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장동민이 두 방송에서 화제가 됐다. 하나는 MBC ‘라디오 스타’로 연인 나비와 함께 등장해 알콩달콩 사랑의 기운을 드러냈다. 평소 상남자적인 이미지가 강한 장동민의 의외의 면을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잇따랐다. 하지만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는 정반대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3일 방송된 장동민 주축의 새 코너 ‘충청도의 힘’이 이혼 가정의 아동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탑 개그맨 장동민”이라는 소개 멘트와 함께 등장한 장동민은 충청도의 일곱 살 애늙은이 캐릭터를 연기했다. 새 장난감을 애지중지하는 친구에게 “쟤네 아버지가 양육비 보냈나보다” “너는 얼마나 좋냐. 선물을 양쪽으로 받으니 재테크다” 등의 말들을 내뱉었다.
이와 관련, 사회가 보호해야 할 이혼 가정의 사정과 슬픔을 고려하지 않고, 이를 조롱하며 개그 소재로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논란이 거세지자 제작진은 “장동민의 잘못이 아닌 대본을 쓴 제작진의 잘못”이라며 “스케줄이 많았던 장동민은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우리가 짠 것을 연기한 것뿐인데 장동민에게 화살이 돌아가 미안하다”고 공식 사과를 전했다.
코너는 장동민 뿐 아니라 조현민, 그리고 황제성이 함께 꾸렸다. 할머니를 연기한 황제성 또한 “아버지가 서울에서 다른 여자랑 두 집 살림 차렸다고 소문이 돈다” “애비를 닮아서 여자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네” 등의 대사를 했다.
하지만 유독 장동민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지도의 차이도 있지만, 장동민이 더 지적을 받는 건 발언 논란이 이번 한 번뿐이 아니기 때문. 과거 팟캐스트 방송에서 노골적인 여성 혐오 발언을 했던 것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4월 공식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숙의 기간을 거치고, 달라진 줄 알았던 그가 다시 약자를 공격하는 개그를 선보였다. 대중의 입장에서는 진심이 보이지 않는, 농락당하는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제작진의 이해할 수 없는 해명도 화를 키웠다. 제작진의 해명에 따르면 장동민은 그저 연기를 했다. 그런데 신인 개그맨도 아니고, 어느 정도 알려진 위치의 개그맨이 자신의 발언이 어떤 파장을 미칠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본인이 출연하는 코너임에도 불구하고, 스케줄이 바빠서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은 채 무대에 올랐다는 점. 성의가 없고 책임감도 갖지 못했다고 느껴진다.
회의에 제대로 참석할 시간이 없었으면 제작진과 상의를 거쳐 코너를 추후 편성한다거나 하는 신중한 과정이 있었어야 했을 텐데, 그저 장동민의 인지도와 인기에 편승하려 한 것은 아닌지, 태도가 아쉽다. 제작진은 “장동민은 잘못이 없다”가 아니라 장동민과 함께 사과를 하는 것이 더 올바른 판단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장동민은 아직도 조심성 없이 거침없다. 사랑꾼 면모로 요즈음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 그이지만, 과거 ‘막말 논란’이 그의 수식어로 따라다닐 정도로 거친 발언이 문제라는 지적을 종종 받아왔다. 여성비하 발언 뿐 아니라, 삼풍백화점 생존자 조롱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한 그다. 무조건 세게, 강하게 나가야만 웃기다고 여기는 것일까. 이제는 성숙해진 개그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 아닌가. 사람들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게 아니라 웃게 하는 개그, 진심을 느낄 수 있는 개그를 보여줘야 할 때다. "대한민국 탑 개그맨"이라는 멘트는 책임감과 진정성 없이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