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지난 2월 진통제 ‘게보린’의 약국 공급 가격을 9년 만에 15% 인상했다. 한국존슨앤드존슨 역시 2008년 이래 8년 만에 진통제 ‘타이레놀 500㎎’의 가격을 5% 올렸다.
안국약품은 ‘사렌슨정’과 ‘쉘론정’의 가격을 각 12.5%, 6.1% 인상했으며, 종근당은 구충제 ‘젤콤’을 8% 올렸다. 대웅제약은 비타민 복합제 ‘임팩타민’의 가격을 15∼19%, 동국제약은 상처치료 연고제 ‘마데카솔케어’ 가격을 약 5% 인상했다. 보령제약은 다음달부터 ‘겔포스엠’의 가격을 8% 인상할 예정이다.
전문의약품 약값 인하 소비자에게 ‘불똥’
인기 약품 가격이 오른 것은 정부의 전문의약품 가격 인하 조치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의약품은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나뉜다.
이중 전문의약품은 의료보험이 적용돼 62%를 정부에서 부담한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하는 항목이다 보니 매년 보험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약가를 낮추고 있다. 즉 전문의약품 가격이 낮아져야 정부 부담도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전문의약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근거로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제약사와 병원 간 뿌리 깊은 리베이트 관계 때문에, 제약사가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전문의약품의 실제 가격은 공시된 가격보다 대체로 낮다.
이에 정부는 ‘실거래가 제도’를 도입, 제약사로부터 약을 공급받은 의료기관(약국·병원)이 실제 거래가격을 당국에 신고하면 인센티브(일종의 포상제도)를 부여하고 있다. 정부는 이 실제 가격을 파악해 약가 인하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정부는 최근 214개 제약사 4655개 품목의 약가(약의 가격)가 평균 1.96% 인하했다.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매년 ‘실거래가 제도‘를 이용해 약가를 낮추겠다는 계획이어서 제약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소매가는 공급가 인상분보다 더 오를 듯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에 일반의약품으로 불똥이 튄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들이 전문의약품 인하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전문의약품과 달리 일반의약품은 정부 통제 하에 있지 않다 보니 손쉽게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약값을 올린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원가상승률을 반영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CNB에 “원자재 가격이 두 자릿수 이상으로 상승했으며, 내부 포장지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진제약과 동국제약 역시 “생산비증가와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약국 공급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 또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가 인상분보다 소비자 가격이 더 오르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대부분 약국들은 약값 끝자리를 500원이나 1000원 단위로 맞추기 때문이다.
의약품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생산단가 상승을 이유로 수년 동안 동결했던 일반의약품 공급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 가격은 약국에서 결정한다’며 책임을 약국에 떠미는 분위기”라며 “약국도 비싸게 공급받는 가격만큼 소비자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모든 불똥은 소비자에게 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CNB=김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