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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편리한 신약 개발’ 독일까 약일까

임상시험 축소 놓고 “건강권 침해” vs “글로벌 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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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유림기자 |  2016.04.08 08:52:27

▲식약처는 지난달부터 제약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임상시험 과정을 대폭 간소화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은 임상 2상에서 안전성과 효능이 확인된 혁신신약에 한정, 임상 3상을 생략하고 특례 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전 국민 마루타 만들기’ 정책”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표=김유림 기자)

정부가 신약 개발과정에서 제약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신약 개발 때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임상시험 과정을 대폭 간소화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는 “전 국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려는 무책임한 조치”라며 반대하고 있다. 제약산업 육성과 국민의 안전을 놓고 때 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 CNB가 그 속으로 들어가 봤다. (CNB=김유림 기자)

시민단체 “전 국민대상 임상시험 하는 셈”
제약업계 “천문학적 개발 비용 줄여 달라”
식약처, 혁신신약특별법안 발의 ‘만지작’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는 지난달부터 가칭 ‘혁신신약 허가지원 특별법’(이하 혁신신약특별법)을 정부안으로 마련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기본 틀은 지난해 6월 입법 예고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의약품 안전공급 지원 특별법(의약품특별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약품특별법의 주요 골자는 국가적 재난 발생,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나 현존하는 치료법이 없는 경우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은 ‘혁신신약’ 판매를 허가해주는 내용이다.

임상 2상에서 안전성과 잠재적 효능이 확인된 혁신신약에 한해 임상 3상을 생략하되 해당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병증 진행경과를 보고하는 장치를 마련해 특례 허가를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당시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전 국민 마루타 만들기’ 정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고, 결국 무산됐다.

이후 잠잠하던 해당 법안이 지난 2월 식약처 주최로 개최된 ‘의약품·바이오의약품 분야 규제개선 대토론회’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당시 토론회에는 김승희 식약처장을 비롯해 이관순 한미약품 사장, 허은철 녹십자 사장, 양윤선 메디포스트 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장윤숙 셀트리온 전무, 한병로 SK케미칼 대표, 강석희 CJ헬스케어 사장, 김기철 보령바이오파마 사장 등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제약사 CEO들은 한목소리로 “신약 개발을 위한 규제 개선 및 완화”를 요구했다.

손상갑 한미정밀화학 이사는 이날 “원료의약품 대부분은 9개월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허가를 받는다. 허가 기간을 단축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현숙 휴온스 개발본부장 전무는 “신약 허가까지 보통 1년 반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혁신신약에 대한 신속심사가 도입되면 허가를 단축시켜 환자에게도 약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고 해외진출도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약이 출시되기까지 천문학적인 비용과 10~15년이 소요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임상 1~4상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입되는 임상 3상을 어떻게든 간소화하고자 애쓴다.

특히 해외 수출을 위해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진행할 경우 제약사가 투자해왔던 R&D 비용의 5~6배, 5000억~1조원까지 투입된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 중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곳이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녹십자 3곳인 점만 봐도 기업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는 리스크다. 1%의 가능성을 보고 시작하는 신약 개발이 제약산업의 꽃이지만, 실패할 경우 모든 부담을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게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CNB에 “신약 개발 성공의 성패는 각 단계의 비용과 시간을 줄여, 다른 제약사보다 빨리 출시하는 것에 달렸다. 이 때문에 절차를 간소화 하는 방법이 사실상 속도를 앞당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금도 줄일 수 있다. 신약 개발에서 굉장히 많은 제약사들이 경쟁을 하고 있으며, 속도전에 밀려 개발 중인 신약이 다른 곳에서 먼저 출시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수천억원의 투자금과 시간이 날아가게 된다. 국내 제약산업이 발전하려면 그만큼 정부의 규제완화 및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는 지난해 11월16일 “임상시험의 숨겨진 진실: 국민이 마루타인가?” 토크쇼를 진행했다. 토론회에서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임상시험 확대에 혈안이 되어 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왼쪽부터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사진=참여연대)

‘약 아닌 약’ 만들까 우려

그러나 여전히 시민단체들은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질환의 혁신신약’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어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약인지 아닌지도 모를 것이 ‘혁신신약’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에게 버젓이 판매될 수 있다 것.

예를 들어 보통 감기 바이러스의 대표 선수격인 ‘라이노바이러스’는 발견된 지 5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단 하나의 치료제가 없다. 이처럼 사실상 환자의 목숨이 위중하지 않은 질환도 임상시험이 축소된 상태에서 시판될 수 있는 법안이라는 얘기다.

또 지금도 이미 항암제나 난치질환 등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 치료 수단이 없는 경우 임상 3상 시험 자료를 신약 시판 후 제출하도록 조건부 허가를 내주고 있다. 약이 없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사실상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이기 때문에, 개발 기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해 ‘마지막 희망’을 주자는 취지다.  

건강한사회를만드는약사회 백용욱 사무국장은 CNB에 “지난해 법안과 비슷한 골자의 ‘혁신신약 특별법’이 통과된다면 사실상 국민들에게 제대로 안정성과 효과가 확인이 안 된 약을 먹이겠다는 것과 같다. 기업들은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환자에게 돈을 지급하거나 무료로 약품을 공급해야 한다. 반면 이 법이 통과된다면 약이 아닌 후보물질을 환자들에게 돈 받고 임상시험을 진행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이행순 활동가는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의약품 임상시험 참여자들의 ‘중대 이상약물 반응보고’가 476건에 달한다. 문제는 부작용이 보고된 476명 중 375명이 입원, 7명은 생명위협, 49명은 사망까지 했으며, 나머지 45명은 의학적으로 중요한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임상시험의 부작용이 다수 발생하는 등 위험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는 관련 규제가 엄격해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국내 임상시험 규제가 이미 선진국보다 완화된 상태인데, 신약을 시판하기 위한 임상시험 간소화를 또 검토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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