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기자 | 2016.04.04 21:29:59
누리과정 예산편성 논란이 4.13 국회의원 선거 강원지역 이슈로 떠올랐다. 만3세부터 고교 3학년까지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공통관심사인 까닭으로, 여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야당 간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했으며, 시도교육청이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진보교육감들이 아이들을 볼모로 정치적 꼼수를 부린다고 비판한다.
반면 전국 시도 교육감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예산 지원은 없었고,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특히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방교육정책지원특별회계법을 제정해 교육감 주민직선제 폐지 등 지방교육자치를 말살하려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의 원인과 과정, 핵심 쟁점을 살펴본다. (CNB뉴스=유경석 기자)
글 싣는 순서
① 개관
② 돈 문제 앞서 법 문제
③ 정치문제 아닌 교육문제
④ 해법은
누리과정은 만3~5세까지 모든 유아들의 유치원 교육과정과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을 통합한 것으로, 유치원에 다니든지 어린이집에 다니든지에 상관없이 똑같은 과정으로 교육·보육을 시키자는 것이다.
이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보편복지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추진됐다. 만3~5세의 유아들에게 공통의 교육·보육과정을 제공하고 그 운영을 위해 교육·보육비를 제공해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시도교육청, 교부금 4조 원 받지 못해
정부와 새누리당은 누리과정 예산 갈등을 꾸준하게 '돈 문제'로 이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부는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소요예산 4조 원을 전액 내려줬지만 시도교육청이 이를 편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도 교육청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으로 4조 원을 전액 교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주장대로 예산이 교부됐다면 누리과정 사업이 시행되기 전 시도교육청에 4조 원의 보통교부금이 늘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교부했다는 주장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시·도교육청에 배분하기 위한 기준재정수요액 산정항목에 반영했다는 의미다. 이는 '항목'에 '반영'했다는 것일 뿐 별도 재원을 추가로 확보했다는 것은 아니다.
기준재정수요액 산정항목은 보통교부금을 시·도교육청에 배분하기 위한 '측정항목'이다. 이에 대해 시·도교육청의 실소요액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시도 교육청은 이에 따라 정부가 누리과정 소요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부담시키면서 교육청에 필요 재원을 늘려주지 않은 채 학교교육경비에서 돈을 빼내어 누리과정을 지원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381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가 보증을 했지만 도민의 빚으로 메운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3000억 원의 목적예비비를 추가 지원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전국 시도교육청 중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경우 지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도교육청처럼 전액 미편성한 경우 전혀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한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도 어린이집연합회는 도교육청 앞에서 1500여명의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학부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교육청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는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시도교육청과 어린이집 관계자와 학부모 간 갈등으로 옮아간 것으로,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돈 문제'로 변태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처럼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빠르게 '돈 문제'로 전이한 데는 학부모 불안이 크게 작용했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 입장에서 보육료 지원 여부는 최대 관심사가 됐다.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역시 유지 여부와 일터가 걸린 중대한 문제였고, 이는 예산 지원 여부로 수렴됐다.
결국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린 학부모와 어린이집 원장 등은 시도교육청에 대한 집단 항의로 귀결됐다.
법률 위반을 둘러싼 누리과정 예산 갈등
하지만 당초 누리과정 예산 갈등은 법률 위반 논란으로 시작됐다.
정부는 누리과정 사업을 시행하면서 유치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누리과정 비용까지 모두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시도교육청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유치원은 교육부, 시·도교육청이 소관 기관이다. 반면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시·도청이 소관 기관이다.
교육부는 학교'교육'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보건복지부는 영유아'보육'을 포함해 아동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이에 따라 교육감은 학교교육 등 교육의 진흥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고, 시도지사는 아동의 보호와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정부조직법에 따라,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경우 시도지사의 고유 업무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간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한 관련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이를 근거로 누리과정 예산을 요구해 왔다. 시도교육청은 시행령이 모법에 우선하는, 법적 위계가 뒤집히는 상황을 이행하도록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은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또 시행령은 법률에서 위임받은 사항만 규정하도록 했다.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유아교육법 시행령,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이를 근거로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토록 한 것은 법적 위계를 부정하는 결과를 강요한 셈이다.
하지만 울산과 대구를 제외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자 4.13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특별법 제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부가 직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정책지원특별회계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시도 교육청의 시선은 따갑다. "정부가 그간 시행령 개정으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요구한 것이 법률 위반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