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편성 논란이 4·13 국회의원 선거 강원지역 이슈로 떠올랐다. 만3세부터 고교 3학년까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공통관심사인 까닭으로, 여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야당 간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했으며, 시도교육청이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진보교육감들이 아이들을 볼모로 정치적 꼼수를 부린다고 비판한다.
반면 전국 시도 교육감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예산 지원은 없었고,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방교육정책지원특별회계법을 제정해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 등 지방교육자치를 말살하려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의 원인과 과정, 핵심 쟁점을 살펴본다. (CNB뉴스=유경석 기자)
글 싣는 순서
① 개관
② 돈 문제 앞서 법 문제
③ 정치문제 아닌 교육문제
④ 해법은
누리과정을 처음 도입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다.
2011년 5월 당시 정부는 만 5세 교육·보육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와 교육·보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만 5세 공통과정(만5세 누리과정)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재원부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다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매년 3조 원 이상씩 늘고 학생 수가 줄고 있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여유가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2014년 이후 국내 경기의 회복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매년 3조 5000억 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근거로 연간 4조 원에 달하는 누리과정 소요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도록 했다.
낙관적인 경기 예측이 불러온 세수 부족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진행됐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세수 부족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정부의 추계액과 교부액 간 차이가 발생했다. 실제로 정부의 추계액과 실제 교부액은 2013년 1조 544억 원, 2014년 4조 7659억 원, 2015년 9조 9898억 원의 차액이 발생했다.
학생 수 감소로 교육재정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은 일면 타당한 주장처럼 보이지만 꼼꼼한 분석이 필요하다. 교육여건 개선 등 예산 부족으로 추진조차 못하고 있는 사업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학교안전을 위한 재난위험시설, 재래식 화장실, 석면 교체 등 열악한 교육환경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전국의 학교 건물 중에서 30년 초과 건물이 21%, 40년 초과 건물도 7.1%로 학교 건물 노후도가 심각하다.
특히 2014년 8월 기준 재난위험시설(D·E급)로 지정된 전국의 학교건물이 104개동에 달하며, 40년 이상 경과된 잠재적 재난위험시설(C급)의 개축과 구조 보강, 내진 보강 등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2015~2019년까지 2조 2000억 원이 소요된다.
정부와 새누리당 결자해지해야
이처럼 정부 차원의 예측오류가 명백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방기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누리과정 예산 갈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10대 복지공약의 하나로 '0~5살 보육 및 교육 국가완전책임'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당초 만 5세가 대상인 누리과정은 만3~5세의 유아들로 확대됐다.
하지만 정부 출범과 함께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다툼이 시작됐다.
실제로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에 누리과정 사업 국고지원예산 2조 2000억 원을 요구했으나 기재부는 내국세 수입 감소를 이유로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3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결손액 2조 7000억 원을 갚을 것을 요구했다.
촘촘한 재원조달 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대선공약은 정부 부처 간, 행정기관 간, 행정기관과 학부모 간 논란으로 확산됐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부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결하면 되기 때문이다.
서경구 강원도교육청 대변인은 "법률 정비와 국고예산 지원만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누리과정 운영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