 다가올 2차 보육대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히 국고 예비비 등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지방교육재정 교부율 인상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교육청 서경구 대변인은 "별도의 재원 대책 마련 없이 특별회계법을 제정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지방교육재정은 파탄지경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교육 받을 권리(학습권)를 침해하는 교육대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가 입법예고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은 내달 9일까지 교육부장관에게 의견서를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